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에 다가가기(2)
굴: 신동일(작곡가)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조셉 하이든(Joseph Haydn; 1732~1809)의 <놀람 교향곡>은 음악이 조용하게 연주되다가 갑자기 큰 소리를 내서, 졸고 있던 관객들이 깜짝 놀라 깼다는 일화가 있는 재미있는 음악입니다. “놀람”이라는 제목은 작곡가가 붙인 것이 아니고, 곡의 재미있는 특징과 일화를 통해 나중에 붙여진 제목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듣다 보면 “교향곡”(심포니, Symphony)이라는 제목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하이든은 100곡이 넘는 교향곡을 작곡했고, 모차르트는 40여곡, 베토벤은 9곡의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을 중심으로 서유럽에서는 노래가 없는 기악 연주곡이 특별하게 발전했는데, 이것은 말과 글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음악만으로 기승전결의 이야기와 비슷한 흐름을 만들어내고자 했던 것입니다. 음악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소나타”(Sonata)라는 형식이 나왔고, 이 “소나타”를 수십 명의 연주자를 동원하여 가장 드라마틱하게 연주하려는 형태가 바로 교향곡이었습니다.
작곡가 하이든 교향곡의 형식이 제대로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하이든의 음악은 간결하고 우아하면서도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표현이 많아 대중들로부터 인기가 많았습니다. 이 당시에는 교향곡 등에 번호를 붙여서 구분하고 제목은 잘 붙이지 않은 경향이어서, 지금 제목이 붙은 하이든의 교향곡들은 대부분 그의 음악을 듣고 사람들이 붙여준 것입니다. <시계 교향곡>, <군대 교향곡>, <고별 교향곡> 등 하이든의 작품 중에는 재미있는 제목이 붙은 교향곡이 많이 있습니다.
교향곡의 초창기를 마련한 하이든의 작품들은 지금 들으면, 변화가 많거나 드라마틱한 느낌이 크지 않습니다. 그 당시 대중들이 느끼는 감성의 폭이 그만큼 크지 않았던 것이기도 합니다. 교향곡은 시대를 거치면서 점점 거대해졌고, 대하소설을 읽을 때와 비슷한 감정적 변화를 줄 수 있을 만큼 드라마틱한 음악으로 발전됩니다.
교향곡은 3-4곡을 묶어서 하나의 커다란 곡으로 완성하는데, 각각의 짧은 곡을 “악장”(Movement)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1악장, 제2악장, 제3악장 등으로 부릅니다. 제1악장이 가장 중요하고, 나머지는 재1악장의 구조를 확장하거나 마지막 절정을 위해 연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놀람 교향곡>은 재2악장에서 단순한 멜로디가 조용하게 연주하다가 갑자기 큰 북을 같이 연주하면서 관객을 깜짝 놀랄만큼 크게 연주하는 부분이 등장합니다.
<놀람 교향곡>은 하이든의 94번 째 교향곡입니다. 정식 제목은 교향곡 제94번 <놀람>(Symphony No.94 “Suprise”)입니다. 그러니까 하이든이 노인이 되었을 시절에 작곡한 곡인데, 이렇게 재치 있는 표현을 했다는 건 그가 여전히 유머러스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이든은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궁정악장”으로 일했습니다. “궁정악장”이란 한 귀족 밑에서 귀족이 생활에 필요한 모든 음악을 책임지고 악단을 운영하는 직업입니다. 당시에는 귀족들마다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을 두고 실력 있는 음악가를 채용하여 악단을 위해 작곡도 하고 지휘도 하게 했습니다.
하이든은 나이가 들어 궁정악장을 그만 두고 영국 런던을 여행하게 되었는데, 영국에서 12곡의 교향곡을 작곡했고, 그 중 하나가 <놀람 교향곡>입니다. 하이든의 가장 유명한 교향곡들이 이 때 작곡되었습니다.
하이든의 교향곡 제94번 <놀람>은 총 4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1악장은 빠르고 가장 긴 곡이고(처음에 느린 전주가 있습니다), 깜짝 놀라는 제2악장은 느리고 서정적인 곡입니다. 제3악장은 미뉴에트(Minuet)라는 유럽의 우아한 춤곡이고, 마지막 제4악장은 빠르고 경쾌합니다. 전곡의 연주시간은 25분 정도입니다.
▷ 음악상식 : 교향곡의 악장
교향곡은 처음에 3악장으로 작곡되었습니다. 제1악장은 빠르고, 제2악장은 느리고, 제3악장은 빠르고 경쾌합니다. 그러다가 미뉴에트라는 3박자의 춤곡이 추가되어 4악장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미뉴에트는 보통 제3악장에서 연주되고 마지막 빠른 악장이 4악장이 됩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서 미뉴에트 대신 “스케르초(Scherzo)”라는 빠른 춤곡이 들어가게 됩니다. 미뉴에트는 조금 느릿한 3박자의 춤곡인데, 스케르초는 2박자의 빠르고 우스꽝스럽거나 기괴한 분위기의 춤곡입니다. 음악을 듣는 대중들의 정서가 점점 폭넓어지고 격렬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베토벤 이후에는 보통 빠른 제1악장, 느린 제2악장, 스케르초의 제3악장, 빠른 절정의 제4악장의 형식이 자리 잡게 되었는데, 시간이 좀 더 지나면서 스케르초가 제2악장으로 오고, 느리고 서정적인 악장이 제3악장으로 연주되는 일이 점점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하이든의 "놀람교향곡" 제2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