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부모님과 나는, 한때 꽤 가까웠다. 결혼 초반엔 애정도, 의욕도 넘쳤다. 잘 보이고 싶었고 잘 지내고 싶었다. 매번 성의껏 연락했고 작은 선물 하나도 신경 써서 골랐다. 좋은 며느리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았다. 그게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지쳤다. 작은 말 한마디에도 괜히 상처받고, 기대와 해석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다. 좋은 마음으로 했던 일들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순간부터 마음이 무뎌졌다. 언젠가부터는 나도 모르게 거리를 두고 있었다. 조금 덜 연락하고, 조금 덜 표현하고, 조금 덜 기대하고.
이제는 적당한 거리에서 조심스레 지내는 사이가 됐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게. 정말 필요한 말만 주고받고 어색하지 않을 만큼만 웃는다. 서운한 건 없냐고 묻는다면 있다고 말할 수도 있고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지금 이 관계가 꼭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피로하지 않은 거리에서 머무는 중이다.
가족이 된다는 건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다. 같은 마음을 가졌더라도 다르게 표현될 수 있고, 다정함도 방식이 다르면 벽처럼 느껴질 수 있다. 지금은 그 모든 차이를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중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내 속도대로 관계를 정리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