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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꽁이 Sep 06. 2022

어느 날의 꿈일기

2018

푹 자기로 결심한 날에는 무조건 일찍 깬다. 어제 써머스비를 한 캔 먹고 잠들었는데 쉬가 마려워서 여러 번 깼다. 그 사이사이마다 다른 꿈을 꾸었는데 너무 슬픈 꿈을 꿨다.


누군가 나에게 햄스터를 양도해줬는데. 막상 햄스터를 보고 나니 가까이 가기가 무서워졌다. 꿈 속의 햄스터는 톱니같은 이빨을 가지고 있었고 비늘같은 것이 아주 많았다.. 햄스터를 양도해준 사람은 해바라기씨랑 오징어고추장볶음을 함께 보내줬는데 꿈에서도 '오징어볶음을 햄스터가..?' 라는 생각에 겁이 나서 해바라기씨를 주고 학교에 갔다.


그런데 학교에 다녀오니 햄스터가 아주 조그맣게.. 내 손톱만하게 말라서 죽어있었다. 내가 해바라기씨를 너무 적게 줬나하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나고 미안해졌다. 한편으로는 이 무서운 햄스터의 사체를 얼른 버릴까. 그래놓고 나에게는 처음부터 햄스터가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까. 그런 고민을 수차례하다가 다시 학교에 야자를 하러 갔다. 그곳에서 나는 누군가에게라도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여러 교실을 기웃거렸다. 하지만 끝끝내 그러지 못했다. 내가 햄스터를 죽였어. 내가 햄스터를 말라죽게 했어. 그런데 이상하게 슬프진 않아. 햄스터를 죽인 나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당할까봐 두려울 뿐이야.

..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


햄스터 꿈 이후로도 여러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삼촌이 내 뒤의 벽에 총을 쏘는 꿈도 꿨고(장난처럼 그랬는데 나는 벌벌 떨었다) 갑자기 시체를 발견하는 꿈도 꿨다. 오늘은 모처럼 푹 잘 수 있는 날인데 악몽때문에 다시 자기가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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