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갑자기 Jul 22. 2022

돈이 아닌 건물을 투자 받았다

로컬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자&지원 사업 전략


소도시 창업 | 자금 편 인터뷰 ①

빚내서 5년 버틴 스타트업 ‘공장공장’ 박명호 대표의 시원 쌉싸름한 인터뷰




✧ 이 인터뷰를 읽고 나면 다음 내용을 알게 됩니다.

-지분 투자가 아닌 간접 투자 방식의 장단점   
-지원 사업을 받기 전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부분   
-지원 사업을 받을 수 있는 팁
-인터뷰어가 낚아 올린 작고 소중한 인사이트







혹자는 빚도 능력이라고 하는데 나는 빚이 두렵다. 신용불량자가 될까 무서워 카드 대금을 단 한 번도 연체하지 않았고, 그 흔한 학자금 대출도 안 받았다. 빚 없이 살다 보니 빚이 더 두려운 존재가 되었다. 아직 만난 적은 없지만 확실하게 두려운 존재 - 좀비나 괴물처럼 말이다.


그런데 내 피 같은 돈으로 거래처 대금을 지급하고 빚내서 직원 월급을 준다? 대체 어떤 마음으로 회사를 운영하면 이런 일이 가능할까? 백만 원도 천만 원도 아닌 무려 억대의 빚을 내서 말이다. 몇 억을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라도 하면 어느 정도 수익이 예상되기라도 하는데, 대가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곳에 ‘쌩돈'을 들이부어야 한다니 상상만으로도 손이 다 떨린다.


자기 돈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의 마음을 상상해봤다. 처음에는 당장 급하니까 임시방편으로 자기 주머니를 털었을 것이고, 모아둔 돈이 바닥나면 지인이나 가족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았을까.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은행 문을 두드렸겠지. 제가 이래 봬도 연고 없는 지역에서 사업하면서 이슈도 좀 만들어봤고요, 이전에는 혼자서도 월 매출 몇 천씩 만들었던 사람인데요, 어떻게 대출 좀 안 될까요? 하면서 읍소하듯 상담하지 않았을까.


차라리 회사 운영하는 재주를 가지고 혼자 프리랜서로 일하며 적당히 버는 게 몸도 마음도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건 결국 “내 모든 걸 다 바쳐서 회사가 다루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네!”라고 확고하게 대답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업을 통해 만들어가고자 하는 세상이 대표의 미션과 일치하기 때문에 대표의 모든 것을 투자해서라도 버티고 이끌어가는 것이리라.


소도시에서 시작된 스타트업 공장공장은 투자 받고 빚도 내고 아쉬운 소리도 하며 5년을 버텨왔다. 월급날인데 잔고가 바닥인 때도 있었고, 사정해서 거래처 대금 지급을 연장하기도 부지기수였다. 발만 동동 구를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다. 그것이 대표라는 직함을 설명하는 수식어였다. 숱한 위기를 헤쳐 온 공장공장 박명호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어: 김혜원(공장공장 콘텐츠 기획자)








명호 씨를 보면 밤낮없이, 주말도 없이 일하는 것 같아요. 저에게 입사 관련 메일을 보내신 시각이 주말 밤이어서 ‘이 회사, 가도 되나?’ 하기도 했었죠(웃음).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매일을 보내고 계시는데요, 보통 하루를 어떤 식으로 보내시나요?  

▶︎ 직원들이 근무하는 낮 시간에는 주로 직원들과 논의하고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을 처리하고요, 저녁 7시 넘어서 직원들이 퇴근하면 그때부터 제가 해야 하는 다른 업무들을 처리하는 편이에요. 주말에도 비슷한 것 같아요.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하는 채식 식당 ‘최소 한끼'도 관리하고 있어서 낮에는 관련 업무를 직원들과 같이 처리하고, 나머지 시간에 제가 할 일에 집중해요.



제주도 도로 위에서도 일하는 대표의 삶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돈은 어떻게 벌리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공장공장의 매출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어요?

▶︎ 시기별로 매출 구성이 달라지는데요, ‘괜찮아마을'을 운영하기 전인 2018년 상반기까지는 기획과 용역이 50%이고 여행이나 프로그램 운영으로 30%, 나머지 20%는 굿즈 판매로 이루어져 있었어요. 그러다가 ‘괜찮아마을’을 운영하면서 2021년 상반기까지 ‘괜찮아마을’ 관련 매출이 80%였고 나머지가 용역이었죠. 그 이후로 공장공장을 기획사로 정비하면서 기획과 용역 비율이 확 높아져서 80% 정도가 되었고, 공간과 굿즈가 나머지 20%를 차지하고 있어요.



이전 인터뷰에서 공장공장은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 없이 시작하셨다고 하셨는데, 그렇다 보니 매출 구성도 시기별로 큰 변화가 보이는 것 같아요.

