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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상현 Aug 19. 2023

[세계여행] D+44 우유니 2박 3일 투어

황홀한 풍경에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투어 혐오

전날 선셋+스타라이즈 투어를 마치고 오늘은 2박 3일간 우유니 사막, 화산과 호수가 여럿 있는 국립공원을 거쳐 칠레 산페드로데아타카마로 넘어가는 투어를 출발하는 날이다. 어제 같은 투어 그룹에 있던 홍콩 여자 친구가 같은 호스텔에 있어 아침에 조식을 먹으며 인사를 하는데 받아주는 반응이 뭔가 시원찮았다. 짐을 다 싸고 나와서 로비에서 픽업을 기다리는데 그 친구도 있길래 오늘은 무슨 투어를 하냐며 상투적으로 말을 걸었다. 조금 얘기하다가 나에게 갑자기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우리 어제 투어에서 보지 않았냐고 하니 못 알아봤다면서 상당히 민망해했다. 어제 단체사진을 이 친구 카메라로 찍어서 사진을 보내주기로 했는데 밤새 안 와있어서 그 얘기도 꺼냈더니 그것도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하며 바로 보내줬다. 이 정도면 아침에 호스텔에서 만난 게 다행이다.


이번 투어 그룹은 같은 여행사에서 예약한 나와 동행 2명, 어제 투어도 같이했던 홍콩 남자까지 4명과 다른 여행사에서 합류한 스페인, 루마니아 커플까지 총 6명이다. 경험상 남미 관광지에서 투어사들은 대부분 관광객을 모으는 역할만 하고 투어 진행은 가이드들에게 하청을 넘긴다. 아무리 투어사에서 자기네 투어가 다른 투어사에 비해 얼마나 좋은지 사탕발린 말을 해도 결국 정원을 채우기 위해 다른 투어사에서 예약한 사람들과 합쳐지는 게 다반사이다. 실제로 저 커플이 예약한 여행사는 내가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들어갔던 곳 중 하나였는데 터무니없게 높은 가격을 불렀던 곳이다. 나중에 루마니아 여자애는 다른 이유들도 있었지만 본인들이 지불한 비용이 우리가 낸 비용보다 훨씬 높은 걸 알고 상당히 언짢아했다. 남미에서 투어는 투어사 평판이 너무 별로만 아니면 그냥 돌아다니면서 제일 싼 데서 하는 게 정답이다.



그룹이 다 모이고 첫 번째 스팟인 기차무덤으로 출발했다. 커플이 가장 늦게 픽업되어 가장 좁은 투어 차량 뒷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중간자리에 앉아계시던 동행분이 좁지 않냐고 불편하겠다고 걱정해 주자 스페인 남자가 '돌아가면서 좁은 자리에 앉으면 되지' 하고 냉큼 받아먹었다. 기차무덤은 우유니 마을 바로 근처에 있는데 광물을 수출하기 위해 지어진 볼리비아 최초의 기차역 중 하나였던 자리였다고 한다. 폐허가 된 기차 위로 올라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룹에 홍콩 친구가 무서운 얘기를 해줬다. 예전에 자기 학교 교수님이 여기 와서 사진을 찍다가 떨어졌는지 어쨌는지 사고를 당해서 사망했다고 한다. 기차가 많이 녹슬어 있고 날카로운 부분도 많아서 조심하지 않으면 충분히 사고가 날 수 있는 환경이긴 하다. 투어그룹이 한꺼번에 왔다 30분 정도 사진을 찍고 한꺼번에 빠지는데 솔직히 사람만 많고 볼 건 별로 없었다. 다시 마을을 지나가면서 가이드에 여기 사람들은 관광업 이외에는 뭘 먹고 사는지 물으니 근처 광산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고 그 외에는 키노아 농사나 알파카 목축을 한다고 한다. 두 번째 목적지는 기념품을 살 수 있는 콜차니 마을이었는데 기념품에는 원래 관심도 없고 마을도 예쁘지 않아서 내리자마자 시식하라고 준 땅콩이나 사 먹고 홍콩친구랑 떠들다 차량에 탑승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 알겠지만 투어에 이런 단지 기념품만을 위한 아무 의미 없는 장소는 안 끼워 넣었으면 좋겠다.



