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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하나부터 열까지 정치적이다.

서평: <인공지능은 왜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가>

by 무순

이 글은 아래 책에 대한 서평이다.

: 마크 코켈버그. (2023). 인공지능은 왜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가: AI의 정치학과 자유, 평등, 정의, 민주주의, 권력, 동물과 환경. 배현석 옮김. 생각이음.



인공지능은 왜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가는 마크 코켈버그(Mark Coeckelbergh)의 책 <The Political Philosophy of AI>1)의 번역서이다. 저자 코켈버그는 벨기에 기술철학자로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 철학과의 미디어 기술철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내 번역된 저자의 책으로는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계발>(2024, 민음사), <그린 리바이어던>(2023, CIR), <AI 윤리에 대한 모든 것 >(2023, 아카넷), <뉴 로맨틱 사이보그>(2022, 컬처북스) 등 총 다섯 권이 있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학자인데, 생각보다 많은 책이 번역되어 있어 놀랐다. 아무래도 이 분야에서 꽤 알려진 연구자인 듯하다).


이 책은 제목부터 내용을 잘 요약한다. 인공지능은 “하나부터 열까지 정치적”이다(16). 부제 또한 상당히 적절한데, 이 책이 부제에 적힌 순서대로 ‘자유’, ‘평등과 정의’, ‘민주주의’, ‘권력’, ‘동물과 환경(비인간 정치)’를 다루기 때문이다. 다만, 명확한 주제와 달리 내용 자체는 다소 어지럽다. 원서 제목에서 다소 느껴지듯, 자기주장을 명확히 담기보다 일종의 핸드북을 의도한 듯 보인다. 책을 함께 읽은 동료에 따르면, “이 책 자체가 여러 책에 대한 서평” 같다. 따라서 이 책은 연구 주제를 찾기엔 유용하고 유익한 책이지만, 이 책 자체를 통해 명확한 지식을 얻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핸드북 같은 구성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 책 내용을 적절히 요약하기도 쉽지 않다. 말하자면, 이 책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자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등과 정의에 어떤 역할을 미칠지,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권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동물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본다. 저자의 명확한 주장은 드러나지 않으며, 다양한 연구자들이 논의한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며, 제기될 수 있는 질문들은 던진다. (요컨대, 질문은 던지지만, 그 답을 찾지는 않는다). 서평에 대한 의무(또는 기본 요소)를 저버리는 듯 하지만, 아무튼 책 내용을 짧은 지면으로 명확하게 요약하기란 내 능력 밖에 있다.


그런 이유로 저자가 논의하는 주제들에 대한 선행 지식이 없는 독자라면, 책을 이해하는 데 꽤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저자는 다른 연구자의 두꺼운 연구들을 놀랍도록 간단하게 추려낸다. 문제는 그 내용을 아는 사람에게는 간결한 요약이지만, 그 내용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내가 읽으면서 직접 경험했던 것들이다.


여러모로 생각해 봐도 일반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반대로 인공지능을 막 연구하기 사람에게는 꽤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듯하다. 이렇든 저렇든 저자의 지적 범위는 정말로 넓고 박식하다. 아무리 훌륭한 연구자라고 해도 이렇게 넓고 다양한 분야를 다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종합적인 평은 이렇다: 한번 읽고 이해하기에 어려운 책이다. 옆에 두고 여러 번 봐야 할 책이다. 그러나 아무리 여러 번 본다 한들 이 책만으로 그 주제들을 다 파악하기는 어렵다. 반드시 다른 책과 함께 봐야 할 책이다. 일종의 문지기 같달까.



1) 책 제목을 직역하면, <AI의 정치철학> 정도가 될 듯하다. 번역서의 제목은 꽤 적절해 보인다. 다만, 부제 마지막에 들어간 ‘동물과 환경’은 다른 말을 썼으면 어떨까 싶다. 예를 들어, 비인간 정치학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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