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가?
2025년 8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2025 한국출판연감』을 발간했다.  거기에 이런 숫자가 나온다.
2024년 신간 발행 종수 64,306종. 
12로 나누면 월평균 5,359종. 하루로 환산하면 176권.
내가 아침에 눈 비비고 아리(우리 집 토이푸들)한테 밥 줄 동안, 어딘가에선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그 176권 중에, 꽤 많은 수가 이런 내용이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가?”
나는 오십이다.
공자는 이 나이를 지천명(知天命)이라 했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뜻. 처음 들었을 때 좀 설레기도 했다. ‘아, 쉰이 되면 좀 초연해지겠구나. 소소한 것에 흔들리지 않겠구나. 드디어 어른이 되겠구나.’
그런데 막상 오십이 되고 보니.
남 잘 되는 것 보면 뭔가가 꿈틀 한다. 이익이 걸린 상황에선 머릿속이 자동으로 계산기를 두드린다. 자존심 상하면 얼굴 붉어지는 건 여전하고, 좋은 사람 앞에서 좋아 보이고 싶은 마음도 그대로다.
책을 얼마나 읽었는데. 자기 계발서도, 철학서도, 심리학 책도… 그래봤자 이 모양이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 176권을 쓴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정말로 질투 안 하고, 이익 앞에서도 의연하고, 매 순간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혹시, 이미 정점을 찍고 난 다음에 뒤돌아보며 쓴 책은 아닐까. 배부른 사람이 “음식에 집착하지 마세요”라고 쓰는 것처럼. 충분히 성공한 다음에야 “사실 이런 거 다 부질없더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이 가설이 맞다면, 나는 지금 순서가 틀린 책을 읽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 질문을 바꿔 봤다.
책을 읽고 내가 변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변하지 않는 나를 좀 더 잘 알게 되는 걸까.
습관이라는 게 참 질기다. 수십 년이 쌓인 반응 패턴은, 책 한 권으로 리셋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건 고쳐야 할 결함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방식의 흔적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책을 읽고 나면 채점을 그만뒀다.
‘변했냐 안 변했냐’를 따지는 대신, 그냥 좌표를 찍는다.
아, 이런 사람이 있구나. 이런 방향도 있구나. 나는 아직 여기쯤 있구나.
지천명이란 게 어쩌면, 하늘의 뜻을 완전히 깨닫는 게 아니라, “아 이게 내 그릇이구나”를 슬그머니 받아들이는 일인지도 모른다. 억지로 키우지 않으면서, 넘치지도 않으면서.
오늘도 어딘가에서 176권의 책이 나왔다.
나는 그중 한 권을 또 집어들 것이다. 다 읽고 나면 또 비슷한 나로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괜찮다.
여기까지 잘 왔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