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를 통해 나의 힘듦을 풀어왔다. 누군가에게 나의 힘듦을 이야기하고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털어놓으면서 풀었다. 지금도 이 것이 잘 못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브런치'라는 앱을 통해서 나의 소통 창구를 하나 더 찾았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 소통 창구는 급박하게 '카톡으로도 못하고 문자로도 다 못 적어! 전화로 해서 수다 떨게!'라는 느낌은 아니다.
평소에는 이야기할 것이 생기면 주변 친구들에게 카톡이나 문자를 하다가
아, 카톡이나 문자 쓰는 거보다 전화가 낫다. 전화할게!'
하면서 바로 전화해서 나의 고충을 훌훌 털었다. 다 털고 나면 조금 허무해지기도 했다.
나의 힘듦이나 상황,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나면 허무해지는 이유
첫 번째는 내가 이야기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나의 모든 감정을 이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예를 들어 화가 나는 일이 있어서 이야기를 해서 털고 나면 후련하기도 하지만 내가 화가 나 있는 만큼의 충분한 공감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두 번째는 만나서든 전화든 주변 사람들에게 풀고 나면 이 이야기를 몇 명한테 몇 번째 하고 있는 거지 하며 갑자기 정신이 번쩍! 뜨인다(소위, 현타). 또 말하면서 다시 화가 났던 상황을 상기하게 된다. 감정을 이야기하면서 해소하려고 상대방에게 이야기했지만 말하면서 다시 그 상황의 감정이 차오르기도 한다.
세 번째는 내가 너무 불평을 하나? 나 긍정적인 사람인데 나를 그런 사람으로 보면 어쩌지? 화가 나서 막 이야기를 풀어놓고 다시 '긍정적인 사람이야 나~'로 포장하기 바쁜 모습을 보면서 또 현타가 온다.
감정이 아주 잔잔한 사람 아니고서야 나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터.
브런치 앱의 장점
첫째, 나의 감정을 천천히 다시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나의 감정 소통 창구가 하나 더 열린 느낌이다. 특히 '패스트(빠름)'가 아닌 '슬로우(느림)'의 소통 창구다. 누군가에게 말할 때처럼 바로 피드백이 오지 않아도 나의 감정선을 충분히 되돌아보면서 찬찬히 이야기를 이곳에 풀어낼 수 있다. 적절히 감정을 절제하고 적당히 언어를 순화하는 과정을 거치며 생각의 필터를 통해서 나의 흔적으로 남게 된다. 말로 풀어버리는 흔적은 나의 머리에서는 휘발성이 강해지고 감정이 덜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의 흔적을 기억한다. 오히려 내가 다 잊었을 때도 '너 그때 그랬잖아~' 하고 다른 사람이 오랫동안 기억할 때도 있더라고.
브런치라는 소통 창구를 찾은 이후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여러 번 말하지 않고 나만의 감정 정제를 통하여 상황을 글로 남기는 게 더 편하게 느껴진다.
둘째, 내가 누군지 빠르게 알려지지 않는 느림의 글쓰기라 좋다.
브런치는 일반 SNS 같이 빠르게 돌아가는 느낌이 아니다. 어떤 SNS는 검색 범위도 굉장히 넓고 짧은 카드 사진이나 카드 글귀를 올려서 소통을 하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빠르게 공유되거나 알려지는 느낌이다.
브런치는 빠르게 '좋아요'수가 올라가지도 않고 노출 빈도나 정도가 강한 편도 아니며 사진이나 짧은 글귀도 아니어서 스크롤을 금방 내릴 수는 없다. 난 이 '좋아요'가 빠르게 올라가지 않는 것이 '작가'에게는 더 좋은 것 같다. 빠른 SNS, 팔로워 수에 적응된 나로서는 '반응이 별로인가' 싶기도 했지만 지금은 초보 작가에게 반응이 천천히 올라가는 것도 초심을 잃지 않고 나만의 글을 쓰기에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피드백도 물론 중요하고 필요한데 나의 우선순위는 내 생각과 감정 정리, 그리고 주제에 맞는, 다른 사람이 읽고 싶어 하는 <글쓰기>이다. 어쩌면 빠르게 '좋아요'수가 올라가지 않아서 내가 더 마음 놓고 글을 쓸 수 있기도 하고, 내가 누군지가 바로 드러나지 않으니 정제가 되었지만 조금 더 거칠다면 거친 글이나 주제들을 적어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빠른 SNS에서는 내가 올리는 글을 바로 누군가가 보고 '아, 얘는 오늘 여기서 뭐했구나.' 생각할 것이라는 것을 의식하면 정말로 '남에게 보이기 위한 짧은 글과 사진'을 쓰게 된다.
