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가 아니라 동행입니다

사람, 인천 <3> / 인천외국인지원센터 김현경 센터장

“보호가 아니라 동행입니다”


인천에는 약 13만 명의 외국인 주민이 살아가고 있다. 숫자로만 보면 통계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언어와 문화, 직업과 가족, 꿈과 사연이 담겼다. 공항과 항만을 통해 들어온 노동자, 새로운 가정을 꾸린 결혼이민자, 유학을 온 청년들, 오랜 시간 한국에서 일해온 외국국적동포들. 이들이 살아가는 공간은 같다. 인천이다.


김현경 인천외국인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은 이 변화의 흐름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마주한다.


“안녕하세요. 인천시외국인종합지원센터를 방문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리 센터는 인천시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인권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조력자의 역할을 하고있습니다.”


첫 인사말은 차분했지만, 대화는 곧 ‘조력자’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오랜 현장 경험 속에서 외국인 지원 정책이 서 있어야 할 자리를 고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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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에서 동행으로, 질문을 바꾸다, 패러다임의 전환


그동안 외국인·다문화 정책은 ‘보호’와 ‘보살핌’의 언어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았다. 행정이 도와주고, 대상은 도움을 받는 구조. 물론 초기 정착 단계에서는 그러한 지원들이 필요하다. 체류 자격 문제, 임금 체불, 법률 상담, 의료 접근, 언어 장벽 등은 실제적인 어려움이다.


센터 역시 한국어 교육, 생활·노동·법률 상담, 통·번역 지원, 인권 상담, 문화 적응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주민이 한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기본 역할이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민자, 유학생, 외국국적동포 등 체류 목적이 다양해지면서 상담의 내용도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


그러나 김 센터장은 어느 순간부터 질문의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고 느꼈다.


“우리는 늘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를 고민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질문 안에는 이미 전제가 깔려 있었습니다. 도움을 받아야 할 존재라는 인식 말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외국인 주민들의 요청은 예상과 달랐다. 복잡한 제도 문제나 해결하기 어려운 민원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옆집 이웃이 물어볼 법한 일상적인 질문들이었다.


“커뮤니티 모임을 열고 싶은데, 공공시설은 어떻게 예약하나요?”

“아이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이 왔는데, 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싶습니다.”

“주민센터에서 진행하는 수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은데 어떻게 신청하나요?”


그 질문들은 ‘외국인으로서’의 특수한 요구라기보다, 이 지역에 사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볼 법한 궁금증이었다. 동네 이웃집과의 수다에 나올 이야기였다.


그때부터 정책의 관점이 조금씩 이동했다.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한 구성원. 시혜(施惠)의 객체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주체.


“이분들이 원했던 건 거창한 복지가 아니라 연결이었습니다. 지역사회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통로, 그 ‘커넥트’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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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될 때 다양성은 힘이 된다


다문화가정 학부모 단체에서 아이들이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대관하고 싶다며 문의를 해왔다. 센터는 절차를 안내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현장을 찾았을 때, 그곳은 단순한 학예발표회가 아니었다.


한쪽에서는 중국의 전통 차를 소개하며 마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베트남 음식을 나누고 있었다. 일본의 전통 놀이를 아이들과 함께 체험하는 코너도 마련돼 있었다. 공연을 준비한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와 이웃 주민들이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이야기 나누는 커뮤니티 축제가 됐다.


문화가 ‘소개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경험하는 일상’이 되는 순간이었다.


최근 큰 화제를 모았던 TV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는 최고의 재료를 모아놓는 것만으로는 최고의 요리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각 재료의 개성이 살아 있으면서도, 서로의 맛을 해치지 않고 어우러질 때 비로소 완성된 최고의 요리가 된다.


도시 역시 그렇다. 다양한 국적과 문화, 언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연결되지 않을 때 생긴다.


“다양성은 부담이 아닙니다. 조화를 이루는 구조가 없을 때 낯설 뿐입니다.”


인천은 이미 다문화 도시를 넘어 다국적 시민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로 접어들고 있다. 외국인 주민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체류 목적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제조업과 물류 산업이 발달한 산업도시이면서, 공항과 항만을 통해 세계와 연결된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천은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함께 조화를 이룰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센터가 만드는 ‘연결의 구조’


인천외국인종합지원센터의 역할은 단순히 상담을 처리하는 창구가 아니다. 한국어 교육과 기초 생활 상담을 넘어, 지역사회와의 교류 프로그램, 인식 개선 교육, 문화 나눔 행사 등을 통해 외국인 주민과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센터는 외국인 주민에게 언제나 열려 있는 공간이자, 소통과 교류의 장을 지향한다. 동시에 지역사회와의 만남을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행정 정보 제공, 공공서비스 이용 안내, 법률·노동 상담 등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자립과 참여를 돕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국인을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넘어서, 이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인식하는 것. 그 변화는 거창한 제도 개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동네 행사에 참여하고, 아이 학교 소식을 이해하고, 주민센터 프로그램에 신청하는 작은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인천은 경유지가 아니라 목적지다


흔히 인천을 ‘관문도시’라고 부른다. 대한민국으로 들어오는 문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김 센터장은 그 표현에 대해 되집어 봐야 한다고 했다.


“인천은 경유지가 아닙니다. 이곳에서 삶을 시작하고, 정착하고, 아이를 키우고, 미래를 설계합니다. 인천은 목적지여야 합니다.”


이미 많은 외국인 주민이 이곳에서 직장을 얻고, 가정을 이루고,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인천은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삶이 축적되는 장소다.


이민자 정책 역시 그 전제를 바탕으로 설계돼야 한다. 잠시 머무는 사람을 위한 임시 지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사람을 위한 지속 가능한 구조.


현재 이민자 정책은 지자체마다 방향과 방식이 다르다. 인천은 규모와 정책 경험 면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 김 센터장은 인천이 만들어가는 모델이 향후 대한민국의 기준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복잡하지 않다.


‘그들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인터뷰 말미, 김현경 센터장은 다시 한 번 말했다.


“문화는 달라도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외국인 주민에게 언제나 열려 있는 센터, 모든 외국인들의 소통과 교류의 장이 되겠습니다.”


보호가 아닌 동행. 지원이 아닌 연결. 객체가 아닌 구성원.

인천은 지금, 사람을 통해 도시의 의미를 다시 쓰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동네 주민으로서의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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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외국인종합지원센터


◎ 위치 : 인천광역시 남동구 예술로 192번길 40, 8층

◎ 대표전화 : 1833-6333

◎ E-mail : iscfr@iscfr.or.kr

◎ 홈페이지 : https://www.iscf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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