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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석담
Oct 09. 2024
음악에 젖어들다
주말농장을 시작하면서 작은 CD플레이어를 하나
샀다
.
5도 2촌에는 꼭 필요한 물건이라 생각해서 망설임 없이 질렀다. 흘러간 7080 가요를 CD로 듣거나
올드팝을
USB에 담아 들었다.
그렇게 3년을 마르고 닳도록 들었다.
작은 딸이 내년 상반기에 프랑스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이매진 드래곤스(IMAGINE DRAGONS)이다.
나는 그 애를 위해 이매진 드래곤스의 프랑스 투어 티켓을 어렵사리 예매했다.
그 애가 좋아하는 그
그룹
의 히트송 'Walking on the wire'는 나도 자주 들었는데 너무 좋은 곡이다.
그 무렵이었나 보다.
나도 제대로 된 음악을 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던 것이다.
나는
한 번도 제대로 된 전축, 오디오 시스템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어려서는 가난해서
전축은
우리 집에 엄두도 낼 수 없는 사치였고 고작해야 라디오나
카세트
플레이어가 그것을 대신했다.
그래도 좋았다.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학창 시절 나는 길거리
리어카표
카세트테이프를 많이 들었다. 마음에 꽂힌 테이프는 늘어져 노래가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을 때까지 들었다.
대학에 가서도 나의 카세트 플레이어 사랑은 식을 줄 몰랐다. 청계천 전자상가에서 산 저렴한 카세트 플레이어로 구석진 하숙집 방구석에서 금지곡이던 민중가요를 들었다.
결혼하고 신혼 초에는 대구 교동 전자상가에서 일제
미니
컴포넌트를 샀다. 지금까지 들었던 음향기기보다는 약간 고급진 소리가 와닿았다.
그렇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나는 한동안 음향기기를 멀리 했고 휴대폰의 유튜브 음악을 즐겨 들었다.
휴대폰으로 듣는 음악은 고음만 잘 들리고 입체감도 없는 그저 그런 음악이었다.
2주 전쯤 중고물품 앱을 기웃거리다
앰프를
판매하는 글을 보았다. 나는 호기심으로 판매자에게 연락해 오디오를 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는 기꺼이 방문해 달라고 했고 놀랍게도 그곳은 음악을 틀어주는 레스토랑이었다.
그곳에는 온갖 브랜드의
앰프와
스피커가
튜너가
가득한 레스토랑이었다.
여유롭게 나는 그곳을 둘러보고 직접
청음 하는
호사도 누렸다. 커다란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웅장하고 입체적인 음악을 듣는 순간 나는 오디오 시스템을 사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나는 그곳에서 자그마한 앰프와 튜너, 턴테이블이 있는 멋진 전축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마음속으로 그것은 나의 것이라고 되새기며 레스토랑 주인에게 그것을 사고 싶다고 의사를 전했다.
그는 기꺼이 나를 위해 그것을 수리해 두겠다고 했다.
일각이 여삼추라 수리가 완료되기를 기다린 끝에 마침내 지난주에 청도에 있는
농막에
세팅을 마치고 틀어 보았다.
1982년도에 만들어진 기기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쨍쨍한 음향이 울려 퍼졌다.
나는 어제 밤늦도록 비틀스, 딥퍼플, 레드 제플린,
핑크
프로이트의
음악을 들으며 황홀한 시간을 보냈다.
오늘 나는
농막이
있는 주말농장에서 하루 종일 열심히 일했다. 일하는 중에 음악을 한껏 크게 틀어 놓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잡초도 뽑고 마늘 심을 밭을 만들었다.
나는 이제 나의 두 번째 버킷리스트를 완수했다.
행복한 노년을 위한 또 하나의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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