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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자기 Aug 05. 2022

5억 적자에도 월급은 밀리지 않는다

자금을 대하는 대표의 마음에 관하여


소도시 창업 | 자금 편 인터뷰 ②

빚내서 5년 버틴 스타트업 ‘공장공장’ 박명호 대표의 시원 쌉싸름한 인터뷰 




✧ 이 인터뷰를 읽고 나면 다음 내용을 알게 됩니다. 

-자금을 대하는 대표의 마인드셋   
-자금을 집행할 때 적용하는 우선순위    
-로컬에서 거래처 관리하고 일감 따오는 법 
-인터뷰어가 낚아 올린 작고 소중한 인사이트







어느 겨울이었다. 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로 나가던 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로컬에서 살게 될 것 같아.’ 마치 계시 같은 선명한 예감의 순간이었다. 몇 년 후, 나는 작은 바다 마을 목포에서 로컬 라이프를 시작하게 되었다. 


로컬에서 살고 싶었던 이유는 단연코 미디어의 영향이 컸다. <안경>이나 <리틀 포레스트> 같은 영화가 보여주는 로컬의 여유로움과 그 속에서 찾아가는 나다움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실제로 경험한 로컬의 삶은 상상과 달랐다. 나는 서울에서보다 더 치열하게 일했고, 성장을 끝없이 고민했고, 좌절하기도 했다. 로컬에서 일한다는 것만으로는 내가 상상하는 삶을 살아갈 수 없었다. 


내가 상상했던 로컬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결국 돈이 필요했다. 명품을 사고 고급 요리를 먹기 위한 돈이 아니라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 내 사람들에게 마음껏 밥을 사고, 내 이웃에게 마음의 부담 없이 베풀 수 있는 돈. 이런 돈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돈이 얼마나 있어야 내 마음 가는 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그 금액은 가늠이 안 되고, 가늠되지 않는 만큼의 돈을 벌 방법은 더더욱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충실히 해내고 나의 이야기를  쌓아간다면 언젠가는 막연히 꿈꾸었던 진짜 로컬 라이프를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여유롭고 나다운 로컬 라이프를 살기 위해 지금을 치열하게 살아내야 하는 건 당연한 전제 조건이다. 공장공장의 박명호 대표 역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모두가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작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남 부럽지 않게(?) 치열하게 살아왔다. 코끝이 매콤해지는 박명호 대표의 치열한 사연을 직접 들어보았다. 




*인터뷰어: 김혜원(공장공장 콘텐츠 기획자)








근로자의 입장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날은 뭐니 뭐니 해도 월급날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월급을 주는 대표의 입장은 매우 다를 것 같아요. 대표에게 월급날은 어떤 의미인가요?

▶︎ 늘 걱정되는 날이죠. 공장공장의 급여일은 매월 1일인데요, 어찌어찌 1일을 넘기면 한 열흘 정도는 마음이 편해요. 그러다가 중순이 되면 슬슬 걱정되기 시작해요. ‘자금 상태가 영 안 좋은데 어떻게 하지?’, ‘이번 달은 괜찮을까?’ 하면서요. 그런데 급여일 당일에 급하게 자금을 마련해서 지급한 적은 있어도 급여를 밀린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밤낮없이 일하고 자기 주머니를 털어 회사를 운영하면서 온갖 고생을 하고 있는데, 현재 대표 월급으로 만족하세요?

▶︎ 받을 만한 돈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받은 돈도 다시 공장공장에 투자하고 있긴 하지만요. 사실 개인적으로 사업할 때나 프리랜서였을 때 돈은 훨씬 더 많이 벌었어요. 월 2천만 원 정도 벌 때도 있었거든요. 지금은 그만큼 월급으로 가져가지는 못하지만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 과정을 잘 보내야 좋은 보상도 받을 수 있겠죠. 



얼마를 받으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월급으로 먹고살 만한가요? 

▶︎ 나쁘지 않아요.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고 있기도 하고요.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큰 틀을 짜놓은 상태거든요.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하는 시기도 있었고 그때 직원들이 많이 이탈하기도 했지만, 이 과정을 거쳐야 우리가 준비하는 일을 비즈니스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하게 운영되고 작은 생태계가 생기면, 이곳에서 살면서 일하는 누구나 경제적으로도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겠죠.



명호 씨 눈빛이 슬퍼 보이는 건 착각이겠죠…?



대표님은 월급에 만족하시는 것 같은데, 직원들은 어떨지 궁금하네요(웃음). 직원 연봉은 어떻게 책정하세요?

▶︎ 객관적으로 성장이 보일 때와 아닐 때가 좀 다른데요, 제안한 연봉 협상안이 이해되면 진행하고 아니면 같이 고민해봐요. 기본적으로 ‘내가 그 사람이면 어떨까’ 하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어요. 그래서 5억 적자가 났을 때를 포함해서 한 번도 임금을 동결한 적이 없어요.


 

적자가 났을 때도 임금을 올려준다는 건 단단한 결심이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었겠네요. 그럼 평균적인 임금 상승률은 어떻게 되나요?

