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거리에서, 혹은 버스 정류장에서 누군가 나를 향해 "니하오"라고 인사한다. 처음엔 당황했고, 그다음엔 무시했다. 하지만 반복될수록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다.
이야기를 꺼내면 이런 반응이 돌아온다.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 외국인 입장에선 다 비슷하게 보이잖아."
맞는 말이다. 실제로 나도 다른 지역 사람들의 얼굴을 모두 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누군가를 구분해 내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잘 모를 때일수록 더 조심스러워지려는 마음의 소중함이다.
누구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모르기 때문에 대충 행동해도 괜찮다고 여기는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상대를 존중한다면 단정 지어 말하지 않으려고 조금 더 신중해지려는 게 자연스러운 태도 아닐까.
이런 경험을 글로 쓰면 "그들도 그냥 호의로 인사한 건데 왜 예민하게 받아들이냐, 우린 안 그럴 것 같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이 주제를 두고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들이 말하는 호의는 정말 호의였을까.
호의는 종종 무례함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을 때가 있다.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다면, "어디서 오셨어요?" 같은 질문이 더 자연스럽고 예의 바른 접근이 아닐까. 하지만 그들은 질문보다 단정부터 한다. "니하오"나 "곤니치와" 같은 인사말을 툭 던진 뒤, "저 중국인 아니에요"라고 말하면, 그제야 "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잘 몰라서 그런 거잖아. 이해해"라는 말이 돌아온다. 그럴 때마다 이상한 책임이 내게로 넘어오는 기분이다. 왜 내가 이해해 줘야 하는 건지. 그렇다면 더 조심스러웠어야 하는 건 아닌지.
내가 불쾌감을 느끼는 건 그들이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쉽게 규정지으려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나를 하나의 정체성으로만 좁혀놓고 그 프레임 안에서 가볍게 다뤄버린다.
게다가 더 속상한 건, 그런 행동을 누구에게나 똑같이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까다로워 보이거나 만만해 보이지 않으면 그들은 말투가 달라지고 눈치를 본다. 결국 그 인사는 모르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계산 위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든다.
반복되는 경험 앞에서 나도 모르게 경계심이 생기고 표정이 굳어간다.
우리 모두 이런 순간들을 함께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한다. 모르기 때문에 더 신중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신중함이 누군가에게는 존중으로 전해질 수 있다는 걸 기억할 수 있기를. 이건 결국 대단한 도덕심이나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 조금 더 다정한 태도에 대한 이야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