우산은 나를 둘러싼 오기이다.
우산은 나를 둘러싼 오기이다.
어릴 때 나는 우산이 필요하지 않았다. 비가 오든 태풍이 불든, 비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40분을 걸어 다녔다. 옷이 흠뻑 젖고 신발이 물웅덩이에 빠져도 그것조차 즐거움이었다. 비 오는 날은 신나고 재미있는 하루 그 자체였다.
나이가 들자 생각이 달라졌다. 이제는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우산을 챙긴다. 혹시 비가 올까 봐, 머리카락이 더 빠질까 봐, 우산 없이 걷는 나를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걱정들이 먼저 앞선다.
가끔은 그때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계산하지 않고, 결과를 미리 두려워하지 않던 아이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걸어가던 그 모습으로 말이다.
가끔은 우산을 접고 이렇게 외쳐 보고 싶다.
“그까짓껏.”
비바람을 향해 한 발을 내딛던 그때처럼, 온몸으로 세상에 맞설 수 있는 용기 있는 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