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

by 이음

이곳에서의 생활은 단순하다. 화장은 하지 않고 옷도 편하게 입는다.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자연 속을 걷는다. 그저 바람을 느끼고 멈춰 앉아 하늘을 본다. 도시 안에 살지만 삶의 리듬은 훨씬 느리고 유연하다.


그렇게 살다 보니 무언가를 갖고 싶은 마음이 점점 줄었다. 사야 할 것도, 비교할 것도 많지 않다. 짐이 줄어들수록 마음은 더 단단해졌다.


이 삶 속에서 나는 전에 느껴보지 못한 충만함을 느낀다. 아무것도 더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감각. 쓸데없는 걸 빼고 나니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더 또렷해졌다. 그게 나를 채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돈이나 모양 같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건 언제나 가족을 만날 때다.


한국에 있는 부모님, 다른 나라에 있는 가족들. 그들의 기준은 나와는 조금 다르다. 도시에서 익숙한 삶의 틀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내 모습이 조금은 낯설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왜 이렇게 꾸미질 않니?"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녀?" 마른 몸을 보고 걱정스럽게 묻는 말들. 그 말투는 따뜻하지만 말끝엔 묘하게 안쓰러운 시선이 깔려 있다.


나는 그게 불편하다. 내가 선택한 단순함이 결핍처럼 보이는 것. 충만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마치 무엇인가를 포기한 사람처럼 해석될 때.


가끔은 나를 안타깝게 여기는 방식이 가장 멀게 느껴진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건네는 걱정이 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리로 다가올 때.


나는 이 삶이 좋다. 많지 않아도 충만하고 빠르지 않아도 충분하다. 그러니 스스로 괜찮다고 여기는 나를 굳이 위로하려는 시선을 마주할 때 한발 물러나게 된다.


이건 어쩌면,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연결된 거리감일지도 모르겠다. 멀지만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 충분하지만 설명이 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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