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의 군산 사진기행

사진기행 01

by Paper

2월, 애매한 달, 날씨가 추울 수도 따뜻할 수도 있는 복불복도 있고 어딜 가든 나뭇가지가 아직 앙상하다.

여행하기엔 너무 애매한 달이란 말. 하지만 나도 사회에서 한 애매한 종자라 그런가 나는 애매함을 좋아한다. 성수기보단 비수기 주류보단 비주류, 메이저보다 마이너를 선호하는건 어쩔수없다.


그렇게 3년 내리 2월마다 급히 써야 하는 휴가를 2개 내지 3개는 남겨놓고 혼자 국내여행을 떠난 것도 벌써 3번째.


그때마다 홀로 찍은 사진들이 어쩐지 맘에 들고, 오래된 카메라로 어찌어찌 찍은 사진들의 톤과 무드도 맞춰 올리고 싶었다.


이번 군산여행은 아예 사진기행이란 테마로 2박 3일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려 했지만 감기가 세게 온바람에 또 애매한 여행이 되어버린 애매한 사진기행


장자도 대장봉에서 찍은 풍경, 아무리 후졌어도 번들렌즈도 챙길걸 단렌즈의 한계

군산 도착하자마자 달려온 장자도, 군산 하면 이 사진을 유난히 많이 봤는데 이 풍경을 실제로 보고 싶었다. 역시 사진으로 아무리 잘 찍어도 실물을 못 담는 편, 나도 역시 실물을 담지는 못했다.


서해의 윤슬은 유난히 반짝거린다. 태안에서도 빛을 발했던 게 윤슬인데 군산도 마찬가지구나 어쩌면 이날이더 반짝거렸던 날일지도 모르겠다.


20분남짓이면 오르는 대장봉, 오르는 품에 비해 풍경이 값지다.


바다는 수심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게 깊어 보였고, 마을은 미니어처처럼 보이는 풍경이 꽤 귀여웠다.


소녀처럼 까르르 웃으시면서 가는 모습들이 귀여워 뒷모습이라도 담아본다.


다시 마을초입으로 돌아가는 길 검은 바위에 맞물려 더 반짝거리는 윤슬도 다시 담아본다.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

장자도에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선유도해수욕장,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파라솔들과 조형물들이 확실히 관광지에 온 것 같다. 여름에야 파라솔밑에 사람들이 북적거리겠지


선유도 초입에서 끝으로 들어가는 길에 거대한 바위돌산과 억새들이 겨울끝물을 가을처럼도 보이게 해 준다.


바닷물에만 비치는 햇빛들만이 아름다운 줄 알았는데 물이 빠진 자리에 비친 햇빛도 이뻤다. 조개껍질을 주우러 다니며 모래장난을 하는 아이도 풍경이 된다.


깃대들이 물에 반사되어 보일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모을 서늘하게 하긴 했지만 날씨는 맑고 쾌청했다.


선유도 해수욕장 일몰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일몰 사진을 보고 반했던 것 같은데, 이날은 구름이 꽤 많이 껴서 구름너머로지는 해를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카메라가 더 어둡게 나온 것도 같다.


군산 히로쓰 가옥

군산에서 제일 많이 방문하는 곳이 아닐까, 정말 예전에 살던 가옥이라 남의 집 정원에 들어온 기분을 떨칠 수 없어 내심 조용하고 살금살금 다닐 수밖에 없었다.


군산 도심골목

군산은 유난히 이런 골목들이 많았는데 골목과 오래된맨션, 근대식 건뭉들이 자아내는 풍경이 제법 매력있다.


군산 쓰담서점

여행 중 가장 조용했던 시간,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군산의 구도심은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했다. 그 흔하게 찍히는 초원사진관도 내 카메라에는 건물만 온전히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붐볐지만, 이곳은 내가 쉬는 숨소리도 크게 느껴질 정도로 적막하기도 했다.


군산 마리서사

푸른 기와가 눈에 띄는 마리서사, 군산을 대표하는 독립서점. 이 벤치에 앉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분명 있었을 것 같다. 따뜻한 볕과 책과 종이냄새가 가득 쌓여있던 곳.


군산 영화타운 시장

느지막이 여는 술집들이 모여있는 영화타운 시장, 낮시간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하기만 하다. 물론 왁자지껄한 술집들이 아닌 혼자 가기 좋고, 정적인 술집들이라 밤에도 고요할 뿐이다.


군산 구도심에 위치한 한신 88 맨션

영화의 도시라고 말해도 될 만큼 영화 배경으로 많이 나온 군산 도심에 더 영화 같은 맨션이 있다. 군산 도시사진집에서 보고 가봤는데 레트로한 감성이 물씬 풍겨졌다.


군산 근대미술관

군산의 재밌는 점은 일본식 근대건물이 많아 도시풍경이 생경하다는 점이다. 일본식 건물이 널려있는 거리를찍어보면 은근히 한국적인 부분들이 녹아있어 막상 사진을 찍어보면 풍경이 재밌다.


이성당이라 적혀있는 두툼한 노란 빵봉투를 사람들은 다들 한 손에 들고 있다. 다들 좋아하는 사람들과 먹기 위해 가득 담아가는 거겠지.


군산 해망굴 가는 길 고가다리

사실은 월명공원을 가던 길이었지만, 해망굴 코앞 신호등을 건너기 전이라 해망굴 가는 길이 더 알맞겠다. 배가 많은 항구도시는 잿빛도 있고 미래도시 같기도 하다.



숲에서 햇빛이 안개같이 흩어지며 쏟아질 때, 나무에 닿는 햇빛이 적당히 반사될 때의 사진을 담으면 생각만치 잘 나오는 편이 아닌데 이날은 유난히 잘 나왔다. 어떤 숲에서도 찍을 수 있었을 테지만 그리 마음먹은 것처럼 나오지도 않는다.


군산 월명공원

조악한 하트 조형물마저 아름답게 보이는 시간이 왔다. 오후 5시란 시간은 2월같이 아주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애매한 시간이지만 시간에 따라 햇빛이 이동하며 자아내는 풍경은 평범한 장소도 달리 보이게 만들어준다. 적당히 우거진 나무들과, 적당히 푸릇한 잔디에 햇빛이 카메라에 잘 담긴 것 같아 아주 맘에 든 사진을 끝으로 군산 사진기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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