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운 좋은 하루

by 석담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아이들이 즐겨 부르던 동요가 현실이 되었다.

연예인이나 방송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방송에 나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노래 가사에 나오는 텔레비전은 아니지만 라디오 방송에 나와 딸이 듀엣으로 출연을 한 사건의 전말은 수요일에 보낸 한 통의 문자가 그 발단이 되었다.


퇴근길의 차는 자꾸 밀리고 평소 출, 퇴근 시에 주로 듣던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수요일은 시청자 신청곡이 있는 날이라 차가 잠시 정지한 틈을 이용해 잽싸게 팝송 한곡을 신청했다.


"내일 수능을 보는 둘째 딸을 위해 신청합니다.

Imagine Dragons의 Walking The Wire 부탁드립니다."

나는 수신자 번호를 #8001으로 입력하고 거침없이 보냈다. 그리고는 운전에 집중했다.


어쩐 일인지 집에 도착할 때까지 노래는 나오지 않았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문자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입니다.'로 시작하는 답장 문자가 와 있었다.

그때서야 나는 엉뚱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신청곡을 보낸 걸 알았다. 부랴부랴 다시 신청곡 문자를 써서 #8000번으로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신청곡을 보냈지만 결국 그날 차 시동이 꺼질 때까지 신청곡은 나오지 않았다.

참 운이 없는 날이라 생각했다.


다음날은 수능시험일이었다. 우리 가족은 초긴장 상태로 둘째 딸이 수능시험을 잘 보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오후 늦게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 방송작가라고 소개한 그녀는 수능 끝나는 저녁 시간에 생방송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것도 둘째 딸까지 같이 '쌍으로' 인터뷰를 하잔다.

수능을 치른 학부모와 수험생 자격으로 인터뷰를 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나는 바로 방송에서 자주 쓰는 용어 '스탠바이' 모드로 들어갔다.

인터뷰 질문지를 받아 혼자 주섬주섬 짜 맞추어 대답할 내용을 만들고, 수정하고, 다시 읽어 보고 하면서 인터뷰를 준비했다.

인터뷰는 7시 40분에 예정되어 있다고 방송작가가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출연료도 나오고 둘째 딸을 위한 선물도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 보니 수능을 마친 둘째 딸과 가족들이 저녁을 먹기 위해 배달음식을 시켜 두었다.

나는 인터뷰 도중에 초인종이 울리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배달음식은 다행히도 인터뷰 후에 도착했다.


시간은 흘러 7시 40분이 되었다.

전화기 너머로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 실시간 방송이 들렸다.

내 인터뷰는 목포에서 경찰관에게 시계를 빌린 수험생의 학부모 인터뷰 후에 있을 예정이었다.


드디어 전화기 너머로 방송에서만 보던 표창원 교수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학부모님!"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