다음 스탑은 소금사막의 눈(ojo del salar)이라 불리는 곳으로 지하에서 산소가 솟아올라 물이 보글보글 끓는 것처럼 보인다. 물을 찍어먹어 보았는데 어김없이 짜다. 여기부터 본격적으로 소금사막 안으로 진입하는데 어제 봤던 물이 찬 모습이 아닌 건조한 소금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모습이 계속된다. 소금사막에는 어떠한 동물도 살지 못한다고 한다. 차를 타고 달리는 도중 종종 채취한 소금을 싣고 정제시설로 향하는 덤프트럭도 지나간다. 지평선까지 하얗게 이어지는 소금밭의 모습이 마치 설원에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우기 때 물이 한가득 차 있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어제같이 애매하게 물이 찬 모습보다 건조한 모습이 훨씬 아름다웠다. 점심을 먹으러 다카르 랠리 기념 조각과 포토스폿으로 유명한 각국의 깃발이 꽂혀있는 곳이 있는 소금호텔로 향했다. 나는 오히려 다른 두 곳보다는 소금호텔에 들어갔을 때 여행하는 느낌이 났다. 우유니 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다 거쳐가는 곳이라 워낙 여행영상에서 많이 보던 곳이다 보니 내가 정말 영상으로만 보던 곳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가이드가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자유시간이 주어졌는데 유럽 커플이 공룡인형 등을 놓고 착시현상을 이용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찍어주는 사람이 우리 가이드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거기서 사진만 찍어주면서 돈을 받는 사람이었다. 1인당 촬영 비용이 얼마 안 해 우리도 찍었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퀄리티는 그저 그랬다.



소금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소금사막 조용한 곳으로 들어가 이번에는 우리 가이드가 사진을 잔뜩 찍어줬다. 솔직히 사진을 찍는 게 재미는 있는데 신호에 맞춰 뛰고 다이나믹한 포즈를 취하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도 결과물을 보면 여기가 아니면 절대 찍을 수 없을 사진들이어서 만족스럽다. 그 와중에 루마니아 친구는 사진에 많이 진심이었다. 남자친구는 사진에 그렇게까지 열정적이지 않고 피곤한 티를 내는데 보채고 달래며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낼 때까지 사진을 찍었다. 홍콩 친구도 다른 의미로 사진에 진심이었다. 본인이 일하는 학교 비품인 카메라, 삼각대, 드론을 챙겨 와서 정말 열정적으로 풍경사진을 남겼다. 본인이 찍는 사진에 몰두해서 중간부터는 착시사진에 등장하지도 않는다. 드론으로 찍은 파노라마뷰는 말할 것도 없고 카메라로 찍은 풍경사진을 보면 핸드폰 카메라가 이렇게까지 좋아졌는데 왜 아직도 사람들이 카메라를 사는지 알 것 같았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좋은 카메라로 담는 모습이 부러웠다. 카메라로 우리 사진도 많이 남겨주고 홍콩에 돌아가면 보내주기로 했는데 결과물이 기대된다.



