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눈이 오네. 또다시

by 다니엘

겨울은 버텨내는 것 같아.

분명 따뜻해질 때가 오겠지.. 하면서 봄을 기다리는 계절이랄까.

지루하지 않게 붕어빵도 먹고 크리스마스도 보내고 그러면서 겨우내 살아가는 거지.

봄이 없더라면 겨울을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가 없어졌을 거야.


난 겨울이 싫어 잔뜩 웅크리게 되잖아.

어금니를 꼭 물고 있게 되잖아.

겨울은 수단일 뿐이야.

여름에서 봄으로 가기 위한 긴 나쁜 꿈같아.


12월은 더 푼수같이 웃고 둘둘 목도리를 매고 꾸역꾸역 사람들을 만나.

그래야 일 년 잘 살아온 것 같잖아.

꾸며낼 뿐인 걸 알아.

텅 비어 있는 걸 알고 있어.


하얗게 눈이 쌓인 날에 집을 나서면 내 눈이 멀어버릴 것 같아.

무섭도록 눈이 부셔.

밤새 엉엉 울고 잔 사람처럼 작은 눈을 뜨고 겨우 중심을 잡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잔뜩 얼어버린 허벅지와 바지 밑단엔 꺼먼 구정물이 물들어.

곧 물들어버릴 흰에 하루 종일 들떠 있는 사람들이 멍청해 보이기도 해.


언제부터였을까.

겨울이 이토록 진절머리 나버린 건.

추운 겨울은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어.

어른이 되어도, 흰머리가 자라나 매달 염색을 해야 되는 나이가 되어도

이별 앞에 발을 동동 구르며 곡을 하며 울어야 한다는 걸 바라본 날

세상은 온통 하얬고 내 바지 밑단은 꺼먼 구정물이 물들어 있었어.

작가의 이전글시기와 질투, 우월감 그리고 죄책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