▶︎ 공동 창업자인 동우 씨와 제가 각각 업으로 해오던 일을 하나로 합치기 위해 만든 회사여서 그런지 핵심 비즈니스가 정의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도 일반적이지는 않았죠. 처음에는 기존에 하던 기획이나 디자인, 여행 관련 일을 하다가 여행에 새로운 기획을 덧대어 ‘괜찮아마을'을 만들었어요. ‘괜찮아마을’은 공간 기반으로 기획했다가 여행 기반의 비즈니스가 작동되는 구조를 세웠죠. 요즘에는 공장공장을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우리가 잘하던 기획하고 상품 만드는 일로 다시 돌아가고 있어요.



비즈니스 흐름에 따라 자금 흐름도 시기별로 많이 달랐을 것 같네요. 그럼 먼저 자금에 대한 초기 이야기를 여쭤볼게요. 자본금은 어떻게 마련하셨어요?

▶︎ 가진 돈이 없어서 대출로 자본금 3천만 원을 마련했어요. 2천만 원 정도는 신용대출로 마련하고 나머지는 지인에게 빌렸어요. 사실 공장공장은 동우 씨가 설립했던 기존 법인 ‘익스퍼루트'를 이어온 법인인데요, 법인 설립비와 세금 절감 차원에서 법인명만 바꿔서 시작했죠. 그래서 정확히 말하면 제가 법인에 운영비를 넣고 동우 씨의 법인 지분을 양도 받으면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거라고 할 수 있어요.



은행에서 상담 차례를 기다리는 간절한 두 손



자본금은 마련한다 해도 비즈니스를 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아 추가 자본이 필요했을 텐데, 중간에 증자도 하셨나요?

▶︎ 2020년에 2억 원을 증자했어요. ‘괜찮아마을’ 비즈니스에 대한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투자가 많이 필요했거든요. 추가로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융자를 받으려면 재무 구조도 안정을 찾아야 했고요.



2억이 개인에게는 큰돈이지만 사업을 운영하면서는 금방 사라지는 돈이기도 하죠. 추가로 돈을 투입하지는 않으셨어요?

▶︎ 증자 외에도 대표자가 법인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돈을 계속 넣었죠. 다해서 한 5억 원 정도를 투입한 상황이에요.



'억' 소리 나는 금액이네요. 아무래도 초기에는 바로 성과가 나오지 않다 보니 계속 자본을 투입하게 되는데요, 초기 재무 상태는 어땠어요?

▶︎ 초기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용역도 꾸준히 받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프로젝트 반응도 괜찮았고요. 그러다가 준비 중이던 ‘괜찮아마을'의 공간 조성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2018년에 6억짜리 행정안전부 용역을 하게 됐는데요, 당시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여서 휘청거리게 되더라고요.



이전 인터뷰에서도 ‘괜찮아마을'을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공유해주셨었죠. 용역 예산으로 공간 조성비를 쓸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그 길이 막혀서 급하게 자부담으로 공간을 만드셨다고요.

▶︎ 정말 큰 부담이었어요. 뜻하지 않게 자비로 2억 원을 들여 공간을 조성해야 했으니까요. 그나마도 급하게 만들어서 제대로 쓸 수 없는 공간이 되었거든요. 그래도 이 사업을 통해서 ‘괜찮아마을'이 큰 반향을 일으켜서 비즈니스적으로도 해 볼 만하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추가로 투자해서 프로그램 상설 운영을 준비했는데 갑자기 코로나가 터져서 투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하기는 어렵게 되었죠.



열심히 달릴 준비를 마쳤는데 타이어에 펑크가 난 듯한 시기였다.



이제 달릴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 펼쳐졌군요. 그럼 코로나 이후로는 재무적으로 어려움이 있으셨겠네요.

▶︎ 그때는 한 해를 다 보내지 않고도 이미 적자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사업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고, 원래 잘하던 일을 정상화하는 데에 힘을 쏟았어요. ‘괜찮아마을' 브랜드를 중심으로 진행하던 사업화 자체를 포기했고, 다시 사업 구조를 개편했죠. 기존에 투자했던 것들이 시너지가 나도록 구조를 만드는 데에 주력했어요. 채식 식당인 ‘최소 한끼'를 자회사로 만들고 경영에 적극 관여해서 운영을 정상화했고요, ‘괜찮아마을'은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켜서 각자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물론 서로 필요할 땐 협업도 하고요.



사업의 큰 틀을 뒤엎고 정리하는 작업이 고난 길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는데요, 힘들게 정비한 만큼 결과가 궁금해지네요. 개편한 구조가 잘 돌아가고 있나요?

▶︎ 지금은 투자를 최소화하고 공장공장이 가진 복잡한 사업 구조를 단순화해서 재무적으로 안정을 도모하고 있어요. 식음료, 교육, 여행, 공간 등 공장공장이 가진 인프라가 제법 많은 편이라서 정리할 부분은 정리하고 활성화할 영역은 활성화하는 시기에요. 공장공장이 기획사이자 컴퍼니 빌더로서 역할을 하면서 관계 회사와 브랜드 들도 정상화되고 있죠.



그럼 최근의 재무 상태는 어떤가요?

