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by 이음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으며 오래 묵혀둔 감정들이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책 속 주인공 카야는 자연에 둘러싸여 자란 아이였다.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외면당하고, 결국 혼자 살아남아야 했던 삶. 그런데 이상하게 그 고립이 외롭다기보다 단단하게 느껴졌다.


나도 종종 혼자 걷는다. 걷는 동안에는 누가 나를 보지 않아도 괜찮다. 들판 끝, 구불구불한 골목, 해 질 녘의 기묘하게 조용한 거리. 그런 풍경들을 지나며, 카야의 마음을 생각한다. 사람들과 엮이는 일이 얼마나 복잡한지, 그리고 그럼에도 누군가를 원하게 되는 일이 얼마나 본능적인지.


이 책은 자꾸 혼자 있는 나에 대해 말 걸어오는 책이었다. 고요하고 느린 이야기지만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데엔 망설임이 없었다. 누군가의 인정 없이도, 애정 없이도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에 대해, 어디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존재가 어떻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지를 보여줬다.


가끔은 외로워도 괜찮다는 확신. 자연이 주는 위로와, 나 자신을 인정하는 일의 어려움. 이 책을 떠올리며 늪지대의 바람 소리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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