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외갓집이 있는 곳으로 피난을 갔다.
외갓집은 건넌방과 사랑방에 군불을 지폈다. 외숙모는 집안일이 바빴는지 군불 때는 일에 나와 내 남동생을 눈치껏 부려 먹었다.
큰 아궁이에 장작을 태우며 그 위에 금방 베어온 청솔가지와 콩깍지, 볏짚단을 덤으로 땐다.
군불 지피는 일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고 재미도 있었다. 청솔가지 타는 소리는 타다닥 타다닥 요란해서 신기했다.
외숙모는 볏짚단을 태우면 쌀 튀밥이 튀어나오니 주워 먹으라고 했다. 한참 태우다 보니 정말 쌀 튀밥이 톡톡 튀어나왔다. 나와 동생은 부지깽이로 긁어내어서 주워 먹었는데 고소했다. 그 다음엔 콩깍지를 태우니 콩이 볶아져 나왔다.
쌀 튀밥과 콩이 튀어나오길 고대하며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바람이 불면 불이 휙 튀어나와 머리카락을 까슬리기도 했다.
어머니가 보시면 우리는 혼이 났고 씻었다. 저녁을 먹고 군불 땐 따뜻한 건넌방에서 금방 잠이 들었다.
당시에도 군것질거리로 콩과 튀밥에 조청을 묻혀 간식으로 먹었는데, 왜 아궁이 불에서 튀어나온 시커먼 쌀과 콩을 동생과 경쟁하듯 주워 먹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커다란 아궁이에 불타는 모습이 신기했고, 쌀과 콩이 튀어나오는 게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와 동생은 입과 손이 새까맣고 머리카락도 오그라들었지만, 지금은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었다.
요새 젊은이들은 야외에 캠핑 가서 불을 피워놓고 불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그러고 있으면 잡념이 없어진다나.
그 마음, 그 재미 이해한다. 왜냐하면 나와 동생은 불멍의 선구자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