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Seattle, Washington, USA
요즘은 혼밥, 혼술이 유행이라지요? 전 삼십 년 전부터 익히 연습하고 있어서 이 분야에서는 베테랑입니다. 남편도, 장성한 아들도 엄마가 또 나가나 보다 하면서 잘 다녀오라 하지요.
지난 연초에 포틀랜드 집에서 서너 시간 운전을 해서 북쪽에 있는 젤 큰 도시인 시애틀에 가서 혼자 하루를 지내고 왔어요.
토요일 저녁, 시애틀에서 물이 젤 좋다는 호텔 레스토랑에 가서 스칼롭에 스파클링 로제 와인으로 메인을 한 뒤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에 포르토 와인도 살짝 곁들였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보니 화려하게 장식한 런던 펍 스타일의 바에서는 까만 이브닝드레스를 차려입은 멋진 여인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맘껏 뽐내고 있더군요. 그런 친구들을 보니 저 역시 기분이 좋아졌어요.
담에는 저도 저런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볼까? 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호텔을 나와서 심포니 홀로 오분쯤 걸어내려 가서 음악회 시간에 딱 맞춰 들어갔습니다.
첨 가는 뮤직홀이었지만 좌석이 운 좋게 이층 발코니 젤 앞자리라 기분 좋게 음악을 감상했답니다.
역시 비올라 전공의 아들이 일러준 대로 드보르쟉의 첼로 협주곡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이어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도 참 좋았는데 곡이 길고 굉장히 꽉 찬 (dense) 음악이라 저걸 연주하려면 오케스트라가 무지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젊은 지휘자는 서커스의 곡예사인양 두 손을 하늘에 뻗쳐가며 펄펄 나르면서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였지요. 저러다가 집에 가면 몸살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덕분에 한국에서 돌아온 지 한 달 만에 숲 속의 집에서 나와 아주 멋진 밤을 저와 함께 보냈어요.
시애틀이 혼자서 좋은 시간을 보내기엔 뉴욕처럼 너무 번잡하지도 않고 집에서 너무 멀지도 않고 딱 좋은 도시 같았습니다.
앞으로도 음악회 프로그램을 잘 살펴보고 계속 오고 싶습니다. 나름, 동네 마실 간다는 기분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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