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in 스페인

재외 선거 투표

by 이음

내가 사는 곳에서 투표소가 있는 마드리드까지는 버스로 4시간 45분이 걸린다. 왕복으로는 9시간을 훌쩍 넘긴다.

지난주, 하루를 온전히 비워 버스를 타고 다녀왔다. 단 5분 남짓의 투표를 위해. 투표가 내 삶에 당장 무언가를 바꿔줄 거라 기대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고작 한 표 던졌을 뿐인데, 괜히 내가 나라 살림에 보탬되는 기분이 들었다.


외국에 살다 보면 어디에 속해 있는가라는 질문이 자주 떠오른다. 책은 여전히 한국어로 읽고, 마음이 가장 잘 맞는 친구는 한국 사람이고, 나의 고민도 여전히 한국적인데

현실은 다른 나라의 거리에서 다른 언어로 숨 쉬고 있다.

이질감과 애착이 교차하는 그 틈에서 선거는 작은 끈 하나를 다시 매는 느낌이랄까.


그날의 마드리드 하늘은 무척 맑았고, 시내는 북적였다.

투표를 마치고 돌아가는 버스 시간을 기다리며 여유롭게 점심을 먹는데 문득 되게 정성스럽게 민주주의 하네 싶어 웃음이 났다. 맞다. 좀 정성스럽다.


오래 걸려 도착한 대사관 안, 내 손에 쥔 투표용지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 안에 담긴 건 한 표 이상의 것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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