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씽크 5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PD Jun 16. 2022

다음 생에는 엄마가 내 딸 해.
내가 엄마 할게.

VR 휴먼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3' <엄마의 꽃밭>

-줄거리

 누군가의 딸이자 두 아들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워킹맘 김하나 씨. 열심히 살아왔고 그 덕에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 살아오면서 슬프기도, 힘에 부칠 때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엄마는 방패가 되어주셨고, 쉼터가 되어주셨다. 그렇게 첫째 아들을 엄마에게 맡기며 열심히 살아가던 어느 날. 엄마의 위암 재발 판정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둘째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엄마가 더 살고 싶은 욕심이 생길 수도 있으니. 하지만 둘째가 생겼다는 소식에 엄마의 대답은 눈물이었다. 자기도 없이 어떻게 두 아이를 키울 거냐며, 얼마나 힘들지 알기에 걱정이 먼저였던 엄마였다. 그렇게 너의 인생을 살라며, 하나 씨가 힘들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하길 바라던 엄마는 떠나셨다. 그리고 엄마의 꽃밭도 시들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옷 한 벌 사지 않고, 자신보다 항상 가족이 우선이던 엄마였다. 그렇게 살지 않을 거라고, 내 인생을 살 거라고 다짐했지만, 두 아이를 키우며 어느 순간 내 모습이 그토록 되고 싶지 않았던, 희생하던 엄마의 모습이 되어있다. 그때서야 엄마의 마음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엄마의 부재가 온몸으로 느껴지며, 아픈 그리움만이 남게 된다.     

  아무리 어른이 되어도 엄마의 존재는 무엇으로도 그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다. VR을 통해 가상현실 속에서라도 엄마를 다시 볼 수 있다면 어떨까. 하나 씨를 위해 젊은 날의 엄마와의 만남을 준비했다. 엄마의 꽃밭이 활짝 핀 집에서 엄마와 재회하는 하나 씨의 이야기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황폐해진 엄마의 꽃밭의 모습이다.                  

떠나간 부인을 그리워하며 눈물 흘리는 아빠의 모습. 가장 생생히 부인을 기억할 수 있는 ‘목소리’. 생전 부인과의 통화 녹음을 들으며 애써 그리움을 덜어보려 한다.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하나 씨. 어른이지만,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여전히 엄마의 품이 그립다. 어디에서도 편히 쉴 수 없는 ‘엄마’라는 역할에 치이며, 결국 다시 엄마가 필요해진다. 어릴 때나, 어른이 되어서나, 엄마의 품은 식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거기에 있을 줄 알았다.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없다는 걸 느낄 때마다 그리움은 배가 된다.      

그렇게 바라던 엄마와의 재회.    

엄마와 이쁜 풍경을 보는 하나 씨.     


아픈 기다림 끝에 듣게 된, 세상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따뜻함이 담긴 엄마의 위로.

‘엄마가 내 딸 해’.      

엄마가 준 것만큼 갚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않을까. 하나 씨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엄마’라는 존재의 무게를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이 말에 담겨있는, 가슴 아린 감사함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 한마디는 세상 모든 자녀들의 엄마에 대한 마음을 관통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엄마의 마지막 뒷모습         

마치 현실이 벽이 된 것처럼, 하나 씨는 엄마의 뒷모습을 좇다 벽에 부딪히고 만다.

그렇게 엄마를 다시 보내드린다. 

익숙해질 수 없는, 가슴 찢어지는 이별이지만, 엄마를 잠깐이라도 볼 수 있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감수할 수 있어 보였다.

가상현실 속 엄마와 처음 만났던 집. 엄마의 꽃밭이 활짝 피어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제 하나 씨와 가족들은 현실 속 엄마의 꽃밭을 다시 가꾸기 시작했다.  


-엄마의 꽃밭            

 엄마들은 왜 그럴까. 이상하리만큼 우리를 위해 산다. 당신은 가꾸지 않으면서 자식들은 무엇보다 소중히 가꾼다. 그렇게 수십 년을 우릴 위해 살았으면서 더 해주지 못해 미안해한다. 

당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꿈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포기했지만, 자식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자녀들이 바로 엄마의 꽃밭이기 때문 아닐까. 꽃을 피우기 전에는 어떻게 해야 이쁘게 필까 고민하고, 꽃을 피우면 이쁘게 피었구나 안심하며, 꽃이 지려하면 모든 것을 바쳐 다시 피게 한다. 그래서 하나 씨 어머니의 꽃밭도 그렇게 시들어 있었는지 모른다. 엄마의 꽃밭인 딸의 마음이 시들어 있었으니. 결국 엄마는 딸의 마음에 다시 한번 물을 줬고, 엄마의 꽃밭은 다시 꽃 피울 준비를 한다. 그렇게 가꿔지는 꽃밭을 보며 분명 하나 씨의 엄마도 활짝 웃고 계시지 않을까.

 대부분 모든 엄마의 꽃밭에는 엄마가 없다. 그러니 이제 우리의 꽃밭에 엄마라는 예쁜 장미 한 송이를 심어 보는 게 어떨까. 그리고 조금씩 들여다보자. 되려 미안함에 꺾이지 않게 조금씩 물을 주고, 고마움에 더 활짝 필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좋으니 거름이 되어보자. 

그렇게 세상의 모든 꽃밭이 예쁘게 가꿔지길 바라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