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달라진 내 마음
내가 사는 곳은 한인이 많지 않다. 오늘 우연히 연이 닿은 한국 여성들과 처음으로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곳에 정착한 지 꽤 되었지만, 나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좀처럼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 한국어로 편하게 대화하고 싶고, 유대감을 형성하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지만 정작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했다.
예전엔 사실, 한인들과 만나는 게 꺼려졌다.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같은 민족 안에서 더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이 컸던 것 같다. 실수라도 하면 소문이 날까 두렵고, 괜히 나에 대한 오해가 생기진 않을까 싶어 늘 나 자신을 검열하게 되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었다.
오늘의 만남엔 다섯 명의 한국 여성들이 모였다. 각자의 사연은 닮은 듯 달랐고, 누구 하나 쉽지 않은 삶을 살아오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다들 성실하게 자리를 지켜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또다시 '혹시 내가 실수한 말은 없었나, 누군가에게 불편을 주진 않았을까'를 곱씹었다. 완벽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 잘 해내고 싶다는 조급함이 여전히 내 안에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곧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이 어떻게 늘 완벽할 수 있겠나. 오랜만에 편하게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나와 같은 시간과 감정을 지나온 누군가들과 식사를 한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그녀들에게 짧은 연락을 남겼다. 자주 보지 못할 거라는 걸 안다. 다들 삶에 바쁘고,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이 근처에 나처럼 한국 여성이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주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예전엔 거리감만 느꼈던 한인들 속에서 이제는 조그마한 연대감을 느낀다. 이곳에서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작게나마 힘이 되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