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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Jun 04. 2024

독서는 나의 것

우리 국민 세 명 중  두 명이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면서 내 이야기를 하나 싶어 얼굴이 붉어졌다. 독서에 무관심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브런치 작가 행세를 하며 지낸 지난 시간을 돌이켜 니 쥐구멍이라도 찾아들고 싶었다.

가장 최근에 구매했던 책을 검색해 보니 올해 2월 27일에 샀던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라는 서적이었다.


창비사에서 나온 이 책은 700여 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기도 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여전히 서재의 책상 위 독서대 위에 놓여 반쯤 속살을 드러낸 채 여러 날을 보내고 있었다.

술 마실 시간은 있어도 독서할 시간은 없다? 넷플릭스 보는 시간은?

나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나무랐다.


서투를 목수가 연장 탓한다 했던가?

나는 서둘러 중고 e북리더기를 하나 구매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부터 독서에 몰두해 보았다.

종이책을 독서대에 올려놓고 볼 때 보다 훨씬 집중이 잘 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책을 펴고 채 10분도 되지 않아 스며든 온갖 잡념이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잡념의 침투로 독서에 온전히 몰두할 수 없었다. 잡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게 독서에 성공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0분쯤 지나자 서서히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책이 수면제라던 아내의 말이 와닿았다. 창문을 열고 얼음물을 마시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았지만 천근만근의 눈꺼풀을 당해 낼 재간이 없다. 독서를 중단하니 신기하게도 졸음이 달아났다.

그날의 독서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매일 저녁 퇴근 후에는 책 앞에 마주 않았다.

원래 TV는 즐겨 보는 편이 아니었으나 저녁뉴스가 끝나고 독서를 시작했다.

하루에 30분, 1시간, 2시간 이렇게 매일 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매일 책과 마주하는 습관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가 제일 먼저 접한 난제는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여러 분야의 수많은 책들 중에서 읽어야 하는 책들을 골라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닥치는 대로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모든 책을 다 읽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단순하게 접근하기로 마음먹었다. 집에 있는 책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기로 했다.

지금껏 읽어 온 종이책으로 된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 현대사'를 금주중으로 독파하고 오래전에 탐독했던 삼국지와 초한지에 이어 수호지를 e북리더기로 읽어 보려고 한다.


결국 독서는 나와의 싸움이다.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그만 두면 그걸로 끝이다.

처음 독서를 열심히 하겠다는 그 마음으로 묵묵히 시작해 보려고 한다.

눈은 어둡고 침침하지만 내가 살 길이 거기 있다 생각하고 멈추지 않고 나아가리라.



* 표지사진 : 박찬욱 감독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  포스터의 제목만 편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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