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이는 오늘 밤도 화가 난다

경선이의 육아분노일지

by Anne s Library

Episode 7. 분노의 시월드

경선이는 시월드 이야기만큼은 육아분노일지에 담으려 하지 않았다. 일지에 담길 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몇 권의 몇 십 개의 챕터에 써 내려갈 만큼, 경선이의 시월드는 강력했다. 결국 그녀의 일지에 담을 수밖에 없는 엄청난 힘이었다.

경선이는 아직도 신랑의 말이 생생하다. “ 우리 엄마 좀 힘든 사람이야…” 경선이는 이제 안다. 그분은 좀 힘든 사람이 아니었다. 경선이의 결혼생활을 뒤 흔들 만큼 시월드 세상의 수장이었다.

경선이의 본격적인 시월드 전쟁은 출산과 함께 시작이 되었다. 경선이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기다림의 부재였다. 당장 아기를 봐야 했고, 본인들이 10분 거리에 있는 조리원에 라이드를 해야 했고, 그들의 “사랑의 표현”은 경선이의 의중과는 별개였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 손녀” 프로젝트는 조리원 퇴소 후 본격화 되었다. 경선이와 ‘영상통화’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매일 같이 걸려오는 전화에 휴대폰을 없애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아기의 영상과 사진을 가족창에 올렸지만, 시부모님 그리고 형님까지 합세하여 그들의 영상통화는 이어졌다. 물론 아기육아에 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경선이는 생각한다. 시월드의 사람들은 그녀의 손이 두 개인 것을 잊어버린 건 아닐까 말이다. 아이를 하루 종일 케어 하다 보면, 전화나 메시지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사람은 참으로 청개구리 심보가 있나 보다. 너무도 그녀를 괴롭히는 연락에 그녀의 답신목록에서 그들은 제외되었다. 그들이 연락이 줄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꾸준히 한결같았다. 이쯤에서 신랑의 역할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신랑과 시월드와의 관계는 봄과 산불이다. 신랑의 생각 없이 던진 말의 불씨는 바람을 타고 타고, 이산에서 저 산으로 번졌고, 결국 가족이 총출동하게 된다. 그 화재의 진압수장은 결국 경선이가 되고 만다. 그렇게 한바탕 벌어진 전쟁에서 아군과 적군은 그 누구도 큰 피해를 입지 않은 채 일상으로 복귀한다. 여기서 경선이는 분노한다. 그 전장에 홀로 마음의 큰 부상을 입은 채 덩그러니 남아있는 사람은 그녀다. 그들에게 그러한 전쟁은 칼로 물 베기와 같다. 경선이는 여전히 그들의 가족문화에 흡수되지 못한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포용하는 것! 그녀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노력했다, 하지만 깨달았다. 이 또한 양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을! 시월드는 그녀를 흡수시키려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서로의 노력이 달랐다. 그래서 경선이와 시월드는 하나로 통합될 수 없다. 현재로선 경선이의 아기가 그들 사이의 외교관이자 친선대사이다. 평화유지의 주역인 셈이다.

경선이는 오늘도 잠든 아기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 아기가 언제까지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