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여정
20년 해외 근무 생활을 접고 들어와 국내에서 새로운 일을 찾으며 1년을 보낼 즈음, 일을 찾느라 여유 없이 무작정 시간만 보낼 것이 아니라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자 브런치 글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연재가 6개월을 넘길 때쯤 어쩔 수 없이 연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소중한 인연이 어려움에 빠져 있는데 나 몰라라 할 수 없었고, 더욱이 그것은 나의 일이었기에 그 일에 몇 달간 몰두했다.
아직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았지만 얼른 서둘러 글을 마무리하고 연재를 접었었다.
그리고 나에게 닥친 일을 헤쳐나가느라 우여곡절 바쁜 일정을 보내며 여름 내내 더운 줄 모르고 먼 거리를 오가며 네 달 남짓 보냈다.
아직 아픔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상황은 다소 진정되었고, 그와 동시에 나에게 새로운 여정이 눈앞에 놓여 있다.
20년 가까이 해외 근무하는 중에 종종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이름도 생소한 조그만 소도시에서 소소한 역할을 하는 공무원으로 일하며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어떠했을까.
이리저리 떠도는 유목민 생활에 지쳐 나도 그렇고 아내와 아이들도 다소 힘들어할 때 이렇게 떠도는 생활이 아닌, 그렇게 소소한 삶을 살았더라면 힘들다는 생각이 좀 덜 했을까, 삶의 고통이 좀 더 적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여러 번 있다.
안정된 삶에 대한 부러움, 미련, 희구 등이 섞인 생각이다.
그만큼 내가 태어나고 자란 땅을 떠나 해외 여기저기를 떠돌며 큰 일을 한답시고 요란을 떠는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아픔과 상처가 나의 가족 안에서 잉태되어 커지고 있었지만 몰랐다.
그리고 급기야 그 일이 터지고 그 일을 수습하고 헤쳐나가느라 몇 달을 보내는 동안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일 끝에 나에게 새로운 여정의 기회가 찾아왔고 고민할 것도 없이 덥석 잡았다.
다시 해외 현지로 나가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익히 해왔던 일이라 두려움 없이 나섰다.
가족을 뒤에 남겨두고 다시 해외 현지로 나가야 하는 상황에 마음이 무겁지만 이 또한 내가 심은 대로 거두는 과정이다. 달리 방법이 없다.
중년을 넘어 노년이라 불릴 만한 이 나이에 다시 먼 길을 나서는 것은 나의 운명이다.
더도 덜도 없이 내가 만든 나의 운명이고 젊은 시절 내가 첫 단추를 끼웠던 그 원인으로 지금까지 나에게 이런 삶이 펼쳐지고 있다. 삶은 그렇게 흘렀고 또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심은 대로 거둔다.
다음 주 다시 먼 길을 나선다.
힘겹다 생각하면 한없이 힘겨울 상황이다. 이제 은퇴하고 쉬어야 할 나이에 아직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반면에 좋다 생각하면 한없이 좋은 상황인 것도 맞다. 이 나이에 일을 할 수 있는 이 상황이 얼마나 고마운지...
지난 20년 그렇게 해외 현지에서 일하느라 삶이 그렇게 흘러갔고 그러는 동안 챙기지 못했던 일을 챙기느라 2년을 보내며 그렇게 삶이 흘러갔다.
그리고 또다시 그 길의 연장선 위에서 내 삶은 다시 같은 궤적을 그리기 위해 먼 길을 나서야 한다.
삶은 그저 이렇게 흘러갈 뿐이다.
삶의 흐름에 내 몸을 맡길 뿐이다.
과연 이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