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CC와
CC는 제가 이제껏 만났던 모든 콜라보레이터들과는 달랐습니다. 그녀는 꾸밈이 없었고, 거침이 없었고, 크리테이티브 했고, 친절했고, 유연했으며, 자신의 깊은 내면을 주저함이 없이 드러내 주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같이 사진 찍으며 무척 즐거웠습니다.
그녀는 어느 순간엔 햄릿의 오필리아처럼, 또 다른 순간엔 바다를 배경으로 멋진 잡지의 카바모델의 포스로, 또는 제 카메라 렌즈를 직시하며 자신의 깊은 내면까지 다 드러내 보이는 대담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끔씩은 제게 이렇게 저렇게 찍자고 요청했습니다. 마치 그녀가 감독 겸 배우이고 제가 촬영기사인 것처럼요. 아마도 자신또한 사진을 찍는 아티스트여서 가능했다 봅니다. 지난 이년, 많은 모델들과 촬영을 해 왔지만 이런 사람은 첨이었습니다.
자신의 새로운 영화 프로모션으로 엄청 바쁜 스케줄에도 그 자리를 허락해 준 저의 마크선생과, 우리의 마이티 프로듀서 세이지와, 열정적으로 모델이 되어준 CC, 저를 그곳까지 운전해 주고 순순히 제 어시가 되어준 아들 오스틴 등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야외 사진 촬영 장소였던 아름다운 산타모니카의 햇빛과, 드넓은 바다, 아름다운 꽃들, 나뭇잎에 부서져 떨어지던 빛의 조각들, 상쾌한 바람, 하다못해 너무나 손쉬웠던 길거리 파킹까지 제게 사진 잘 찍으라며 멍석을 깔아주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감사하다 못해 황송하기까지 하더군요.
상대방의 내면을 잡아내는 일이 경험 많고 도가 튼 사진작가에게는 별로 큰일이 아닐지라도 제게는 한 단계를 또 뛰어넘는 “점프의 순간”이었습니다.
아마도 감을 잡으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선은 해 볼 수 있었다는 게 짜릿할 정도로 기쁩니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