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나는 어떻게 고양이를 사랑하도록 배웠는가
<길냥이로 사회학 하기>는 과학기술학 연구자 권무순의 책이다. 이 책은 행위자-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 ANT), 특히 브뤼노 라투르의 이론적 논의를 중심으로 '길고양이의 존재 양식'과 'TNR(Trap-Neuter-Return: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한 후 포획 장소에 다시 풀어주는 개체수 관리 프로그램)의 불확실성'을 탐구한다. 권무순은 과학/사회학과 자연/사회의 경계를 넘나들며(혹은 뒤섞으며) 길고양이라는 비인간 존재에 정치적 행위성을 부여하고자 한다.
이 책의 추천사는 저자 권무순의 지도교수 김철규(고려대학교, 사회학과)가 작성했다. 김철규는 필립 맥마이클(Philip McMichael) 등이 제창한 식량체제론을 바탕으로 한국 자본주의와 농촌, 먹거리 문제 등을 연구하는 사회학자이다. 추천사에서, 김철규는 이 책의 장점을 크게 세 가지로 꼽는다. 첫째, "고양이의 존재 양식을 깊이 있게 분석"함으로써 "현대인의 인간중심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한다(8). 둘째, 여럽고 딱딱한 학술적 논의를 쉽고 재밌게 풀어내는 높은 가독성. 셋째, 길냥이들의 생생한 맥락을 전달하는 풍성한 사진이다.1) 김철규는 추천사 말미에서 이 책을 통해 "오래 묵은 '인간중심적' 배신감을 마침내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김철규가 이야기한 대로, 이 책에는 글을 쉽게 쓰려고 노력한 작가의 흔적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특히 책의 구조는 그러한 노력을 잘 드러낸다. 작가는 일반적인 학술서와 달리, 독자가 어려운 추상적 논의에 빠져 중심 서사를 놓치지 않도록 마지막 챕터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이론적 논의를 풀어 놓는다. 길고양이 사진과 더불어 이야기되는 개인적인 경험담들은 글을 더욱 풍성하게 할 뿐 아니라 이야기되는 맥락을 쉽고 풍부하게 전달한다.
<길냥이로 사회학 하기>는 단순한 과학 이야기도 아니고, 단순한 사회학 이야기도 아니다. 소위 문/이과 구분이 잘 보여주듯, 과학/사회학 또는 자연/사회는 명백하게 다른 양식으로 이해될 때가 많다. 그러나 이 책은 길고양이를 이야기하는 내내 '과학과 사회학', '자연과 사회'를 한데 뒤섞는다. 책 말미에 인용되는 곡 <Eclipse>(Pink Floyd, 1973)의 가사는 그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2) 작가는 자연/사회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현대인이 가진 고정관념(즉, 인간은 자연에서 벗어난 예외적 존재다)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의 마지막 제안은, 길고양이를 비롯한 수많은 생명(나아가 사물)을 포함하는 비/인간 민주주의를 구상하자는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책의 독자들이 단 하나의 경구를 기억해야 한다면, 고양이들이 우리 삶의 정치적 동반자라는 사실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고양이는 모든 정치가 인간에 의한 인간의 정치라는 교리를 깨뜨리러 이 세상에 왔다.'"(301)
결론적으로, 이 책은 (여러 의미에서) 단순히 귀엽지만은 않은 여러 길냥이 사진, 다소 추상적인 학술적 논의, 그리고 작가의 사적인 이야기 들을 길게 엮어가며 도발적인 정치적 상상을 제안한다. 길고양이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흥미로운 지적 탐험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명은 언제나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인간은 소중한 생명이지만, 인간보다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생명체는 없다."(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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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에 들어간 사진 가운데 일부는 여기에서 디지털 이미지로 볼 수 있다: https://www.instagram.com/kwon__musoon?igsh=czEyb2dvZWRpNGxx
2) 인용된 가사 가운데 일부는 다음과 같다: "사실, 달의 어두운 면은 없어. 달은 전부 어둡거든(There is no dark side in the moon, really Matter of fact, it’s all dark)". 이 곡은 핑크 플로이드의 1973년 앨범 <The Dark Side of the Moon>(달의 어두운 면)의 마지막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