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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자기 Jul 01. 2022

함께 잘 먹고살기 위해 5년을 버텼다

서울도 아닌 목포에서 '죽음의 계곡'을 건넌 사람들


소도시 창업 | 창업 편 인터뷰 ③

목포에서 5년 버틴 스타트업 '공장공장' 박명호 대표의 솔직 매콤한 인터뷰   




✧ 이 인터뷰를 읽고 나면 다음 내용을 알게 됩니다. 

-초기 스타트업이 로드맵을 그려야 하는 이유  
-다른 사업은 접고 공장공장은 5년 이상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창업에 잘 맞는 성향과 창업에 필요한 각오  
-인터뷰어가 낚아 올린 작고 소중한 인사이트






사람들은 왜 창업하고 싶어할까? 돈 아니면 꿈 때문이지 않을까? 막연히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로 잡코리아와 알바몬에서 직장인과 대학생 995명을 대상으로 창업하고 싶은 이유를 조사해보니, 첫 번째 이유가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50.8%)’였고 근소한 차이로 두 번째 이유로 꼽힌 건 ‘평소 하고 싶던 일 하며 만족을 찾기 위해(49.0%)’였다.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창업을 꿈꾼다. 작고 귀여운 월급으로는 여유롭고 안정적인 삶을 보장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월급을 아껴서 차곡차곡 모으면 집도 사고 차도 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창업을 고민하고 선택한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현실적인 이유만으로 창업을 꿈꾸지 않는다. ‘평소 하고 싶던 일 하며 만족을 찾기 위해’라는 이유가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를 바짝 추격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이유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이유와 결이 달라 보이지만,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는 근본적인 욕구는 동일하다. 사람들은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창업을 꿈꾸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 시작되었든 창업을 통해 자신만의 일을 만들고 해내는 삶은 녹록지 않다. 직장생활도 서럽고 치사하고 더러운 순간이 많지만 창업도 그 못지않게, 어쩌면 그보다 더 힘들다. 그런데 때로 창업가는 사람들에게 때로 이런 말을 듣는다.   



“그래도 넌 하고 싶은 일 하잖아.” 



사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차피 일이란 힘든 것이니 그나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더 낫지 않을까?’ 그러나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한마디로 창업의 모든 고난과 역경을 상쇄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내 빚을 내서 회사를 운영하고, 사람들과 크고 작게 부딪히고, 온갖 문제를 해결하고, 모호함 속에서도 어떻게든 답을 찾아가야 하는 것. 그것이 창업가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일까? 창업가라는 쉽지 않은 길을 5년 넘게 걸어온 공장공장 박명호 대표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어: 김혜원(공장공장 콘텐츠 기획자)








저는 회사 메일에 의미 부여를 하는 편이라서 명함을 받으면 유심히 살펴보고는 하는데요, 명호 씨 메일 주소는 start@emptypublic.com이더라고요. 왜 메일 주소를 시작start으로설정하셨어요?

▶︎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고 새롭게 판을 짜서 제안하는 일을 좋아하거든요. 그런 일이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과 연결되기 때문에 이렇게 지었어요. 

 


그렇지 않아도 인터뷰하면서 다채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판을 짜는 걸 좋아하신다고 느꼈어요. 그럼 공장공장 창업 전에는 어떤 판을 벌이셨나요?

▶︎ 출판, 홍보, 여행, IT 등 여러 분야에서 판을 벌이고 일을 해왔어요. 특정 분야를 고집하기보다는 브랜드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죠. 대학생 때는 대학교 신문사 편집장을 2년 동안 맡으면서 신문사 제호부터 판형의 변화를 주도했고요, 지인 출판사에서 책 편집부터 교정, 웹사이트 제작 등 많은 일을 담당하기도 했어요. 대기업 홍보팀에 들어가서는 사보를 개편하며 브랜드로 만들고 싶었는데,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분명해지더라고요. 이런 경험을 통해 직접 팔리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꿨죠. 



그럼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하신 건가요?

▶︎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요. 퇴사 후에 공장공장 공동 창업자인 동우 씨와 전국 일주 여행이라는 판을 만들고 싶어서 여행사 ‘익스퍼루트’를 만들고, 여행하면서 생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판을 만들고 싶어서 ‘여행대학’을 만들었어요. 



창업이란 게 그렇게 하고 싶다고 바로 할 수 있는 건가요? 

