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시골로 피난 가서 정착하였다.
그때 우리 동네에 오는 방물장수가 있었다.
방물장수 부부가 여러 가지 물건을 등에 지고, 머리에 이고 얼마에 한 번씩 왔다.
방물장수는 우리 집 넓은 마루에 짐을 내려놓았다.
우리 집은 동네 우물가에 있었다. 동네 아낙네들이 물을 길어서 이고 오가는 길목이었다.
우리 집에 방물장수가 온 걸 본 아주머니들은 동네 한 바퀴 돌며 ‘방물장사 아주머니 왔어유.’ 외치고 우리 집으로 다시 왔다. 직전 차례에 장사를 끝내고 갈 때 언제쯤 온다는 말을 하고, 주문을 받아갔으니까 동네 아낙네들은 올 때를 예상하고 기다리고 있었을 터이다.
방물장수가 ‘골련(담배)’ 몇 곽을 우리 할아버지 방에 갖다 드리고 큰절을 하면 할아버지께 무사통과였다. 할아버지께서는 방물장수에게서 받은 골련 담배를 며느리인 우리 어머니에게 툭 던지고 동네 밖으로 나가셨다. 우리 어머니가 속앓이로 인해 젊어서부터 담배를 피우셨기 때문이다. 무심한 듯 며느리 사랑을 표현하신 시아버지셨다.
그리고 나면 방물장수는 짐을 풀어 마루에 정리해 놓고 동네 사람들이 올 때를 기다리며 세상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른보다 먼저 모여드는 건 동네 아이들이었다. 방물장수는 우리 집과 어른 손님들에게 방해 안 되게 아이들에게 눈깔사탕 하나씩 물려서 밖으로 쫓았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큰 함지에 곡식을 퍼 담아서 이고 우리 집 마당으로 모였다. 사랑방 눈치를 보며.
마루에 펼쳐 놓은 여러 가지 물건을 신기한 듯 만져보고 대부분 크림(화장품)을 하나씩 골라 가슴 앞에 숨겼다. 값은 무조건 이고 온 곡물로 치렀다.
낯선 아주머니 손님이 오면 개들이 막 짖었다.
방물장수는 짖는 개에게도 신경을 썼다. 북어 대가리를 멀찍이 던져 주면 개들은 군소리 없이 물고 갔다.
‘신기하기도 하지.’
아주머니들은 만족한 얼굴을 하고, 집에 있는 호랑이 시어머니에게 들킬까 봐 재빨리 집으로 갔다.
방물장수는 삯으로 받은 곡물은 대부분 우리 집에 팔았다. 우리 집은 농사를 안 지었으니까. 팔고 남은 이것저것을 덤으로 주고 갔다. 다음엔 언제쯤 올 것이라는 기약을 남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