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반려견 입양기

by 이음

오래전부터 나의 꿈은 반려견을 데려오는 일이었다. 성인이 돼서 독립을 하기 전까지는 나 또한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존재이기에 꿈도 꾸지 못했고, 독일에서의 유학 시절 또한 학생이기에, 학업과 나 자신도 스스로 돌보기 바빴기에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에 대한 막중한 부담감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나나 잘 성장하자 싶었다. 그러다 남편을 만나 그의 나라인 스페인에 정착하고 5년이 흐른 현재, 이제야 이 나라에 적응도 한 것 같고 아직 확실친 않지만 나를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 끝에 반려견을 새 가족으로 맞아들이기에 조금은 준비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번뜩 들었다.


불과 3달 전까지만 해도 남의 반려견을 보며 너무 이쁘지만, 여행을 자주 가는 우리 부부의 상황을 고려해, 나는 좋은 동반자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활 전반에 다양한 부분에 빗대어 생각해 봤을 땐 들이지 않는 게 우리에게 좋을 거라고 굳게 믿었으나, 그저 막중한 책임감에 대한 두려움으로 끊임없는 자기 방어를 취했을 뿐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간절히 원했나 보다. 3주 전, 현재 살고 있는 집주인의 통보를 받고 올해 10월 이후엔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 왔고 집을 알아보던 우리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서로 반려견 허용이 가능한 집을 각자, 또 함께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신축 건물에 반려견 허용이라는 조건 좋은 집을 만나 바로 연락을 했고, 집을 보러 갔고, 마음에 들었고, 계약을 하기도 전에 서로 짠 듯이 인근 보호소 홈페이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막연히 언젠가 반려견을 들이자 생각했을 땐 여러 가지 조건을 따지고 따져 아무래도 위생상, 주머니 사정상, 집의 크기상, 시간상, 반려견 허용 조건상 등등 소형견이 좋겠다고, 그럼 나는 치와와를 키우고 싶다고 결정했지만 막상 순간이 다가오니 조건이고 나발이고 보호소 홈페이지에 나이가 많아 입양가지 못한 아이들, 한동안 내가 사는 지역에 유행이었는지 맹견으로 분류된 종의 아이들이 넘쳐났고 각자마다 안타까운 사연이 넘쳐났다.


우리에게 그 아이들 중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고 (너무 금방 반하지 않았나 싶지만 남편과 내가 동시에 픽한 아이이니 두말할 것 없다 싶었다.) 바로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고, 바로 오늘이 그 아이를 처음 만나는 날이다. 약속이 잡히지 마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너무 떨려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책을 읽어도 내용이 들어오지 않았고 평소 좋아하는 팟캐스트 방송을 들어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이 떨리는 마음을 분산시키려면 운동을 하는 수밖에 없었고 원치 않게 약속을 잡은 지난 토요일부터 오늘 화요일까지 매일매일 강제로 땀을 빼며 운동을 했다.


후 하 후 하 현재 오후 1시 기점으로 나는 정확히 한 시간 반뒤에 첫 만남을 하러 집 밖을 나서야 하고 너무너무 떨려 집안을 목적 없이 서성이다가, 일하는 남편에게 잠깐 연락이 와 둘이 한바탕 호들갑을 떨다가 어차피 아무것도 하지 못할 바에 브런치에 나의 지금 심정이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글을 쓰고 있다. 다행인 건 글을 쓰는 동안은 시간이 잘 가고 있지만 나의 이 흥분한 마음이 증폭되어 화장실을 가기에 이르는 등 와중에 나의 이 유리멘털에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정리해 놓은 질문도 수십 가지로 카톡 나에게 보내기 창에 정리해 놨지만 과연 오늘 물어볼 수 있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날 반겨줄지가 참 떨린다. 부디 우리 부부의 가족이 되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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