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에서 아이와의 첫 만남

by 이음

떨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집을 나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설렘과 긴장된 마음으로 집을 나서자 여름휴가철이라 지하철은 바닷가에 가려는 사람들과 캐리어를 끌고 막 도착한 여행객들, 서핑보드를 들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있는 청소년 아이들 무리 등으로 번잡했고 환승할 열차는 한참이나 도착하지 않았다. 약속 시간까지는 넉넉했지만 슈퍼 내향인으로서 이미 기가 빨린 나는 긴장감은 잊어버리고 약간의 피로함을 느끼며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붐비는 지하철의 열기에 비해 약하디 약한 에어컨 바람과 아이들의 수다소리에 이어폰을 꽂고 책에 집중했다. 그렇게 지하철에서 내려 보호소까지 가는 길은 15분 정도 걸리는데 하필 38도를 웃도는 날씨에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났고 다시 치솟는 긴장감과 극심한 더위에 입은 바짝 말라 심한 갈증을 느꼈다.


보호소에 도착할 때쯤엔 날이니 날인만큼 입양하려는 아이가 나를 본체 만체 해도 상처받지 말자고, 첫 만남은 원래 그런 법이라며 나를 다독였다. 그렇게 약속 30분 전에 보호소 앞에 도착했을 땐, 천막으로 가려져있었지만 나의 인기척에 흥분해서 짖는 엄청난 수의 아이들 소리에 나는 압도되어 두려움을 느꼈다. 금방이라도 사나운 개가 뛰쳐나와 나를 물어버리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런 내가 개를 입양할 자격이 있나 싶어 조금은 풀이 죽은 체로 왔던 길을 돌아가 큰길까지 나왔다. 약속시간까지 내내 이렇게 두려워하며 아이들이 짖는 소리를 듣느니 큰길에서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긴장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약속시간 5분 전, 천천히 보호소 쪽으로 발을 돌렸다. 마침 어떤 여성분께선 반려견과 내가 가는 방향으로 가셨고 한눈에 이분도 보호소를 가시는 구나 안심했다. 발걸음이 맞아갈 때쯤 그분께선 보호소에 가냐며, 자신의 개도 거기서 입양한 아이고 지금은 보호소 내에서 운영하는 동물병원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동행하는 그분 덕에 나의 긴장은 한풀 누그러졌고 보호소 사무실 앞에 도착해서 먼저 오신 분들의 민원을 처리해 주시는 동안 사무실 바로 앞마당에 있는 몇몇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예정 시간보다 15분이 지날 무렵, 덥고 지쳐 내심 빨리 보고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싶을 때쯤, 직원은 친절하게 나를 맞아주었다.


한 직원이 아이를 데려왔고 아이는 낑낑 울면서, 그런데 너무나 행복해서 주체 못 하는 아이가 내 앞에 나타났다. 첫인상은 사진보다 큰 아이의 체급에 당황했고, 그다음엔 너무나 기쁨에 겨워 흥분해 주체 못 하는 아이가 조금은 버겁게 느껴졌다. (당시 그렇게 생각한 내가 너무 부끄럽다.) 그렇게 산책을 하러 들어가자 오랜만에 넓은 마당에 나온 아이는 정신없이 줄을 잡아당기며 냄새를 맡느라 바빴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점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그 아이는 2021년에 처음 보호소에 들어온 아이로,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경찰이 한 폐건물에 묶여 유기된 아이를 발견해 보호소에 데려왔다고 한다. 나에게 구조된 당시 사진을 보여줬는데, 아이는 쇠기둥에 묶인 채로 앙상했고, 얼굴 쪽에 피부병이 심했다. 그렇게 4년간 보호소 생활을 하는 중이며, 아이의 치아상태와 건강상태를 미루어보아 2019년에 태어났을 거라는 수의사의 추측에 가까운 소견만 있을 뿐이었다.


스페인에선 반려견 아이의 정보를 담은 식별칩을 심어야 하는데 당연히 유기되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칩이 없기에 보호소에 있다. 내가 입양하려는 아이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맹견으로 분류된 스태포드셔 불 테리어로, 스페인에서도 나라에서 지정한 맹견이라 입양 전에 시청에서 맹견 전용 라이센스를 취득해야 하며 5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이 라이센스가 없으면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아무래도 라이센스를 취득하는 일이 번거로운 일이기도 하고 비용도 나가다 보니 유기된 아이들 중에 제일 마지막까지 남는 아이들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견종이 있다고 들었다. 스페인도 마찬가지이고 내가 사는 지역에 요 몇 년간 핏불과 말라노이즈 이 두 견종이 유행했고, 실제로 보호소 사이트에 차지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 두 견종이었다.


