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 만에 안방으로 돌아온 아내가 낯설게 느껴졌다.
오십 중반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겠다며 호언장담하고, 둘째가 쓰던 빈방으로 떠나갔다. 몇 번의 공인중개사 시험에서 낙방하고 이제는 포기할 만한 시점이었지만, 아내는 돌아올 줄 몰랐다. 나도, 아내도 혼자 자는 습관에 젖어버린 것일까? 간혹 두 딸이 동시에 집에 오는 명절에는 하루 이틀 안방에서 동침하기도 했지만, 이번처럼 완전히 안방으로 잠자리를 옮기기는 처음이다.
아내는 며칠 전부터 불면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금요일 밤, 그녀는 밤을 꼴딱 새우고 친구들과 대전에 갔다. 나는 아내를 위해 잠자기 전 블루라이트가 나오는 휴대폰 시청을 삼가고 책을 읽어보라고 했다. 토요일 저녁, 작은 방에서 책을 읽다가 잠이 든 아내는 안방으로 건너와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아내가 잠든 후, 내가 방해하지 않도록 조용히 작은 방으로 가서 잤다. 이튿날 아침, 아내는 내가 작은 방에서 잔 것을 몹시 섭섭해했다.
일요일 저녁, 9시쯤 아내는 갑자기 안방으로 건너왔다. 내게 읽을 만한 책이 있으면 달라고 했다. 얼마 전 브런치의 독서 챌린지에서 경품으로 받은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를 건넸다. 30분쯤 책을 읽던 아내는 잠이 온다며 수면안대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잠든 아내를 보고, 그녀의 불면증이 조금이라도 치유된 듯해서 안심했다.
아내는 갱년기를 심하게 앓고 있다. 그녀의 불면증은 그녀의 성격을 점차 소극적으로 바꾸었고, 나조차도 그녀의 기분을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그 시기의 여성들이 겪는 통과의례로 생각한 내가 큰 오산을 범한 것이었다. 나는 아내의 고통에 대한 이해도 없이 내 방식대로 대했고, 아내는 점점 날카롭게 변해갔다. 결국, 우리 사이에는 대화가 사라졌고, 부부라는 고귀한 이름이 아까운 시간들이 되었다.
한 시간쯤 더 깨어 있다가, 아내가 누운 침대 옆에 나도 누웠다. 아내와 나의 사이에는 애완견 해피가 누워서 우리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고 있었다. 우리 부부가 냉전을 겪는 동안에도 한결같이 우리에게 다가왔던 해피였다. 잠자리에 누웠으나 쉽게 잠들지 못했고, 외지에서의 하룻밤 같은 객창감을 느꼈다.
매일 같은 루틴의 아침 6시 알람 소리에 일어나 샤워를 하러 화장실로 향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침대의 이불은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고 아내는 작은 방으로 가서 공부를 하고 있는 듯했다. 아내는 퇴직 전 마지막 진급을 위해 퇴근 후 열공 중이다. 오늘 저녁, 아내가 안방에서 잠들지 모르겠지만, 첫날처럼 어색함은 없을 것 같다고 느꼈다. 아내의 귀환이 우리 부부가 싸우지 않고 서로 교감하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짧고 빠르게 지나가는 인생에, 나만의 진정한 편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오는 4월 27일은 우리 부부의 결혼 30주년이다. 30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에게 커플 반지를 선물했다. 그 반지는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해 온 시간을 상징하는 의미였다. 아내가 내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았다.
마침내 아내가 돌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