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을 좋아하는 마음

by 이음

엄마는 작은 것들을 참 좋아한다. 말 그대로 작고 귀여운 것들, 손톱만 한 찻잔, 실생활에 쓰이는 가구를 미니어처로 만든 소품들 같은 것. 가끔 한국에 나가면 엄마가 선물이라고 정성껏 모아두신 꾸러미 속엔 어김없이 그런 미니어처 하나쯤이 들어 있다. 처음엔 그냥 웃어넘겼다. 이걸 어디다 쓰냐고, 장식장 하나 없는 내 삶엔 조금 과한 애정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선물해 준 손바닥만 한 도자기 커피잔을 받았을 때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특별히 쓸 일은 없지만, 커피 머신 위에 올려두고 바라볼 때마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 안에 담긴 세심함이나 장난스러움이 마음을 풀어주는 것 같다. 엄마는 이 기분을 오래전부터 알고 계셨던 거다.


작은 것을 좋아하는 마음은 단순한 취향이라기보다 일상을 기꺼이 사랑하는 태도에 가까운 것 같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 기쁨을 발견할 줄 아는 능력이고 그것은 나이가 들수록 더 필요한 감각이라는 걸 아주 조금씩 깨닫는다.


스페인에서 지내다 보면 일상이 생각보다 자주 비어 있다. 바쁘지 않은 오후나 할 일이 없어진 긴 저녁 같은 시간들. 그 틈 속에서 나는 엄마가 좋아하셨을 법한 아주 작은 도자기 컵을 바라보곤 한다. 아무 기능도 없고, 아무 역할도 하지 않지만, 그냥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풀릴 때가 있다. 그 조그마한 것 안에 담긴 다정함, 그리고 그것을 보며 즐거워하셨을 엄마의 마음이 조용히 곁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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