▶︎ 물론 바로 창업한 건 아니고요, 앞서 말씀드린 다양한 일을 주도적으로 경험해왔고, 스타트업에서 여러 직무를 맡아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차근차근 창업으로 나아가게 된 거죠. 



해오신 일을 듣다 보니 분명 회사 일만 벌이지는 않으셨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도 하셨어요? 

▶︎ 하긴 했는데요, 본업과 같이 진행하기보다는 사이드 프로젝트에만 몰입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이드'가 아닌 ‘메인’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는 ‘목욕탕’이라는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찍고 책을 팔면서 좋아하는 일에 브랜드 이름을 붙였어요. 목욕탕 옆 인간극장, 목욕탕 옆 사진관, 목욕탕 옆 책방처럼요. 목욕탕 관련 페이지를 만들고 기록을 쌓아갔죠. 그러다 보니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스스로 브랜드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목욕탕 프로젝트로 협재해수욕장에서 책을 팔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이것저것 판도 벌이고 사이드 프로젝트도 해오셨군요. 그런데 다른 이야기가 아닌 ‘로컬에서 창업한 이야기'를 지금 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을까요?

▶︎ 이미 로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괜찮아마을’ 같은 지역살이 프로그램도 많이 활성화된 시기인데요, 이제 로컬을 말할 때 누군가는 지역살이 관점에서 벗어나 ‘일'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역살이는 지역을 가볍게 경험해보는 단계의 프로그램인데, 프로그램 참여 후에 ‘지역살이 다음에는 뭘 할 수 있지?’라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거든요. 창업을 이야기하면서 지역에서 살아갈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흔히 ‘로컬 창업’이라고 하면 부모님이 계신 고향에 정착해 가게를 연다든가 가업을 이어받는 경우를 떠올리잖아요. 연고 없는 곳에서 자체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온 공장공장은 좀 특이한 케이스인데요, 초기에 그렸던 공장공장의 로드맵은 어떤 모양이었는지 궁금해지네요. 

▶︎초기에는 작은 브랜드를 여럿 만들고 브랜드와 공간을 엮어서 비즈니스를 운영할 계획이었어요. 2018년 상반기까지 펍 브랜드 ‘제2막’, 옷 브랜드 ‘장래희망은 한량입니다’ 등을 준비하면서 ‘괜찮아마을’이라는 공간을 기획했죠. 2017년에 기획했던 ‘한량유치원’이 마음 편하게 널브러지는 공간을 지향했다면, 2018년에 기획한 ‘괜찮아마을’은 ‘한량유치원’ 같은 공간이나 브랜드가 모인 마을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좋아하는 브랜드와 공간, 사람들이 모여서 마을, 그러니까 생태계를 이루면 그 비즈니스도 의미 있고 수익도 나겠다는 가설을 세웠어요. 



수많은 고민이 담긴 초기 로드맵



어떠한 가설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의 초기 스타트업이 로드맵을 그린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모호함 속에서도 단계적인 계획을 세우는 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자신과 동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예요. 큰 목표를 한 번에 이루긴 어려워도 작은 것부터 하나씩 이루어가다 보면 목표에 다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라도 로드맵이나 사업 계획을 통한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답변을 듣고 보니 꼭 필요한 단계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 초기 스타트업이 로드맵을 구상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면 뭘까요? 

▶︎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창업자이자 기획자로서 계획을 세울 때 유의했던 점이 몇 가지 있어요. 먼저 시각적으로 구현해보는 건데요,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시각화해서 한 눈에 계획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그다음에는 단계별로 할 수 있는 만큼 계획하는 건데요, 너무 무모하면 실행조차 못 하게 되더라고요. 기회는 결국 발견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실현 가능한 계획을 하나씩 세웠어요. 어느 정도 계획안이 구체화되면 선배들에게 자문 받아보기를 추천해요. 본인 생각에는 적당해 보여도 지나치게 무모하거나 불확실한 계획일 수 있거든요. 



여러 고민을 거쳐서 공장공장의 로드맵을 만들어오셨겠군요. 공장공장은 그 로드맵을 기준으로 지금 어디쯤 와있을까요?

