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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일 Jul 13. 2021

징금이타령에 의한 카프리치오

지난 연초에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로부터 위촉받은 관현악곡 <징금이타령에 의한 카프리치오>가 2021년7월20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제51회 정기연주회에서 음악회 시작을 알리는 척 곡으로 초연될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경상남도 양산에서 채록된 토속 민요 “징금이타령”을 테마로 하여 전개한 것입니다. “징금이타령”은 영호남 여러 지역에서 불리던 일노래 또는 놀이노래입니다. 빚쟁이 징금이와의 대화가 주된 내용인데, 유머러스하고 해학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노래입니다. “징금이”가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커다란 민물새우 이름에서  나온 말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양산에서 채록된 “징금이타령”은 자진모리 장단의 빠르고 유쾌한 노래인데,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예상치 못하는 전조를 활용해서 노래 부르는 사람의 정서적 변화를 표현해 주는 독특한 음악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징금이타령에 의한 카프리치오>는 민요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전조 활용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서 변화가 많은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징금이타령에 의한 카프리치오>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전반부의 다소 느린 부분은 “징금이타령” 주제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제가 “징금이타령” 민요에서 느껴지는 주관적인 음악적 이미지를 엮어서 본론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전개해 나갔습니다. 후반부 주요 부분에서 자진모리의 “징금이타령” 선율이 등장하고 한 동안은 민요의 구성을 따라 가면서 악기와 텍스추어의 변화를 통해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냅니다. 이후 음악은 점점 자유롭게 변화하고, 마지막 종결부에서는 민요 원곡과 마찬가지로 템포를 더 빠르게 당겨서 끝까지 몰아가게 됩니다. 


이 작품은 가사 없는 연주곡이기 때문에 민요 원곡만큼 해학적인 느낌을 전하기는 어렵지만, 가급적 민요 가락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대신 민요 가락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선율 변형과 대선율, 그리고 악기 음색 변화 등을 활용하여 다채로운 음색을 들을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내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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