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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금빛 모래를 되찾을 수 있을까?

[서평: 한강, 1968]

by 무순

이 글은 아래 책에 대한 서평이다.

: 김원. (2025). 한강, 1968: 복원의 시대를 위해 돌아보는 1968년 이후 한강 상실의 이력. 혜화1117.



1.


《한강, 1968》은 한강 개발과 그 파괴 과정을 서술한 책이다. 저자 김원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김대중 정부 대통령비서실 수해방지대책기획단, 문재인 정부 대통령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환경부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 위원, 한국수자원학회 부회장 및 응용생태공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출판한 책으로는 《하천수리학》(공저, 2015), 《생명의 강 살리기》(공저, 2011) 등이 있다.1)



2.


이 책은 한강 하류로부터 상류로 지리적 초점을 옮겨가면서, 금빛 모래로 아름다웠던 한강이 인공하천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첫 장에서 한강개발의 역사를 간결하게 다룬 저자 김원은 ‘장항습지와 신곡 수중보→ 난지도와 창릉천→ 여의도와 밤섬, 그리고 선유도→ 한강대교와 반포, 그리고 압구정→ 잠실과 그 일대→ 미사리와 왕숙천’(즉, 서쪽에서 동쪽으로 또는 하류에서 상류로)으로 시선을 옮겨가며 그 변천 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한강 복원의 필요성을 요청하면서 책을 마친다.


글은 읽기 쉽게 쓰였으며, 저자의 주장도 명료하다. 길게는 일제 강점기, 좁게는 1968년 이후 개발 과정을 통해 한강이란 ‘자연’은 파괴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복원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때라고 저자는 말한다. 작가의 문체는 쉽고 분명해서 어떤 독자라도 헷갈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더 큰 장점은 풍부한 시각자료이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사진과 지도가 글보다 더 많은 지면을 차지할지도 모른다. 나를 비롯해 현재 모습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한강의 옛 모습을 떠올리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겠지만, 많은 사진과 지도는 바로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 책은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



3.


책을 읽고 나니 저자가 주장하는 ‘복원’에 관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첫째, 복원해야 할 한강의 원래 모습은 언제일까?2) 1968년의 한강? 아니면, 그보다 이전의 한강? 그리고 그 이유와 근거는 무엇일까? 그리고 복원해야 하는 대상은 (한)강뿐일까? 그 생태를 이뤘던 수많은 구성원은 어떻게 다뤄야 할까? 말하자면, 정확히 무엇을 복원해야 할까? 둘째, 강을 복원할 수 있을까? 책에서 분명하게 보여주듯, 강 개발은 도시 개발과 동시에 이뤄졌다. 아니, 내 생각에, 강 개발은 그 자체로 도시 개발이었고, 도시 개발은 그 자체로 강 개발이었다. 그렇다면, 강 복원에서 도시는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걸까? 되돌린다는 선택지는 불가능하니 말이다.

요컨대, 이 질문들은 복원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에워싼다. 진정한 복원이란 무엇인가?



4.


인상적인 문구들


“한강은 자연상을 찾기 어려운 인공하천이자 공원일 뿐이다.” (72)


“원래의 강은 흔적도 없다. 우리가 보고 있는 홍제천과 불광천은 강이 아니라 인공수로이다.” (136) [아마도, 작가는 한강 또한 “인공수로”에 불과하다고 말할 것이 분명하다.]


“폭파하면서까지 없애버린 밤섬이 저절로 되살아나고 있다. 한강의 복원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걸 밤섬을 통해 배울 수는 없는 걸까.” (181)



1) 출판사 설명 참고.


2) 이 질문과 관련한 더 본격적인 논의로는 내가 이미 서평을 쓴 바 있는 데이비드 하블릭의 책 《무기가 사라진 DMZ - 탈군사의 흔적 그리고 생태복원》(2020)을 참고하라. 책: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31803152&start=slayer, 서평: https://brunch.co.kr/@f3929ffdd4504c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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