▶︎ 현재는 거의 다시 창업하는 시기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공장공장은 2017년 최초에 진행하던 비즈니스를 다시 시작하고 있고, 괜찮아마을은 비즈니스 영역(여행, 교육)을 명확히 하고 고도화 하고 있거든요. 여전히 작은 브랜드를 만들고, 그 브랜드를 통해 생태계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죠. 그래도 그동안 쌓아온 역량과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여준 브랜드를 이미 만들어낸 단계이니까, 로드맵의 중간쯤 와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아직 로드맵의 결승선까지 다다르지는 않았지만 창업 후 5년이 지났으니 기존 사업과 비교할 만큼의 데이터는 쌓였을 것 같아요. 다른 사업은 접었고 공장공장은 5년이나 버틴 데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 사람에 있다고 생각해요. 공장공장 이전에 만난 사람들 중에는 겉으로는 멀쩡하고 오히려 대단해 보이는 사람도 있었는데요,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신뢰가 많이 무너졌거든요.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힘들고 가난하고 열악하지만 신뢰를 기반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버틴 것 같아요. 같이 해나가다 보면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신뢰, 모두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요. 이렇게 일하다 보면 결국 모두 잘 살게 될 거라는 꿈을 꾸는 거죠.  



신뢰를 기반으로 함께 일했던 동료들



지금까지 해온 일을 되돌아보았을 때 대표적인 사업이나 성과로는 어떤 일을 꼽을 수 있을까요? 

▶︎ 가장 큰 성과는 ‘괜찮아마을' 같은 브랜드를 어떻게든 돈 버는 비즈니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유료로 운영하는 지역살이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전주국제영화제에 ‘괜찮아마을'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됐고, KBS나 BBC 같은 국내외 언론에도 소개되었거든요. ‘괜찮아마을'을 다룬 논문*도 3편이 나왔고요. 전국 곳곳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아는 브랜드가 되면서 지역살이의 표준을 제시하기도 했죠. 공장공장은 ‘괜찮아마을'을 기반으로 크고 작은 기획사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왔는데요, 이제 그 포트폴리오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어요. 

그밖에는 ‘장래희망은 한량입니다’ 브랜드를 론칭하고 티셔츠나 멜빵바지 같은 굿즈를 만들었던 것이 떠오르네요. 하나의 매거진에 하나의 섬을 다루는 ‘매거진 섬’도 있고요. 그리고 목포까지 히치하이킹으로 여행하는 ‘히치하이킹 페스티벌’과 서울 밖 스타트업을 서울 한복판에 모아 소개하고 네트워크를 만들었던 행사 ‘지방에서 왔습니다’를 꼽을 수 있겠네요. 


*’괜찮아마을'을 다룬 논문: 

-양주은, “韓国の若者の生きづらさを緩和する若者対象のリトリートプログラムの意義(삶이 괴로운 한국 청년의 고통을 완화하는 청년 대상의 리트릿 프로그램의 의의)”, 2020 (링크)

-김하윤, “성공한 지역공동체를 위한 창조적 장소 만들기: 목포 ‘괜찮아마을’ 사례를 중심으로”, 2021 (링크)

-김유림, “유휴공간 활성화 사업에 따른 지각된 가치가 만족, 장소 애착, 행동의도 및 지지에 미치는 영향 : 전라남도 목포시 구도심 ‘괜찮아마을’을 중심으로”, 2021 (링크)



브랜드 론칭부터 출판, 행사 기획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성과를 대표 사업으로 꼽으셨어요. 각기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사업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나요?

▶︎ 서울 밖 소도시에서 무엇으로 먹고살지 고민하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함께할 사람들을 모으고 이들과 무엇을 해야 비즈니스가 성립할지 검증하고 실험해왔거든요. 그런데 뒤돌아보니 결국 제가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들이긴 하네요(웃음). 



소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민하고 시도한 일들



자연스럽게 업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의 욕구를 충족시키셨군요. 진정한 덕업일치가 아닐까 싶네요. 그럼 성과가 조금 아쉬웠던 사업은 뭔가요? 

▶︎ 앞에서 말했던 ‘장래희망은 한량입니다’ 브랜드를 계속 이어가지 못한 게 아쉬워요. 용역을 하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거든요. 자금을 많이 투자했던 공간 비즈니스도 ‘괜찮아마을’ 사업 정상화에 힘을 쏟다 보니 상업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려웠던 게 아쉽네요. 그래서 최근에 정상화 작업에 힘쓰고 있어요.



정상화 작업이라고 하시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요?

▶︎ 공장공장의 자체 콘텐츠를 활성화하는 작업이에요. 이전에는 ‘괜찮아마을’ 같은 신규 프로젝트가 많은 관심을 받아서 거기에 집중하면서 약간 뒷전으로 밀려났었거든요. 저는 작은 프로젝트일수록, 소도시일수록 브랜드와 브랜드를 완성하는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차차 자체 콘텐츠 브랜드인 '갑자기'를 중심으로 콘텐츠 역량을 갖춰나갈 예정이에요. 