▶︎ 공간을 재정비하고 콘텐츠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본격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지만, 비즈니스를 정상화하는 시기라서 바로 흑자가 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지금은 손실을 최소화하고 단계적으로 매출 10억 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예요. 차차 정상화되어서 내년에는 수익이 나는 정도의 속도로 갈 수 있게 하려고 모두 함께 고생하고 있어요.



사업 정상화를 위해 함께 고생하고 있는 대표와 직원들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무 상태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출렁일 때가 있을 것 같은데요, 자금이 부족해서 발을 동동 구를 때는 없었나요?

▶︎ 사실 자금 부족은 일상 같은 일이죠. 공장공장이 직원을 고용한 뒤 한 번도 급여를 미지급하거나 밀린 적은 없다는 게 기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요. 양해를 구하고 용역 대금 지불 시기를 조정한 적도 숱하게 많았어요. 늘 피 말리는 순간들이었죠. 돈 때문에 신뢰도 사람도 잃게 되니까요.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 자금난 때문에 투자 받게 되는데요, 지분 투자 받을 생각은 안 하셨어요?

▶︎ 안 한 건 아닌데요, 여력이 없었어요. 초기에 ‘괜찮아마을’ 등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수습하느라 투자 받겠다는 생각은 거의 못 했거든요. 이전에 다른 스타트업에서 지분 투자의 안 좋은 면을 경험해서 선뜻 시도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요.



그럼 투자는 아예 안 받으신 건가요?

▶︎ 지분 투자 같은 직접 투자는 아니지만 다른 방식으로 투자 받았어요. 목포에 오게 된 이유도 ‘우진장’이라는 오래된 여관 건물을 무상으로 빌려주는 간접 투자를 받게 되었기 때문이었죠. 그 외에도 건물을 구입할 대금을 빌려주시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자금을 대여해주시는 방식도 있었어요. 지금 사무실 겸 코워킹 스페이스로 운영하는 ‘반짝반짝 1번지’ 공간도 저희가 지정한 건물을 투자자님이 매입하신 후에 보증금 없이 장기간 빌려주시는 방식으로 도움을 받고 있고요.



독특한 방식으로 투자를 많이 받으셨는데, 그 투자자들과는 어떻게 만나게 되신 건가요?

▶︎ ‘우진장’을 무상으로 빌려주신 강제윤 시인님은 제주에서 진행했던 팝업 프로젝트 ‘한량유치원’의 손님으로 오셨던 분이에요. ‘반짝반짝 1번지' 건물은 강제윤 시인님 소개로 알게 된 전(前) 벤처 사업가 나기철 선생님에게 도움을 받았고요. 다른 투자자님들도 저희가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시고 투자를 결정하시고는 했죠. 물론 사업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생길 때 역으로 제안 드린 경우가 더 많았고요.



간접 투자 받은 건물을 코워킹 스페이스 ‘반짝반짝 1번지'로 재탄생시켰다.



투자라는 게 받으면 좋긴 한데 그만큼 제약도 생기고 압박도 받는 것 같더라고요. 간접 투자도 비슷할 것 같은데, 투자 받아서 부담스러운 점이 있다면 뭘까요?

▶︎ 건물을 간접 투자 받는 경우에는 공간 위주로 운영하다 보면 몸집이 커져서 신속한 대응이 어렵더라고요. 일반 임차료에 비해 낮게 책정되기는 했지만 건물 임차료를 투자자님에게 매월 드리면서 투자한 자금의 일정 부분을 월마다 돌려드린다는 점도 지분 투자와는 다른 점이죠.



그럼 건물을 간접 투자 받은 것의 좋은 점은 뭘까요?

▶︎ 큰 자본 들이지 않고 공간과 시설을 조성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어요. 건물을 매입하고 수리하는 것도 간접적으로 투자 받았는데, 이런 투자가 없었다면 초기 스타트업이 공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기는 쉽지 않았을 거예요.



어떤 방식의 투자든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군요. 만약 아무 조건 없이 10억 원을 투자 받게 된다면 뭘 해보고 싶으세요?

▶︎ 다시 사람에 투자해보고 싶어요. 공장공장이나 ‘괜찮아마을’처럼 소도시 기반으로 변화를 만들고 있거나 만들 수 있는 스타트업에 조금씩이라도 투자해서 그들이 뿌리를 내리도록 돕는 거죠.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소도시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쉽게 문 닫지 않는다는 믿음, 한번 자리 잡으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증명할 모델을 만들고 싶거든요. 이런 과정을 통해 공장공장이 컴퍼니 빌더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조금씩 이루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지원 사업에 선정되는 팁, 준비할 때 참고할 조언, 인터뷰어가 정리한 인사이트까지!

초기 스타트업에 단비가 되어주는 지원 사업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로컬 콘텐츠 브랜드 '갑자기'  웹사이트에서 인터뷰 전문을 확인해보세요!





✧ 다음 이야기 | #대표의월급날 #밑빠진독 #자금전략

직원일 때에는 목 빠지게 기다리던 월급날, 대표가 되니 두렵다? 작은 스타트업에서 야근 수당과 프로젝트 성과금을 챙겨준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은 스타트업의 자금 흐름, 과연 어떻게 개선해나갔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함께 잘 먹고살기 위해 5년을 버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