남편은 개를 기른 경험이 있지만 나는 개를 키운 적이 없었기에 아이를 보러 갔을 때 조금이라도 컨트롤이 될 것 같지 않다 판단되면 안 된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물론 약속을 잡기 전에 이미 전화로 사무실 직원과도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고, 걱정 말고 믿고 아이를 만나러 오라는 대답을 받았다.) 하지만 방문해서 본 아이는 그저 기쁨을 주체 못 할 만큼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르는 아이였고, 준비해 놓은 수십 가지 질문을 동행하는 직원에게 하나하나 물어봤다. 하지만 산책하며 보여준 아이의 모습에서 이미 대부분의 질문이 불필요하다는 걸 느꼈고, 시간이 지날수록 질문을 채 마치지 못하고 "아, 이 질문은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 지금 틴타의 모습을 보니 하나마나한 바보 같은 질문인 것 같네." 라며 넘기는 나를 보고 직원은 이런 질문들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하고 사소한 질문들이지만 꼭 필요한 질문들이라며 너의 질문들이 훈련사인 내 입장에서 너무 좋다고,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


격려의 힘입어, 나는 내 상황을 차분히 이야기했다. 개를 한 번도 키워보지 않은 나로서 이 아이가 너무 이쁘지만, 또 지금 산책하면서 보여주는 이 아이의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나도 모든 게 처음이라 이게 맞는지 자꾸 의심이 든다고. 내 욕심 같아선 그냥 이 아이를 당장이라도 데려가고 싶지만 내가 감당하지 못해 혹시라도 이 아이가 잘못되거나 또 한 번 집을 잃을까 봐 두렵다고 말했더니 직원은 자신은 훈련사이며, 보호소에서 일하는 동안 이 아이를 쭉 봐온 사람으로서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따르는 아이이며, 초보인 너에게도 너무나 좋은 반려견이 되어 줄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개든 사람이든 어떤 종이기에 무조건 사납다는 건 편견이며, 자신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말했다.


극심한 무더위에 숨이 넘어갈 듯 헉헉대며 산책하는 동안 그늘을 찾아다니느라 바빠하면서 내가 손을 뻗어 자신을 만지기라도 할라치면 잽싸게 나에게 다가와 몸을 비비고 치대는 아이를 보며, 물을 허겁지겁 먹다가도 잠깐 웃느라 소릴 내거나 엉덩이를 쓰다듬으면 그 찰나의 순간에도 물 마시기를 멈추고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는 아이를 보며, 또 축축한 흙에 배를 깔고 일자로 누워 더위를 식히는 와중에도, 나의 손길이 가까워지진 않을까 끊임없이 나와 눈을 마주치며 웃어주는 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러우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아이가 너무 더워 보여 오늘은 이만하자고 산책을 끝내려 돌아가는 길에 나는 물었다. "여기 있는 아이들은 자신들이 버림받았다는 걸 알까?" 그러자 직원은 "글쎄, 근데 내가 확신하는 건 아이들이 결핍을 느낀다는 사실이야."라고 대답했다. 그녀의 대답이 매일 그들과 함께 지내며 보내는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 몇 장의 사진과 짧은 동영상을 남편에게 보내주었다. 남편의 기쁨에 겨운 목소리로 만남이 어떻냐고 물었고 나는 돌아가는 길에 점점 더 강렬하게 이 아이를 내가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았다.

나도 모든 게 처음이라 그 아이의 사랑과 애정을 잘 읽지 못했다는 사실을 동영상을 돌려보며 깨달았다. 아이는 내내 나를 보고 있었고, 조금이라도 내 손길이 닿으면 양쪽 귀를 활짝 젖힌 채 꼬리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아이와 함께 산책하는 동안 아이가 너무 예뻤지만, 한편으론 아이의 서투른 몸짓에 짐짓 놀라기도 했다. 아이는 중형견이고 내가 여태까지 가까이서 보고 만져본 아이들은 모두 소형견이었기에, 또 맹견이라는 선입견에 아이의 활짝 찢어진 입이 두려워 얼굴 쪽을 만지기 두려워 아이가 다가오면 조금 만지다 손을 빼내었지만, 영상에선 내가 직원과 이야기하면서 용기 내서 아이의 턱을 쓰다듬어주고 있을 때 아이는 얌전히 나의 손을 핥으며 자신의 애정을 나에게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몸은 녹초였지만 라이센스에 대한 정보를 찾아 할 일 목록을 정리해 놓고, 아이와의 미래가 너무나 설레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과 끊임없이 아이에 대해 이야기했고, 3일 뒤에 있을 다음 약속엔 남편과, 남편의 부모님과 그분들이 키우는 치와와가 함께 아이를 만나보길 바라는 마음에 남편의 부모님께 아이의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메시지를 남겼다. 부모님들도 너무나 기뻐하셨고 그렇게 남편과 나는 잠을 설쳤다. 새벽에 깨 남편 출근 전까지 라이센스에 관련된 거의 모든 서류들을 준비했다.


아이를 입양하기로 마음먹자, 마음이 조급해진다. 아이는 생후 2년간 학대를 당했고, 4년간 보호소 생활을 하며 바깥을 나가지 못했다. 아이의 기대 수명은 10년에서 길면 15년인데, 아이의 삶이 너무 짧게 느껴져 하루빨리 아이를 데려와 함께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스페인에서 반려견 입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