소금밭에 육각형으로 결정이 맺히는 건 차있던 물이 증발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가는 데마다 무슨 맛인지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바닥의 소금을 계속 주워 먹었다. 소금층의 두께는 얇은 곳은 수십 센티미터에서 깊은 곳은 100미터가 넘어간다고 한다. 한 시간 동안 이런저런 사진을 찍고 다음 목적지인 잉카와시 섬으로 한참을 달려갔다. 워낙 사방이 지형지물 없이 뚫려있고 하얘서 거리감각이 없어지기 때문에 섬이 보이기 시작한 시점부터도 한참을 달려갔다. 30볼리비아노를 내고 탐방로로 입장하면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예전에 바다였던 땅이라 섬의 기반은 산호로 이루어진 지형이고 그 위에 수많은 선인장이 자라고 있다. 그 뒤로 펼쳐지는 끝없는 소금사막의 모습은 마치 얼어있는 바다를 보는 듯하다. 선인장은 속이 텅 비어있거나 물렁물렁하다고 생각했는데 중간중간 부러져 있는 선인장을 보면 나무처럼 단단한 기둥이 있다. 선인장을 쪼며 과육을 먹는 듯한 작은 새도 한 마리 보았다. 선인장이 가득한 섬 뒤로 펼쳐져 있는 소금사막, 그 위로 일몰시간이 다가와 낮게 떠 있는 태양까지. 내가 원하던 이국적인 풍경의 끝을 보는 듯했다. 바람이 꽤나 많이 불었지만 그마저도 거슬리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작성한 여행기를 보면 잉카와시 섬이 그저 그랬다는 평이 많은데 나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에게만큼은 이번 여행뿐만 아니라 아마 살면서 본 최고의 절경이었다.



조금 더 달려 소금사막 끝자락에서 일몰을 보며 1일 차 투어일정을 마무리했다. 해지는 소금사막은 가 본 적도 없는 남극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점점 분홍빛으로 물드는 하늘은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제의 일몰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었다. 해가 완전히 진 후 소금사막을 빠져나와 인근 한 마을에 있는 소금호텔 컨셉의 숙소로 향했다. 당연히 와이파이와 난방시설은 없었고 가장 마음에 들지 않던 점은 로비는 그렇다 치는데 방바닥까지 소금으로 채워놓은 것이었다. 짐을 도대체 어떻게 내려놓으라는 건지 모르겠다. 투어사에서 첫날 숙소는 괜찮은데 둘째 날 숙소에서는 정말 잠만 잘 정도로 열악하다고 말했는데 오늘이 이 정도면 내일은 어떨지 기대가 되었다. 나와 동행 부부분, 홍콩친구는 옵션을 추가하지 않은 트윈룸을 예약했고 유럽 커플은 돈을 더 주고 화장실이 딸린 방을 예약했는데 가이드가 나이가 많으신 동행분들이 당연히 옵션을 추가했을 거라 생각했는지 방을 바꿔서 줬다고 한다. 결국 나중에 다시 본인들 방을 찾아갔는데 루마니아 여자애가 영문도 모르고 그냥 가이드가 준 방에 들어가 계시던 동행분들께 찾아가서 짜증을 냈다고 한다. 그 와중에 나는 추위에서 생존에 급했기에 옷을 한껏 껴입고 한 달 반동안 가지고만 다니면서 꺼내지도 않았던 침낭을 드디어 처음으로 사용했다. 쿠팡에서 2만 원 정도 주고 샀던 정말 기본적인 경량침낭인데도 꽤나 따뜻했다. 그래도 이 날 숙소는 10볼을 주면 온수샤워가 가능해서 따뜻한 물로 씻고 자니 그렇게까지 춥지는 않았다.



이미 우유니 소금사막은 벗어났고 이틀차는 화산과 호수가 가득한 지형을 따라 칠레 국경 쪽으로 이동하는 일정이다. 첫 번째 스팟은 규모가 작은 소금사막이었는데 가이드가 우유니를 본 다음에는 별 감흥이 없을 거라 정차하지 말고 지나가자고 했다. 실제로 바람과 산에서 내려오는 모래가 소금층의 퇴적을 막아 우유니에서처럼 새하얀 소금밭은 볼 수 없었고 그냥 하얀 자국이 군데군데 있는 정도였다. 그 이후로도 칠레 안토파가스타로 이어지는 철길과 화산을 멀리서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잠깐씩 서서 포토타임을 가졌는데 딱히 볼 건 없었다. 끊임없이 건조한 고원의 지형이 이어지는 가운데 플라밍고가 서식하는 호수 여러 군데에 들렀다. 처음 볼 때는 신기해서 천천히 둘러보느라 다들 가이드가 정해준 시간을 훌쩍 넘겨서 차로 돌아왔는데 뒤로 갈수록 비슷한 풍경이 반복되다 보니 점점 흥미가 떨어졌다. 여전히 경치는 아름다웠지만 투어 특유의 한참 가다 잠깐 서고의 무한반복도 문제였다.



