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잘하는 일로 먹고삽니다

by 오중훈

서른 즈음, 누군가 물었다.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아?” 나는 대답 대신 웃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좋아하는 건 따로 있다. 낯선 도시의 골목을 걷는 일. 서점에서 한 시간쯤 서성이다 한 권을 고르는 일. 책장을 넘기며 누군가의 문장에 밑줄을 긋는 일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내가 먹고사는 일은 전혀 다르다. 재개발, 재건축.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속에서 길을 찾고, 사업을 기획하고, 수주를 따내는 일. 20년을 그렇게 살았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는 꽤 넓은 강이 흐른다. 젊을 때는 그 강을 건너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진짜 인생이라고. 하지만 세월이 지나며 알게 됐다. 꼭 건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잘하는 일이 생계가 되어주니, 좋아하는 일은 순수하게 남았다. 여행은 의무가 아니라 선물이 됐고, 책은 과제가 아니라 쉼터가 됐다.

결국 이렇게 사는 거다. 잘하는 일로 버티고, 좋아하는 일로 숨 쉬고.


지플래닉 대표 | 도시의 풍경을 바꾸는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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