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호 인천시민대학 명예박사 인터뷰
90세에 다시 시작된 삶, “배우는 순간, 우리는 다시 청춘입니다”
인천에는 다양한 삶의 시간이 공존한다.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도 있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온 이주민도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긴 시간을 지나 다시 배움을 선택한 사람도 있다. 올해 아흔, 고재호 씨다.
삶이 멈춘 자리에서, 다시 책을 들다
그의 인생은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중국에서의 15년 생활, 건설업에 몸담았던 시절, 그리고 사업 실패와 함께 이어진 긴 공백.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돌아왔을 때, 그에게 남아 있던 것은 빚과 현실뿐이었다. 파산 절차를 거치며 겨우 숨을 돌렸던 시간. 그때 그는 다시 선택한다.
공부였다.
“그때부터 인생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78세. 누군가는 늦었다고 말할 나이에, 그는 처음으로 돌아갔다.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방식’이 됐다
고재호 씨에게 공부는 취미가 아니다. 삶을 지탱하는 방식이다.
“책을 보면 잡념이 없어집니다. 잡념이 없어지니까 잠도 잘 오고, 몸도 좋아져요.”
그는 매달 다섯 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 읽고 끝내지 않는다. 좋은 문장을 골라 정리하고,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과 나눈다. 그리고 다시 도서관에 기증한다.
“혼자 보면 내 것이지만, 같이 보면 모두의 것이 됩니다.”
연수도서관에 기증한 책만 200권이 넘는다. 배움은 개인의 축적이 아니라, 나눔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배움을 이어준 도시, 인천
그의 학업은 멈출 뻔한 순간이 있었다.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에 도전하려던 시기, 코로나로 길이 끊겼다. 그때 다시 연결된 곳이 인천시민대학이었다.
“배우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지 받아줍니다. 학력도, 나이도 따지지 않습니다.”
그는 4년간의 과정을 성실히 이수했고, 이날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대표 연설까지 맡았다. 배움이 이어질 수 있는 구조, 그 안에서 개인의 삶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이를 기준으로 삶을 나누지 않는다
그는 인터뷰 내내 ‘나이’를 기준으로 삶을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선택’을 이야기했다.
“나이 탓을 하면 아무것도 못 합니다. 배우는 데 나이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는 지금도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60대, 70대, 80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는 회고록을 집필 중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디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 자신의 삶으로 답을 남기겠다는 생각이다.
배움이 있는 도시,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
고재호 씨의 이야기는 개인의 특별한 의지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배우고 싶을 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환경,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교육 구조, 그리고 그 안에서 이어지는 관계.
그 모든 조건이 맞닿을 때, 삶은 다시 움직인다.
인천은 이미 그런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배움은 특정 세대의 것이 아니라, 삶을 이어가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짧게 말했다.
“배우는 순간, 우리는 다시 청춘입니다.”
그 말은 다짐이 아니라, 이미 살아낸 사람의 결론이었다.
■ 인천시민대학 시민라이프칼리지
◎ 인천시민대학은 도시 곳곳을 배움의 공간으로 확장한 인천광역시의 대표 평생학습 체계로,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교육 플랫폼이다. 대학·공공기관·민간기관이 함께 참여해 철학, 예술, 언어, 창업, 미래기술, 다문화, 건강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명예시민학위제를 통해 체계적인 학습 성과를 인정하고 있다.
◎ 2026년 시민대학은 3월 30일 개강하며, 수강 신청은 3월 16일부터 27일까지 평생학습이력시스템(LMS)을 통해 가능하다. 포털사이트에서 ‘인천시민대학’을 검색하면 접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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