▶︎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요, 평균 10% 내외라고 보시면 돼요. 협상 기준은 두 가지가 있는데요, 직원들 각자가 연초에 발표하는 개인별 성과를 바탕으로 해서 제가 개별적으로 프로젝트마다 메모해둔 기록을 보고 논의해요. 



저도 그렇지만 직원들이 주로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라 자취를 하기 때문에 숨만 쉬어도 돈이 술술 빠져나가는데요, 공장공장의 월급으로 직원들이 먹고살 만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공장공장의 현재 상황에 맞는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공장공장이 로컬에 있다고 해서 로컬 연봉 수준으로 급여를 책정하지는 않았어요. 로컬 회사들은 대체로 연봉이 매우 낮은 편이거든요. 



자취하느라 힘든 직원들의 뒷모습(X) 워크숍 가서 신나게 놀다가 지친 뒷모습(O)



공장공장에서 일하면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야근을 하면 휴가로 돌려준다는 점이었어요. 작은 조직에서 야근 수당을 챙겨주는 건 드문 일이니까요. 

▶︎ 저는 줄 수 있는 최대치를 주면 상대가 성과를 내줄 거라는 신뢰가 있어요. 이런 신뢰가 없으면 고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럼 프로젝트별로 성과금을 지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겠네요. 

▶︎ 경험상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도 “나중에 챙겨줄게.”, “연봉 협상 때 반영해줄게.” 하면서 고생한 만큼 보상을 안 해주는 곳이 많았어요. 신뢰가 무너지는 거죠. 일에 몰입하고 성과를 내주는 사람들을 착취하는 구조는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희도 많이 부족하죠. 하지만 성과를 반영하는 연봉 협상과 야근 수당이나 인센티브를 지급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빚을 내서 직원 월급을 챙겨주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어떤 상황이었길래 빚까지 내야 했나요?

▶︎ 큰 자금을 계속 공간에 투자해왔는데요, 그 사이사이에 규모 있는 용역을 맡게 되면서 자금 흐름이 꼬일 때가 많았어요. 주기적으로 대출을 받아 직원 월급을 주거나 프로젝트 대금을 지급했죠. 기반을 잡아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대표라고 해도 빚내서 직원 월급 주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 그게 대표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요구만 하고 권한만 행사하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빚이 얼마나 남았어요?

▶︎ 아직 다 상환하지는 못했어요. 투자하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죠. 



명호 씨 등이 슬퍼 보이는 건 착각이겠죠…?



계속 버티면서 안정화를 도모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요, 자금도 시간도 인력도 계속 투자하는 상황, 솔직히 불안하지는 않으세요? 

▶︎ 과제이면서 고민이기는 해요. 하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죠. 시간이 들어가면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거든요. 제대로, 후회 없이 했다는 전제가 있지만요. 투자한 것도 많고 빚도 있지만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쌓여서 독보적인 위치를 다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일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끝을 보고 싶어요. 



자금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신중해야 할 것 같은데 자금 집행할 때 우선순위가 있나요?

▶︎ 예전에는 복잡하게 생각했지만 요즘에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1년 뒤에 꼭 필요한 일에 돈을 쓰고 있나?’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죠. 돈이 없어도 꼭 필요한 일에는 자금을 투입해요. 오래된 여관 건물인 ‘우진장’을 공사하거나 채식 식당 ‘최소 한끼’를 운영하는 것도 여력이 있어서 한 건 아니었고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숙소와 식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계획했던 거였죠. 해야 하는 일은 어떻게든 방법을 만들어서 해결하면 돼요. 그게 대표의 또 다른 역할이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투자했던 목포의 채식 식당 ‘최소 한끼’



그럼 그 우선순위 중에서 이건 좀 잘 썼다 하는 돈이 있을까요?

▶︎ 연봉을 올려주거나 보상을 주거나 하면서 쓴 돈이요. 아무래도 사람한테 쓴 돈은 안 아까운 것 같아요. 



반면에 이렇게 썼던 건 좀 아쉽다 하는 돈은 있나요?

▶︎ ‘괜찮아마을’의 마중물 사업이 되어준 용역을 진행하기 위해 공간을 급하게 조성할 때 썼던 돈이 좀 아쉬워요.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종료한 다음 어떤 비즈니스가 될지 구체적으로 준비하지 못하고 당장 급해서 지출한 돈이었거든요. 어찌어찌 완성해서 공간을 임시로 쓰긴 했지만 나중에 제대로 활용하려니 손볼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더라고요. 



어떻게 돈을 쓰느냐는 특히나 작은 조직에 늘 고민거리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자금을 굴릴 수 있을까요? 

▶︎ 자금은 사람에게 투자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내가 못하는 부분을 맡겨서 시너지가 나면 자금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한 게 되는 거니까요. 직원들에게 투자하면 조직문화나 성과로 회수되고, 외부 인력에 맡기면 전문가가 더 탁월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죠. 공사할 때도 직접 할 수 있어도 더 잘하는 외부에 맡기는 것이 나은 것처럼요. 



오래된 여관 ‘우진장'의 비포&애프터







로컬에서 5년 버틴 스타트업 대표가 생각하는 돈 잘 버는 법, 로컬에서 거래처 관리하는 법, 

인터뷰어가 정리한 인사이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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