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면 자꾸만 내 삶을 해명하려 들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는 데 집착하게 된다. 머리로는 ‘그럴 필요 없다’고 되뇌지만, 손 끝은 내 통제를 벗어나 이야기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대한 구렁이처럼 만들어버린다.
책을 읽거나 집안일을 하며 좋아하는 팟캐스트를 들을 때면 쓰고 싶은 주제들이 머릿속에서 마구 뒤엉켜 떠다닌다. ‘나도 이들처럼 조리 있고 재미나게 쓸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근거 없는 기대가 차오른다. 하지만 “하던 일만 끝내고 써야지” 하며 미룬 뒤, 모든 일과를 마치고 무료해진 오후가 되어서야 컴퓨터 앞에 앉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뿔싸, 다 잊어버렸다. 샘솟던 글감들은 다 어디로 증발했을까.
결국 새로 쓰기를 포기하고 예전에 써둔 ‘발행 전 저장글’들을 뒤적거린다. ‘어라, 재밌는데? 나쁘지 않은데?’ 혼자 감탄하며 말이다. 언젠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말씀하셨다. 자기 글이 좋아 보이기 시작한다면 그건 필시 ‘똥글’이라고. 그렇다. 나는 오늘도 똥글을 쓰며 자화자찬에 빠져 있는 오만방자한 글쓰기 초보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