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다. 날씨가 선선해지니 갑자기 에스프레소가 마시고 싶어졌다. 잠을 조금 못 잤거나 약간 몸이 찌 뿌드 할 때 설탕을 듬뿍 넣은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면 정신이 바짝 들고 활기가 돋는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밀린 청소를 하고 에스프레소를 한잔하니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산뜻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아침에 내린 커피가 맛이 있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이 맛에 커피를 계속 마시게 된다.
내가 에스프레소를 처음 접한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갔을 때였다. 그때 시드니 시티의 어느 아파트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셰어하우스를 하고 있었는데 이탈리아 친구들이 모카포트에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것을 봤다. (생각해보니 퍼스 이전에 모카포트를 접했었구나, 지금 이 글을 적으면서 깨달았다.) 에스프레소를 그냥 마시는 게 아니라 설탕을 넣어서 마셨는데 마트에서 산 종이봉투에 담긴 설탕을 그냥 때려 넣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게 레드불보다 카페인이 쎄다며 좋다고 마시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나도 옆에서 한번 맛봤는데 생각보다 쓰지도 않고 달달하니 맛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은 망각 속으로 잠시 잊힌 채 나는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한국인이 되었고 흔히들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만 마시다가 최근 모카포트에 다시 심취하여 결국에는 순정 버전인 에스프레소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에스프레소가 겉멋 든 쓴 커피로 잘못 인식이 되어있는데 그건 설탕을 안 넣어서 그런 거지, 이탈리아 사람들도 에스프레소에 설탕 넣어서 먹는다. 물론 에스프레소 자체의 커피 향을 즐기시는 분들도 물론 있겠지만 커피는 음식이다, 정해진 것은 없고 자기 취향대로 마시면 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에스프레소가 기본이고 카페에서는 에스프레소를 한잔 털어마시고 떠나는 바 형태의 카페들이 있다고 하는데 최근 국내에서도 그런 에스프레소의 바 형태로 운영을 하는 카페가 있다고해서 가보고 싶었다. 결국 가보진 못했고 집에서 즐기고 있는데 내가 만든 에스프레소도 나에게는 충분히 맛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스타일이라고 하니 한번 가보고는 싶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다가 에스프레소가 땡기는걸 보니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난다. 이제 추워지면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가 생각이 날 것이다. 커피를 마시다 보니 커피 레시피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올 한 해도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