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힐링 프로젝트 [1. 꽃꽂이 취미반]

#직장 밖 새로운 도전, 플라워 클래스 첫 수업: 센터피스

by 그래이박
꽃꽂이, 플라워 클래스 첫 수업을 시작하다


꽃이 좋아지기 시작한 것은 30대가 지나고 나이가 들며 직장의 애환을 깨닫고 나서 인 것 같다.


꽃꽂이. 평소에는 크게 관심도 없던 분야다. 우선 식물을 키우기보다는 죽이기 쉬운(좋게 표현하면 소생시키지 못하는) 손을 가졌다.

요즘 플라워 클래스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많이 하는 편이라 익숙해지기 시작했지 그전에는 꽃꽂이가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분야였다.

30대가 되면서 아이 둘 육아가 쉽지 않음을 깨닫고 더불어 복직 후 맞벌이를 시작하면서 너덜너덜해진 나의 몸은 자연을 원했다.

어른들이 '자연이 좋다, 꽃이 좋다' 하시며 핸드폰에 꽃을 확대한 사진이 가득 차고 카카오톡 프로필에 색이 빨갛고 노란 꽃을 올리시는 이유가 어느 순간부터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어도 풍경이 좋고, 하늘이 높고 파랄 때 풍경을 찍게 되고, 구름의 모양이 어떻네 저떻네를 이야기하는 요즘이다.

산과 하늘의 경계 혹은 맞닿은 그 라인이 주는 안정감과 곡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인생의 벅참을 느끼면서 자꾸만 자연으로 탈출하고 싶은 욕망이 든다.




이런 욕망이 들 때쯤, 나의 몸이 자연을 원할 때쯤 직장생활의 일과 관련 없는 새로운 취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동료 선생님들한테 물어보니 이미 각자 해소할만한 취미생활을 하고 있었다. 주기적으로 마사지를 받는 분도 있었고 캘리그래피를 배우러 다니거나 드라마나 영화를 정주행 하거나 커피를 배우러 다니거나 등등.

나도 직장생활의 애환을 해소할 나만의 취미를 찾아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다.

SNS에서 해시태그 #꽃꽂이 #플라워클래스 를 찾아 클래스를 열어주는 지역 내 여러 꽃집에 문의를 했다. 취미생활로 꾸준히 배우기에는 꽃꽂이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지쳐 바닥을 치고 있는 나의 멘털을 부여잡아줄 꽃꽂이를 취미반이라도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군데 문의를 하니 꽃꽂이의 가격은 천차만별이고 거의 4회 정도 진행이 되었다. 한 회당 가격이 2만원씩이나 차이가 나는 곳들도 있었다.

클래스 가격이 다른 것은 아마 꽃의 종류 차이일 수도 있고 경력 등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꽃을 배워본 사람도 아니고 꽃이 좋아 접해보고 싶은 것이었기 때문에 SNS에 올라온 다양한 사진을 참고해서 적당한 가격선의 클래스를 골랐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예약했지만 첫 수업 약속을 잡은 날 나는

둘째부터 시작한 코로나로 나와 남편까지 릴레이 감염

되었고 생각보다 미뤄진 날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꽃꽂이(플라워 클래스) 첫 수업


오늘, 드디어 첫 수업이 진행되었다. 소요시간은 40분-1시간 정도이다. 사람마다 빨리 완성하기도 해서 수업은 시간차가 있다고 하셨다. 약속한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식물들이 안에 즐비하고 선생님은 꽃꽂이 준비를 하시고 계셨다. 선생님이 꽤 젊으신 분이다. 요즘은 젊은 사장님이 많고 감각도 좋다는데 기대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꽃꽂이는 처음 배우시는 거예요?"

선생님께서 물어오셨다.

"네, 꽃꽂이 처음이에요."

처음엔 조금 낯선 풍경과 1:1 수업이라 내가 말을 많이 해야 하나 하는 E(외향)이 가진 부담감을 안고 시작하였다. 하지만 배울수록 꽃과 관련된 궁금한 것들이 많아졌고 집중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꽃의 색감은 4회 차 모두 다르게 하실 예정이라고 하신다. 오늘은 기본적인 핑크 색감이다.

1회 차 : 센터피스

2회 차 : 토피어리

3회 차 : 리스

4회 차 : 꽃다발 혹은 꽃상자


센터피스를 배워본다. 센터피스는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꽃꽂이이다. 사방에서 보게 꽂아도 되지만 오늘은 한 방향으로 볼 수 있게 꽃을 꽂는다고 하셨다.

