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지 않으려는 노력

by 인티니머스

21세기 무수한 변화들의 연속이 있었지만,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체감적으로 다가온 변화와 혁신은 단연 스마트폰의 등장이다.


주머니 속에 들어가는 스마트폰 하나로 우리는 조금 과장해서 우리 자신을 대체할 수 있다.


단순 전화와 통신 수단의 의미 이상으로 발전한 이 작은 기기는 편의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의 단위 자체를 변화시켰다.


스마트폰 이전, 정말 급한 일이 아니고서는 반드시 필요한 통화와 문자만 주고받고 상대방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았다.


아무리 가까운 연인 사이라 하여도 서로의 연락에 있어서는 3~5시간의 공백은 기본이었으며 그에 따라 개인의 시간적 자유는 어느 정도 보장되었다.


하지만 이 똑똑한 기계의 등장으로 우리는 우리의 삶 전반을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24시간 감시당하며 살아간다.


거기에다 한치의 지루함도 허용하지 않는 이 재미난 엔터테인먼트 기계로 인해 우리의 죽은 시간은 이 기계에 매몰되어 지배를 받고 있다.


무언가를 기다리며 보내는 이 찰나의 시간에서 우리는 많은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고 있다.


낯선 풍경과의 조우, 그로부터 오는 느낌과 감정들, 영감 등 우리는 느릴지언정 너무나도 절실히 필요한 여유와 집중의 시간을 잃어가고 있다.


잠시를 피하기 위해 무심결에 넘기는 쇼츠와 짤막한 글들은 오히려 시간 단위로 허무하게 의식을 허비하는 동안 시간뿐만 아니라 우리의 몸까지 망쳐져 진다.


모르는 것을 손쉽게 거머쥐고 마주할 수 있는 이 문명의 혜택은 돌아가는 길에서 만날 여러 가지 중요한 것을 원천봉쇄한다.


10초도 손해보지 않으려는 우리의 노력은 과연 몇 년을 망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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