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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Feb 18. 2024

때로는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입춘(立春)은 보름 전쯤 지났고 내일이 우수(雨水)인데 바깥은 아직 겨울이다. 내 마음 또한 두꺼운 겨울 옷을 입고 있으니 봄은 요원하다.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말이면 겨울의 끝자락을 즐기기 위해 아직 멀리 있는 봄을 느끼기 위해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나는 지금쯤 아내와 함께 전라북도에 있는 모악산 자락을 오르고 있을 것이다.

매월 셋째 주 일요일에는 지난 연말에 새로 가입한 산악회의 정기 산행일이다.

11월에는 월출산, 1월에는 함백산에 이어 오늘은 시산제 겸해서 모악산에서 정기 산행이 예정돼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나는 회사의 책상에 앉아서 주말 내내 종일 근무 중이다.

누군가는 특근수당까지 받아가며 주말에 근무하는 것이 부럽다고 이야기할는지 모른다.

그리고 한술 더 떠 일할 수 있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요새는 회사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직원들의 사고방식이 예전 하고는 다르다.

아마도 주 5일제 근무가 정착되면서 일보다는 주말을 잘 보내는 것에 더 방점을 두는 듯하다.

가족의 행복과 즐거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몇 년 전에 회사에 큰 공사가 있었다.

나는 한 달 내내 나의 개인적인 일정을 포기하고 회사에 주말에도 출근을 했었다.

사업주는 나의 성실을 칭찬했고 그에 대한 보상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즐겁지 않았었다.


20년 넘게  같은 직장을 다니면서 서서히 드는 생각은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직원들이 일해 주기를 원하고

근로자는 쉬는 날이 오면 무조건 쉬어야 좋아한다는 것이다.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었지만  작업 물량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사업주는 그 핑계로 토요일 근무를 시키려고 애쓰고 직원들의 표정은 일그러져 간다.

반대로 주말에 공휴일까지 더해져 연휴가  길어지면 사업주의 얼굴은 화난 얼굴이 되어 간다.


이런 현상이 비단 내가 다니는 회사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자 총협회 등 경제인 단체는 주 48시간 근무가  잘못되었다며 다시 바꿔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노동자들의 그에 대한 항의도 거세다.

사업주와 근로자의 평행선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불에 기름을 더하듯 경영자와 기업인들만의 편을 드는 정부의 입장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가족들과의 여가시간  보장과 개인의 건강 유지를 위해 주 5일제의 유지는 반드시 계속되어야 한다.


제대로 된 주말도 휴식도 없지만

어쨌든 나는 오늘도 열심히 특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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