브런치는 내가 누구인지가 빠르게 알려지지 않아서 좋다. 자유로운 주제와 자유로운 글감으로 글을 쓰게 된다.
셋째, 아무 글이나 쓰지 않는다.
브런치는 '작가'라는 관문을 통과하게 해 놓아서 아무나 아무 글이나 발행할 수 없다. 이미 글 3편 정도를 쓰고 목차를 꾸려본 사람 중에서도 브런치 앱에서 인정된 사람만이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글을 쓸 수 있다. 아, 이건 '작가'라는 타이틀이 굉장히 대단해! 이런 뜻의 문장이 아니다. 어쨌든 하나의 관문이라도 통과해야 글을 발행할 수 있다는 장치를 해 놓았기 때문에 정말 '이상한' 글을 남기는 사람은 잘 없다. 그리고 작가가 되더라도 연재를 하고 꾸준히 글을 써 나가고 메인에 소개되는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그중에서도 흔치 않다. 그래서 독자 입장에서는 나의 처한 상황과 관련된 다른 사람들의 양질의 글을 읽을 수도 있고 작가와 댓글로 소통도 할 수 있다. 작가의 입장에서도 꾸준히 좋은 글을 생산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고 아무 글이나 짧게 써서 발행해야겠다는 생각을 지양하게 된다.
나도 쓰면서 나의 감정의 소통 창구도 좋지만, 더 나아가 여기에서 발전시켜서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강한 메시지를 담을 글을 쓰는 건 어떨까? 생각하며 글을 쓰게 된다.
즉, 독자와 작가의 니즈가 만난 곳이 '브런치' 앱이다.
넷째, 글을 쓰면서부터는 주변을 보는 시각과 깊이가 달라진다.
글을 쓰기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사색의 깊이에 있는 것 같다. 그 전에는 사과농장에 가면 '와 좋다. 하늘도 높네~' 정도의 일차원적인 생각과 언어를 구사했고, 글을 쓰고 난 후에는 좋음에서 더 나아가 '사과농장의 저 많은 사과는 누가 딸까. 임금을 주면서 사람을 쓰겠지만 '농부'라는 직업은 어떨까. 기상에 따라 사과 수확량도 달라질 텐데 쉽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오! 이걸로 글을 써야겠다.'라는 생각이 퍼뜩 떠오른다. 그래서 계속 상황과 사물 관찰에 있어서 어떤 글감과 나만의 주제로 연결을 할까 고심하게 된다. 나라는 사람이 생각이 많은 사람이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MBTI에서 ESTJ-경영자 인 나는 극 S(정말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N(사고적)인 사람인가? 의심이 자꾸만 든다. 그 정도로 생각의 힘이 깊어졌다.
글감을 찾고 좋은 주제를 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주변과 연결하려는 나를 보면서 놀랍다.
다섯째, 직장인이라면 '부캐'가 생겨서 만족스럽다.
얼마 전까지 내 직업에 대해서 이게 나랑 맞는 건가, 그리고 이 직업의 단점이 자꾸 보이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나는 사업가, 회사원, 프리랜서 등 자꾸만 주변 다른 직업들에 대해서 기웃거렸었다. 나는 나의 직업에서 만족도가 아주 낮은 건 아니지만 조금 더 발전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생각이 조금씩 사라지게 된 것은 '작가'라는 타이틀을 주게 된 '브런치' 앱에 글을 쓰면서부터다. 새롭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한다. 내가 쉽게 접근하지 않았던 글쓰기라는 분야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준 앱이다. 글쓰기를 혼자만 간단하게 생각 정리용으로 해왔었지만 남들에게 보이는 글, 그리고 나만의 주제를 찾고 목차를 정리해서 쓰는 글은 거의 쓴 적이 없다. 근데 '작가'라는 타이틀을 주고 글을 쓰라고 하니 왠지 책을 한 편 쓰고 싶었던 나로서는 기회가 주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기대감으로 두근거린다. 나의 직장생활에서 '부캐'를 얻은 것 같다. 매일 이 직업 말고 다른 무엇인가를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만 막연하게 해왔는데 한 발 다가간 기분이다. 내 직장까지 만족도가 올라간다.
글쓰기도 주제만 찾는데 너무 몰두하거나 상황을 모두 글감으로 연결하려고 애쓰다 보면 빠른 SNS처럼 올리는데 급급해지고 독자들의 반응만 살피게 될 수 있다. 모든 것은 과하지 않게 '과유불급'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브런치 앱은 매너리즘 같은 워킹맘의 일상에 기대와 설렘으로 다가온 것이다. 첫 '라이킷'을 잊을 수 없다. 브런치 앱을 잘 활용해서 나의 감정 소통 친구, 그 시절의 흔적으로 자리 잡게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