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구백 년 된 가죽 가공 공장: Fez, Morocco
몇 년 전 이 사진들과 똑같은 장면을 당시 집으로 배달 오던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뭔지도 모르고 참 특이한 곳이네 하고 그냥 넘어갔지요.
이곳은 페즈에서 가장 오래된 가죽 가공 공장입니다. 12세기에 설립된 곳이라 하네요.
가기 전에 저희 가이드가 냄새가 심하게 날것이라 말했지만 새겨듣지 않았습니다. 근데 공장에 들어가는 입구에서 점원이 프레쉬 민트 가지를 하나씩 나눠 주더군요.
이건 뭐지? 들어가자마자 그 의문은 곧 풀렸습니다. 정말 역겨운 오물냄새가 천지를 진동하더군요. 민트잎을 제 코앞에 바짝 대었습니다.
앞서간 사람을 따라서 좁은 계단을 육 층쯤 올라가니 갑자기 너른 옥상이 나오며 이런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아!
그 냄새.
더욱 놀란 건 그 견디기 힘든 지른 내 나는 곳에서 사람들이 가죽을 쌓아놓고 가공하는 일을 모두 몸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이 페즈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육 층 건물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며 구경하는 나와 동료들. 저 아래서 머리를 뒤흔들 정도의 냄새를 참아가며 도살당한 동물의 가죽을 가동하는 저들과의 차이.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솔직히 부끄러웠고 미안했습니다.
모로코에서 돌아온 제게 아들이 어디 어디 갔었냐고 해서 마지막에 페즈도 갔다고 했지요. 젤 첨에 물어보는 말이 가죽 가공 공장에 갔었냐고요. 그래서 그곳이 얼마나 냄새나고 일하기 힘든 곳 같았는지 얘기했습니다. 아들이 하는 말이 그곳의 종업원들 중에는 고학력자도 많다고 들었다고 하더군요.
왜?
언젠가 저희 가이드 압둘을 다시 만나면 꼭 물어볼 겁니다.
추신: 마지막 사진의 흰 모자가 저인데 누가 찍었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그 냄새를 참아가며 이 사진들을 찍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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