대여섯 개의 호수를 들르는 중간중간 사막여우와 안데스 토끼, 비쿠냐 같은 다른 동물들도 볼 수 있었다. 오후가 되면서 평화로워 보이는 하늘과는 달리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풍화작용으로 생겼다는 '돌나무'(árbol de piedra)에서는 정말 추워서 다들 사진을 남기자마자 차로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제일 심할 때는 시속 100km의 바람까지 분다는데 이 정도로 바람이 부니까 돌이 저 정도로 깎이는구나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 날 들르는 곳 중 가장 메인인 라구나 콜로라다 입구에서 국립공원 입장료 150볼리비아노를 냈다. 호수 색이 빨간 이유는 플라밍고의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 때문이라고 한다. 가이드가 숙소까지 가기 위해 빨리 돌아와야 한다고 하도 재촉하기도 했고 바람도 많이 불어 전경을 볼 수 있는 언덕으로는 올라가지 않고 플라밍고와 가까운 아래쪽에서만 잠시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전에 들렀던 호수들보다 확실히 규모도 크고 플라밍고도 많았지만 계속 반복되던 풍경이라 엄청 아름답다는 느낌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해 질 무렵에 간헐천에 들렀다. 5000m가 넘는 고도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 덕에 기온도 낮고 바람도 절정에 달해 정말 추웠다. 신기하긴 했는데 사실 내가 기대한 물이 높게 뿜어져 나오는 풍경이 아니라 지면에서 진흙이 보글보글 끓으며 연기를 만드는 간헐천이라 약간은 실망했다.


조금 더 달려 도착한 숙소의 첫 느낌은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당연히 인터넷, 온수샤워와 난방은 없었지만 멀쩡한 건물에 침대 상태도 양호했다. 이 정도에 안도하는 것도 웃기지만 그만큼 기대가 없었다. 다만 초저녁부터 방에서 느껴지는 한기가 심상치 않았다. 숙소 앞에 노천온천이 있다길래 저녁을 먹고 추위를 피해 그곳으로 향했다. 마추픽추 가는 길에 있던 미지근한 온천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들어가도 괜찮을 만큼 따뜻했다. 온도가 1도 정도만 더 높았으면 완벽할 것 같았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밤에는 옆의 호수가 얼 정도로 추운 날씨인데 온천 안에 들어가 있으니 나중에는 안경에 김이 잔뜩 껴서 앞이 보이지 않아 안경을 벗고 있었다. 처음에 너무 추울 것 같아 쓰고 있던 비니도 벗었다. 그 와중에 같이 온 스페인 친구는 보스(여자친구)가 쓰라고 했다며 끝까지 비니를 고수했다. 온천도 온천이지만 밤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스타라이트 투어 때 봤던 것처럼 은하수가 다 보이는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눈과 몸이 모두 즐거웠다. 스페인 친구는 금방 숙소로 돌아가고 나와 동행분은 두 시간가량을 온천에서 얘기하며 따뜻함을 즐겼다. 중간에 한번 일어났을 때 공기가 너무 차서 두 시간 동안 돌아갈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온천이 닫을 시간이 되어서 탈의실로 돌아가는데 뜨거운 물에 너무 오래 있다 갑자기 찬 공기를 맞아서 그런지 머리가 어지럽고 다리가 굳었다. 처음으로 일어난 일인데 마음대로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아서 한참을 벽을 잡고 서 있어야 했다. 물이라도 가져왔어야 하는데 준비할 생각조차 못했다.



