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이는 오늘 밤도 화가 난다

경선이의 육아분노일지

by Anne s Library

Ep.9 분노의 브런치모임


경선이는 브런치 시간이ㅡ참 좋다! 온몸과 마음이 깨어있는 그 시간에, 예쁜 공간과 좋아하는 사람들과 음식의 플레이팅 마저 사랑스러운 그 점이 스스로에게 정성을 다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기들과 함께하는 브런치 모임은 또 다른 전쟁을 방불케 했다. 아기들 여럿이 모이는 것 자체가 이미 정상회의급과 같은 사전회의와 준비가 필요했다. 가까스로 아무도 열이 나지 않고 콧물이 나지 않는 날이 정해졌다! 구석진 곳에 아가의자들이 즐비하게 세팅이 된다.

식당에서는 항상 아기들의 착석시간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기에 메뉴선정이 이미 단체카톡으로 결정이

된 터! 모든 것이 신속하게 움직여진다. 각자 준비해 온 간식 가방을 열어 먹는데 시간이 걸리는 음식으로 시작을 알린다. 메뉴가 나오는 즉시 그곳에는 우아한 대화는 없었다. 보이지 않는 타이먹가 작동하듯 모두 식사에 여념이 없었다. 여기서 가장 부러움을 사는 엄마는 단연 착석시간이 가장 긴 아기의 엄마이다. 하나 둘 탈주를 시도하며, 온전한 구성원은 이제 없다. 가장 빠른 이탈자는 경선이의 아이였기에 그녀는 오늘도 대화의 서두만 들은 채, 식당을 누비는 아이를 잡기 바쁘다. 브런치 카페들은 유독 이쁜 인테리어가 많기에, 아이들을 현혹하는 물건들도 많다. 행여나 손상될까 주의하며 경선이는 아이를 인형 뽑기의 인형처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있다.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식사를 하는 사람들, 홀로 책을 읽으며 한 손에 커피잔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그녀의 시선에 지나간다. 아기가 방해될까 죄송합니다을 연발하며 그녀는 분노한다. 정성을 다해야 하는 브런치 시간에 조금은 다른 정성을 하고 있는 그녀는 이 조급함과 소외감에 역시나 그녀 또한 소소한 일상의 이탈자가 되어있었다.

식당을 나서며, 중요한 이야기는 카톡으로 이야기 하자며, 모두 황급히 바리바리 싸온 가방들을 가지고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