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친구가 스페인에 다녀갔다. 가족을 제외하면 나를 보러 온 첫 손님이다. 그 친구는 예전에도 뭔가 좀 달랐다. 자기만의 세계가 있어 보였다. 나는 그게 좋기도 하고 조금 낯설기도 했던 것 같다. 함께 다녔던 기억은 있지만 뚜렷한 장면은 많지 않다. 10년 넘게 거의 연락 없이 지냈으니 이번 만남은 어쩌면 어색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만나자마자 어색함은 사라졌고 우리는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성인이 된 이후, 누군가와 이렇게까지 깊고 솔직하게 이야기해 본 게 언제였나 싶다. 나는 묻고 또 묻는 쪽이었고, 친구는 차분하게,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 친구를 보며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불확실한 마음을 오래 품고 스스로의 속도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 어딘가에 안 맞는 듯하면서도 이상하게 중심을 잘 잡고 있는 느낌. 닮았다는 생각이 들자 그 대화들이 더 깊이 들어왔다.
기억 속에 흐릿한 친구였는데 이상하게 편했다. 각자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했던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는 꼭 많은 시간이 아니어도 된다는 걸, 비슷한 마음의 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시 가까워질 수 있다는 걸, 이번 만남으로 알게 됐다.
우연히 닮은 마음을 만나 나눈 대화는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