숙소에서의 밤은 역시 상당히 추웠다. 침낭에서 나와있는 얼굴이 시려서 목도리를 두르고 자다 답답해서 벗어던졌다. 추위와 답답함 사이에서 고전하며 한두 시간을 뒤척거리다 겨우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군대에서 겨울에 밖에서 자고 일어난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너무 추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느낌이 들었다. 추위와 싸워가며 일어나 짐을 싸고 아침을 먹고 아침 7시부터 3일 차 일정을 위해 출발했다. 그 와중에 숙소 앞 얼어있는 호수 뒤로 떠오르는 해는 아름다웠다. 홍콩 친구는 아침부터 밖으로 나가 드론을 꺼내 촬영을 하느라 바빴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동행분들이 자진해서 뒤에 탔는데 스페인 친구가 미안했는지 동행분들이 계속 괜찮다고 하시는데도 앞에 앉으시라고 계속 말했다. 그 와중에 루마니아 친구는 어지간히 뒤에 앉기 싫었는지 저분들이 좋아서 뒤에 앉으시겠다는데 왜 그러냐고 남자친구를 나무랐다.


오늘의 첫 스팟은 살바도르 달리 사막이었는데 풍경이 달리의 그림에 나오는 초현실적인 모습과 비슷해서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렇고 동행들도 전혀 비슷한 점을 찾지 못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또 아침 일찍 나온 만큼 너무 추워서 그렇게 적극적으로 풍경을 즐길 여유도 없었다. 



투어의 마지막은 Laguna Verde(초록호수)와 Laguna Blanca(하양호수)였다. 조용한 분위기의 호수였고 초록호수의 색깔을 내는 금속성분 때문에 플라밍고는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호수 뒤로 보이는 리칸카부르 화산은 칠레와 볼리비아의 국경에 걸쳐있는데 다음 행선지인 아타카마 사막에서 내내 보며 감탄했다. 아타카마가 고도로 치면 1500미터가량 밑에 위치해 있어서 그쪽에서는 훨씬 웅장하게 보인다. 원래 국경에 10시에서 11시 정도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8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가이드가 빨리 돌아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가이드는 우리를 국경에 떨궈주고 5-7시간 정도를 우유니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9시도 되기 전에 국립공원을 벗어나 국경에 도착했다. 이렇게 볼리비아 여행이 끝났다.


전체적으로 2박 3일 우유니 투어는 나쁘지는 않았는데 아시아인들이 잘 하지 않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1일 차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2일 차는 차를 오래 타며 포토스팟을 찍는 게 지겨웠고 마지막 날은 별 내용 없이 지나갔다. 첫째 날 지나가는 코스는 우유니에서 데이투어로도 진행할 수 있어서 굳이 이걸 보기 위해서 2박 3일 투어를 진행할 필요는 없다. 2, 3일 차의 풍경도 아름다웠지만 솔직히 소금사막만큼은 아니어서 스킵해도 무방할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하루종일 차를 타며 5분에서 10분씩만 내려 사진만 찍고 다시 타는 걸 반복하며 추위와도 싸워야 하는 게 힘들 수도 있다. 와라즈와 쿠스코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던 이런 방식의 투어에 대한 혐오가 다시 도졌다. 나한테는 역시 몸이 좀 힘들고 가이드 설명이 없어도 오래 있고 싶은 곳에 오래 있으며 내 템포대로 즐기는 자유여행이 맞다. 결정적으로 우리 투어는 가이드가 너무 의욕이 없었다. 가끔 사진을 찍을 때는 열정적으로 찍어줬지만 설명도 부실하고 빨리빨리 투어의 끝을 찍고 우유니로 돌아가고 싶은 티를 너무 내서 시간을 두고 풍경을 감상하기가 어려웠다. 전체적으로 아쉬웠던 투어다.


볼리비아는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오고 싶은 여행지이다. 남미의 날것 그대로의 혼란스러움, 저렴한 물가, 아름다운 자연환경, 친절한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다. 어쩌다 보니 생각보다 짧게 있게 되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만한 여행지였다. 이번에 가보지 못한 아마존 쪽과 수크레, 산타크루즈 등을 포함해 나중에 볼리비아만 몇 달의 시간을 두고 다시 여행해도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다음 행선지는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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