정상화를 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시행착오는 뭔가요? 

▶︎ 코로나를 희망적으로 관망했던 것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때는 6개월 뒤, 1년 뒤면 코로나가 없어질 줄 알았거든요. 곧 없어진다는 생각에 맞춰서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했는데, 코로나가 계속 이어지면서 사업을 변경하고 수정하고 접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모두에게 쉽지 않은 시기였죠. 이 시행착오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한 대책은 어떻게 세우셨어요?

▶︎ 일단은 코로나를 희망적으로 보지 않고요, 앞으로가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 해요. 그렇다고 미래를 비관하는 건 아니고 낙관적으로 일하지만 최악을 생각해두면서 나아가고 있죠. 



창업 과정을 쭉 들으면서 저는 절대 대표가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이런 사람이 창업하면 잘 맞겠다 싶은 성향이나 성격이 따로 있을까요?

▶︎ 창업하려면 결국 스스로 이루고자 하는 게 확실하고 간절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창업을 하고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포기할 이유가 너무 많이 생기고, 힘들고 지치는 영역이 커지기 때문이죠. 어느 분야든 ‘진짜'를 가진 사람, 탁월한 역량이 있는 사람, 이루고 싶은 목표가 뚜렷한 사람이라면 창업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라면 직장인이 훨씬 더 나을 수도 있거든요.



타고난 기질도 중요하겠지만 창업은 결국 본인의 결정이고 의지잖아요. 창업할 때 어떤 각오가 필요한가요?

▶︎ 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지 확신을 가지고 어떤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을 각오가 필요해요. 창업자 대부분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요, 창업하지 않았다면 겪지 않을 경영상 어려움으로 우울증까지 얻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창업하는가?’에 대한 확신이 필요해요. 



일에 치여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는 것이 일상이 되기도


보통이 아닌 각오로 서울도 아닌 목포에서 5년을 버티셨겠군요. 스타트업은 2, 3년 차에 ‘죽음의 계곡*'을 지나잖아요. 로컬의 작은 도시에서 죽음의 계곡을 지나 5년 넘게 일해오고 있는데,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5년이었어요. 잘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상식에 벗어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소규모 조직일수록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보상을 제대로 주지 않고 도구로만 취급하기 쉬운데요, 이런 잘못된 관행을 당연시하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성장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고 싶어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창업 초기 기업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단계에서 자금 부족 등으로 실패를 경험하는 구간.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하나의 사례를 제시하고 싶다’라는 말씀을 반복적으로 해오셨는데요, 어쩌면 이런 생각이 버티는 데 원동력이 되었을까요?

▶︎ 그런 측면도 있어요. 좋은 사례를 만들면 확산이 되고 파급력이 생기겠죠. '괜찮아마을'을 통해 청년마을이라는 흐름의 시작이 되었던 것처럼요. 우리가 해온 일을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실험적인 일을 시도하고, 로컬을 다양한 가능성으로 해석한다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10년 정도는 버텨야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10년 버티려면 앞으로 5년 정도 남았네요. 그런데 이 말은 남은 기간 계속 자원과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아직 기업이 안정기에 접어든 건 아니니까요. 계속 투자하기에는 불안하지 않으세요? 

▶︎ 이 부분이 과제이면서 고민되는 지점이에요. 하지만 시간을 들이면 배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후회 없이 했다면요. 투자한 것도 많고 빚도 냈지만 그동안 경험을 축적해오면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왔어요. 그래서 끝까지 해보고 싶어요. 성공해서 비싸게 회사를 매각하는 것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오래가는 방법이 궁금하거든요. 





스타트업의 창업자들은 모두 유니콘 기업*이나 데카콘 기업**을 만드는 게 꿈인 줄 알았어요.

▶︎ 유니콘 기업이 되는 게 중요하지 않아요. 그건 창업자를 위한 왕관일 뿐이죠. 비싸게 팔릴 회사를 만드는 것보다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일에서 성취감을 얻고 정당한 보상을 받고 어느 정도 삶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유니콘 기업: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을 상상의 동물 유니콘에 빗대어 표현한 용어. 

**데카콘 기업: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약 12조 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을 10개의 뿔이 달린 상상의 동물 데카콘에 빗대어 표현한 용어. 