요즘 대세는 둥그런 모양이 아니고 하트 모양으로 양 옆이 조금 치솟게 꽂는 것이라고 하신다. 그래서 먼저 큰 송이 두 개를 골라서 양 옆으로 먼저 자리를 잡아주었다.

그 양 옆으로 꽂는 것도 같은 높이로 꽂지 않고 살짝 차이를 두는 것이 포인트다. 그리고 양 옆을 꽂고 나서는 가운데에도 큰 송이를 골라 꽂아준다.

이때 색감을 고려하여 어떤 꽃을 꽂을지가 결정된다. 그리고 몰아 꽂기(한 종류의 꽃을 두 송이씩 같이)를 해도 되지만 대체적으로는 분산시킨다.

수국도 화분의 앞과 뒤에 꽂아주었다. 지금까지 수국을 통째로 쓰는 줄 알았는데 수국도 작게 나눠서 줄기를 모아 테이핑을 하여 뭉치게 보이게 만든 후 꽂는다.

생각보다 보이지 않는 작업이 많다. 테이핑을 하고 나서는 물이 올라올 수 있도록 줄기를 조금 잘라주기도 한다.

꽃을 꽂을 때에는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줄기를 사선으로 자르지만 여기도 법칙이 있다. 단단한 줄기는 사선으로 자르고 약한 줄기들은 그냥 -(일자 모양)으로 잘라준다.

폼에 꽂는 느낌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큰 꽃으로 자리를 잡아 준 후에는 '유칼립투스'같은 긴 줄기를 꽂아 주는데 한 다섯 군데 정도 꽂는다.

이게 그냥 꽂는 것 같지만 꽃이 보는 얼굴 방향이 있어서 꽃을 꽂을 때에도 무조건 밖을 보거나 정면만 보는 것이 아니고 한 꽃은 살짝 오른쪽을 보면 한 꽃은 살짝 왼쪽을 보게 꽂는 등 다양하다.

(이건 해보니 색깔의 조화도 그렇고 미적 감각이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

그리고 유칼립투스 같은 주변 긴 가지들도 라인이 있어서 완전 밖을 보기만 해도 이쁘지 않고 꽃에서 나오는 것처럼 꽂기도 하고 앞에 정면으로 나오는 것처럼 90도로 꽂기도 하고 여러 방향으로 꽂는 것이 중요하다. 나머지 꽃들도 사이사이 단차를 낮춰주기 위해서 사용된다. 꽃끼리 비슷한 높이가 있으면 다음에 사이에 꽂는 꽃은 조금 높게 위치시킨다던가 하는 '리듬감'이 필요하다고 한다.

화분 뒤편에도 보이진 않지만 비어있지 않게 채워주기 위해서 여러 꽃을 꽂고 사이사이 작은 가지들을 넣는데 그 가지들이 전체 센터피스를 꽉 채워주면서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꽃의 길이를 너무 짧거나 너무 길지 않게 잘 잘라서 꽂는 것이 주의할 사항이고 폼에 너무 얕게 넣어서 휘청거리지 않게 해야 한다.

전체적인 꽃의 색감과 높낮이의 조화가 다 하는 센터피스다. 과감하면서도 선뜻 어디에 해야 하지 고민이 많은 나였다.



완성이 되었다.

나만의 첫 센터피스다! 첫 꽃꽂이 클래스는 나 스스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하는 동안에도 꽃과 교감을 나누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꽃을 자세히 보게 되니 또 색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사진을 왕창 찍고 화분을 포장해주셨다. 마음이 풍요로웠다. 배우는 동안 선생님께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도 해서 재미있었다. 나의 작품과 나에게 신경을 써주시면서 자세히 알려주시는 모습이 감사했다.

단체로 배우는 학원이 아니고 1:1 과외를 더 비싸게 주고 왜 하는지를 알 수 있었던 날이다.


다음 클래스 2회 차는 아마도 '토피어리'일 것 같은데 이 때는 색감을 다르게 해 보아야겠다. 나는 '피치'색이 고상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이어서 자꾸 보게 되는 것을 보니 끌리나 보다.

꽃꽂이를 배워서 방법을 어느 정도 알면 혼자 꽃을 사서도 집에서 꽃꽂이를 해 보면서 꽃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아예 꽃에 대해서 무지할 때보다 꽃과 더 친해진 느낌이다.

오늘 직장에서 벗어난 나만의 힐링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다음 차시가 기대되는 밤이다.


비록 풀꽃은 아니었지만 꽃들을 자세히 오래 보다 보니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떠오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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