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동일 Jan 12. 2021

비발디의 "사계"

클래식에 다가가기(1)

비발디의 "사계"

글: 신동일(작곡가)


이탈리아의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년~1741년)의 <사계>(四季, Four Seasons)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입니다. 오래 전에 클래식 라디오 방송에서 해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을 투표로 선정하곤 했는데 줄곧 1등을 차지했던 음악입니다.
비발디는 원래 바이올린 연주자였는데, 삶의 중요한 시기를 대부분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작곡도 하고 음악 활동을 했습니다. 당시 비발디가 가르치고 함꼐 연주했던 고아원의 악단은 실력이 있고 유명해서 비발디의 음악 활동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비발디의 작품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사계>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느낌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물론 이 음악에서 표현되는 사계절은 작곡가가 느끼는 대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비발디가 사계절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고 음악으로 표현했는지 유심히 들어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입니다.


<사계>는 5분 내외의 짧은 곡들을 3곡씩 묶어서 하나의 계절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마다 3가지의 느낌을 표현하는 음악입니다. 그러니까 계절마다 3곡씩 4계절이니까 총12곡으로 작곡이 되었지만, 3곡씩 묶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각각 1곡으로 만든 것이라 보통 4곡으로 구분합니다.


비발디는 악보 군데 군데, 음악이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짧은 시를 적어놓았기 때문에, 연주하는 사람들이 어떤 풍경을 상상하면서 연주해야 할지 도움이 됩니다. <봄>은 생동감 넘치는 봄의 소리를 지나 따뜻하고 평화로운 언덕, 그리고 목동과 요정들이 춤을 추는 듯한 축제의 분위기로 이어집니다. <여름>은 작렬하는 태양과 태풍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마침내 천둥과 폭풍우가 몰아치기까지, <가을>은 수확의 기쁨을 노래하며 춤추는 농부들과 춤에 지친 낮잠, 그리고 사냥꾼들의 화려한 등장, <겨울>은 눈보라 몰아치는 매서운 추위와 겨울비 내리는 어떤 하루, 그리고 얼음 위를 달리는 아이스 스케이팅으로 연결됩니다.


비발디의 <사계>는 바이올린 협주곡의 초기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협주곡이란 뛰어난 연주자 한 사람이 무대 앞에서 멋지게 연주하면 여러 명의 연주자로 이루어진 악단이 뒤에서 반주를 해 주는 형태입니다. 오늘날 콘서트에서 가수가 앞 쪽 한 가운데에서 노래하고, 악단이나 밴드가 뒤에서 반주를 해 주는 무대를 상상해 보면, 가수 대신 바이올린 연주자가 연주하고 뒤에서 악단이 반주해 준다고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협주곡 형태가 나중에는 반주해 주는 악단의 크기가 점점 커져서 60명 이상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게 되는, 웅장하고 화려한 음악으로 발전합니다.


비발디의 <사계>는 유럽에서도 악기가 다양하게 개발되기 전의 음악으로 비발디가 이끄는 고아원 악단도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등과 같은 종류의 현악기들만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몇백년 전 작곡가가 표현한 사계절에 대한 음악이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비발디가 사계절에 대해 느낀 감흥이 몇백년이 지난 우리들의 느낌과 서로 통하는 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비발디의 <사계>를 들으며 여러분들은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지 상상해 보세요.


▷ 음악상식 : 협주곡
콘체르토(Concerto)라고 하는 협주곡은 악단이 노래를 반주하지 않고, 악기를 연주하는 한 사람의 “독주자”를 반주하는 형태의 음악입니다. 그래서 보통 협주곡은 당시의 유명한 연주가와 작곡가가 함께 작업해서 만드는 음악이었습니다. 작곡가는 “독주자”가 될 유명한 연주자가 멋진 연주를 뽐내고 그 연주자가 잘 연주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서 그를 돋보이게 작곡했습니다. “독주자”는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거나 화려한 연주솜씨를 발휘하면서 음악을 이끌어 가고, 악단은 “독주자”가 멋진 음악을 연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줍니다. 비발디의 <사계>는 작곡가 자신이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기 때문에 비발디가 직접 “독주자”가 되어 연주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협주곡은 훗날 점점 큰 규모로 발전하게 되는데, 독주 악기에 따라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첼로 협주곡”, “플륫 협주곡”, 클라리넷 협주곡“ 등 다양한 협주곡들이 작곡됩니다.  

https://youtu.be/zzE-kVadtNw

비발디의 "사계" 전곡 감상



https://youtu.be/zXK1rpo8tNM

작곡가 신동일과 음악컬럼니스트 임정빈의 비발디 "사계"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