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거리

by 이음

이곳에서 사람을 사귀는 건 쉽지 않다. 언어가 완벽하지 않다는 건, 단어 몇 개를 몰라서가 아니라 거리 조절이 어렵다는 말이다. 상대방의 농담이 농담인지, 진심인지 알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조금 뒤로 물러나 있고, 조심스럽게 관찰하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더 적당한 거리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예전엔 친하면 다 나눠야 한다고 믿었다. 다 말하고, 다 이해받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게 꼭 좋은 건 아니라는 걸 안다.


너무 가까우면 작은 일에도 쉽게 다친다. 기대가 생기고 실망도 따라온다. 요즘은 그런 감정의 소모를 줄이고 싶다. 그렇다고 아예 멀어지고 싶진 않다. 그 사이 어디쯤, 서로 숨 쉴 공간이 있는 거리. 나는 지금 그 지점을 찾는 중이다.


스페인에서는 모르는 사람과도 인사를 나눈다. 자주 마주치는 이웃은 이름도 모르지만 내 안부를 묻는다. 그 이상 가까워지지 않지만 서로 선을 지키면서도 정중하게 마음을 내어주는 이 거리가 난 좋다.

작가의 이전글다시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