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에서 살펴본 권력과 사랑
추위와 함께 싸늘했던 한국 영화계가 최근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의 천만관중 흥행으로 인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왕사남의 흥행으로 단종의 유배지인 영월 청령포가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관련된 조선왕조의 책 또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러한 단종의 또 다른 이야기는 영화 “관상”에서 그 폐위의 아픔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아버지 문종이 서거하고 어린 나이에 즉위한 단종의 왕위를 빼앗은 것은 다름 아닌 삼촌 격의 수양대군이었다.
비록 실제의 역사를 관상이라는 미신적인 철학을 가지고 허구의 색채를 입혀 표현한 이야기로 영화 관상은 단순한 재미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이 겪는 사랑의 차이를 담고 있다.
역적의 가문에서 태어나 벼슬의 뜻을 이룰 수 없는 운명을 지닌 진형(이종석), 그 아들의 꿈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조선 제일의 관상가 내경(송강호), 그들과 함께 살아가며 살뜰하게 진형을 아끼는 팽헌(조정석)
아들이자 조카인 진형을 바라보는 내경과 팽헌의 사랑은 본질적으로 같으나 겉으로 드러나는 차이가 있다.
누구보다 진형의 벼슬에 대한 갈망, 그리고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보고 바꾸고자 했던 진형의 진심을 확인한 내경은 아들의 비운의 운명을 담아가며 김종서의 편에서 역모를 대비한다.
반면 황표정사의 논란으로 눈이 멀게 된 진형을 보며 복수심에 눈이 멀게 된 팽헌은 진형의 벼슬을 위해 자들과 대척점에 선, 역모를 꾸미는 수양의 편에 서게 된다.
수양에게 단종과 종서의 계획을 알리고 자신의 머리를 조아리는 팽헌의 장면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숨이 탁 막히게 하는 답답한 장면으로 그려지지만, 아님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처지와 형편을 먼저 생각하는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마음’은 무작정 비난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그릇된 일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조카를 위해 저버린 팽헌의 마음은 답답함보다 저미는 사랑으로 다가왔으며 극 중 또 다른 조카인 단종을 내 쳐버린 수양대군(이정재)과도 그 사랑의 철학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인 권력, 하지만 이는 곧이어 사라질 허무한 파도와도 같다.
당신들은 그저 높은 파도를 탔을 뿐
우린 그저 낮은 파도에 쓸려가고 있었던 것
높이 오른 파도는 언제든 부서지는 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