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동일 Jun 29. 2021

번역된 3개의 향가

3 Old Korean Songs

국어 선생님이셨던 아버지는 책을 많이 갖고 계셨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 이사를 많이 다녔는데, 그때마다 이삿짐 한 트럭, 책 한 트럭이 가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중학생이 되면서 아버지 서재에서 우리나라 고전 문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민족주의적인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었습니다. 향가 해설집 중에 표지는 투박한 검은 색이었어도 일반인들을 위한 좀 쉽게 설명한 책이 있었는데, 맨 마지막 부분에 향가의 영어 번역문들이 실려 있었습니다. 대학 3학년 때 식구들이 이민을 가게 되었을 때 책들을 많이 처분했는데, 제가 이 책은 따로 챙겨두었다가 나중에 식구들을 따라 미국으로 갈 때 가져갔습니다.      


NYU 대학원 후반기 쯤에, 그때까지 갖고 있던 이 책의 향가 영어 번역문을 가사로 곡을 써보기로 마음먹고 3편의 향가를 골랐습니다. <찬기파랑가>, <제망매가>, <모죽지랑가>의 영어 번역문을 저의 지도교수였던 Ron Mazurek 교수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동양사상과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던 Mazurek 교수는 꽤 흥미로워했습니다. 영어로 향가를 접한 지독교수의 소감은, <제망매가>가 대단히 좋았고, <모죽지랑가>도 상당히 좋고, <찬기파랑가>는 “so so...,” 그저 그렇다고 했습니다.     

 

지도교수의 반응으로 봐서는 영어 번역을 아무나 한 게 아니라 전문가가 번역한 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번역가를 조사해 보았습니다. 자세한 조사 과정은 생각이 안 나는데, 아마 도서관에서 찾아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Peter H. Lee라는 UCLA 교수가 번역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제가 대학원 다닐 그 당시에도 나이가 꽤 많은 분이었는데, 최근 검색을 해 보니 1929년 생이고, 현재 UCLA 명예교수라고 나오네요.       


곡은 크게 2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모죽지랑가>와 <제망매가>는 끊김 없이 이어서 연주하도록 되어 있고, 후반부 악장에서는 첼로 독주로 간주곡이 다소 길게 연주된 후 이어서 <찬기파랑가>가 연주됩니다.       

이 곡을 초연했던 소프라노 박나연 선배는 어떻게 인연이 되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당시에 스토니 브룩 뉴욕주립대학에서 박사과정에 있었습니다. 이분이 자기 졸업연주에서 이 작품을 초연했고, 초연 때 함께 연주했던 Rupert Thopmson이라는 첼리스트를 데리고 와서 저의 졸업연주회에서 또 연주를 해 주었습니다. 마음이 따뜻한 고마운 분이었고, 귀국해서도 인연이 좀 더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작곡한 <번역된 3개의 향가(3 Old Korean Songs)>에 관한 사연이었습니다. 음원은 저의 대학원 졸업연주 실황 녹음입니다. ^^




https://soundcloud.com/n6ngh9tvp6n6/dong-il-sheen-3-old-korean-songs


매거진의 이전글 페페의 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