창업가가 아니라 자선사업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아요. 비영리 공동체를 지향하시는 걸까요?  

▶︎ 그건 아니고요, 대안 공동체나 비영리 영역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비즈니스로도 충분히 그런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고 싶어요. 서울이 아니어도 친구를 초대해서 같이 살게 하고, 그들이 결국 그 지역에서 일을 하도록 해서 생태계를 만드는 거죠. 한편 저희와 함께 성장한 사람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제2의 ‘괜찮아마을’을 만들고 그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결국 저희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더라고요.



이후의 공장공장은 어떤 모습일지 더 궁금해지네요. 10주년을 맞이한 공장공장은 어떤 곳이라고 소개되고 있을까요?

▶︎ 컴퍼니 빌더라고 소개하고 있을 것 같아요. 공장공장이 기여해서 작은 조직들이 성장하고 언젠가 그들에게 ‘공장공장 덕분에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말을 듣는다면 기쁘겠네요.



드디어 창업편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공장공장이 궁극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는 곳,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이 되는 작은 사회를 세상 어딘가에 만들고 싶어요. 이 일이 구체적으로는 지역살이, 워케이션, 창업 생태계 같은 단어로 표현될 수 있겠죠. 또 다른 공장공장 같은 곳이 많이 생겨서 서울 밖에서도 서로 기회와 정보를 나누면서 먹고살면 좋겠어요(웃음). 






우리가 다 같이 잘 먹고살았으면 좋겠어요.






✧ 인터뷰어가 낚아 올린 작고 소중한 인사이트   

    초기 스타트업에게 로드맵이 필요한 이유는 모호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동료들을 설득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단계별로 실행 가능한 목표를 수립하고 수정하면서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멀리 보이던 목표가 가까워져 있지 않을까.   

    창업을 하려면 이루고자 하는 것이 확실해야 한다. 그래야 이후 몰아치는 수많은 고난을 버틸 수 있다. 모든 것을 걸고 이루고 싶은 창업 목표가 없다면, 월급쟁이의 삶도 나쁘지 않다.   

    오래 함께 일하는 데에 필요한 요소 중 중요한 건 신뢰다. 우리는 대체로 사람에게 신뢰를 잃고 사람 때문에 지쳐서 퇴사하지 않던가. 놓치고 싶지 않은 직원이 있다면 신뢰를 회복하시기를.   






✧ 부록 ㅣ 그날의 노트

2019년 2월 4일 (by.명호)

'공장공장'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몇 가지 약속을 했다. '개인이 가진 가치를 지키면서 사회적인 성취를 함께 이루자' 약속했다. 그 약속, 거의 지키지 못 했다. 이 문장을 때마다 계속 반복하는 이유는, 지난 동료들에게 계속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계속 '다음'을 말하면서 무모하게 일을 하기를 반복했다. 벌어야 했고 벌기 위해 여유를 찾지도 제공하지도 못 했다. 함께 하는 동료와 이야기할 여유를 잃었고, 먹고 살 수는 있게 됐을 때 함께 하던 동료를 잃었다.

동우 씨와 함께 교토에 가서 소소한 고민을 계속했다. 무엇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까. 과연 우리는 무엇이 다를까. 더 나은 가치는 무엇일까. 나는 이 낯선 기획들을 '말도 안 되는 일을 계속하는 실험'이라고 정의했는데 그 정의는 유효할까. 그리고 낯선 기획을 만든 후 만나야 할 무시무시한 부담을 소화할 자신도 여건도 있을까.

나는, 우리는 부족했지만 계속 이 모험을 계속하려고 한다. 처음 바라던 방향이 희미해지고 결국 잃으면 사라지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계속 생각한다. 이상하게 함께 한다면 나는 두렵지 않았고 동우 씨도 걱정이 없다고 했다.

(중략)

조금 뒤면 공장공장 새로운 채용을 알리고 그 방향을 다시 설명하려고 한다. 무모해도, 나는 그리고 우리는 이 방향을 의심하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일을 계속하는 실험주의자를 위한,
그런 모험을 곧 다시 시작한다.





✧ 다음 이야기 | #뭐먹고사나 #사업선정꿀팁 #간접투자

연고 없는 로컬 소도시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은 지난 5년 동안 뭐하고 먹고살았을까? 회사 설립할 때의 자본금 마련부터 매출을 만들어간 이야기,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팁과 지분 투자가 아닌 간접 투자 받은 사연까지 대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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